(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당 내홍 돌파구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 카드를 던진 가운데 공을 넘겨받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청년간담회 이후 비공개 회동을 갖고 공조를 약속했다.
박 시장은 현재 시장으로서 선거 전면에 나설 수는 없겠지만 주어진 범위에서 문 대표와 함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박 시장이 선거대책위원회 등 선거 관련 기구에는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당
최고의결기구로서 존재하게 될 임시 지도부에는 참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와 박 시장이 함께하기로 뜻을 모은 가운데 안
전 대표는 공식 활동을 자제하며 측근들로부터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 측은 "다음주 월·화·수요일 중에 입장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 "오는 24일 부산 기자간담회가 한 달 전부터 예정돼 있었다"고 발언, 이때 입장 표명을 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대표 측은 문 대표가 지난 18일 광주 강연에서 안 전 대표의 혁신안에 대해 "백 번 옳은 얘기"라고 화답한 것은 안 전 대표의 당 혁신 제안과 고민을 충분히 수용한 것이라며 안 전 대표의 태도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문 대표 측 인사는 19일 "안 전 대표는 자신의 혁신안에 대해 문 대표가 대답할 것을 요구해 오지 않았나"라며 "광주 강연은 문 대표가 수용하겠다는 진심어린 답변을 한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회동해 당의 혁신과 통합을 이루기 위한 협력을 모색하자고 합의하는 등 문·안·박 체제 성사를 위한 행보에 적극 나섰다. 세 주체 중 일단 2명은 손을 잡은 것이다.
박 시장은 전날 광역단체장 신분이라는 점을 내세워 참여의 한계를 언급, 마치 부정적인 입장인 것처럼 비쳐진 데 대해 당혹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적극적 태도는 당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당과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 대표 측에서는 안 전 대표가 거부하면 문·박 두 사람만으로 출발하는 '개문발차'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당을 걱정하는 분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며 공개일정 없이 당 안팎의 인사를 접촉하고 있지만 일단 측근이나 비주류 의원 사이에서는 수용 불가론이 우세하다.
안 전 대표의 대선후보 시절 팀장급 인사 7~8명이 모인 전날 회동에서는 문 대표의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비주류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 '정치혁신을 위한 2020 모임' 역시 반대 의견을 안 전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류는 안 전 대표의 혁신안 실행에 대한 담보없이 문 대표의 제안을 수용하면 그동안 요구해온 혁신이 수포가 되고, 자칫 내년 총선 패배시 공동 책임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문 대표와 안 전 대표 간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상태여서 공동지도부를 구성해도 건전한 협력보다는 파열음을 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안 전 대표 측은 "안 전 대표는 당이 본질적 혁신으로 갈 수 있을지 믿음을 못 갖는 것같다"며 "지금 문 대표에게 답변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총·대선 승리를 위한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연장선상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중재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것과 맞물려 안 전 대표가 문 대표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표의 손길을 뿌리칠 경우 당 내홍이 격화되면서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 우려가 크고, 그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점도 안 전 대표로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안 전 대표는 오는 24일 부산 기자간담회에서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전개되는 양상대로라면
안 전 대표가 문·안·박 구상을 전격 수용한다고 해도 '미완의 후보단일화'로 끝난 2012년 대선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시 양측은 힘겨운 후보단일화 협상을 벌이던 중 안 전 대표의 대승적 양보로 단일화를 이뤘지만 이후 지원유세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로 연결시키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당 관계자는 "2012년 단일화 때와 상황이 똑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TBS 라디오에 나와 "지금같은 문 대표의 태도에 근거하면 문·안·박이 돼도 날마다 싸울 것"이라며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없이 내 뜻대로 하겠다면 제대로 되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