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새정치연합의 현재를 "정권 교체의 희망이 없다"는 말로 비판했고, 자신의 지난 정치 여정도 "야당의 통합과 정권 교체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표현했다. 특히 그는 탈당 이후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새로운 정치로 국민들께 보답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뒤, 재차 "정권 교체가 그 시작이고 이를 위한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정권 교체'에 방점이 찍힌 이날 발표를 사실상 "차기 대권 경쟁에 나서겠다"는 공식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안 전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동료 의원과 지지자 등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길도 없고 답도 없는 야당을 바꾸고, 이 나라의 낡은 정치를 바꾸고, 고통 받는 국민의 삶을 바꾸는 길의 한가운데 다시 서겠다. 이 길이 국민의 뜻에 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국민'을 언급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안 전 공동대표는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소명으로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안 전 공동대표의 탈당에는 문재인 대표에 대한 깊은 실망감도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안 전 공동대표는 전날 자정 무렵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자신의 집을 찾은 박병석 의원 등과의 대화 과정에서 "(문 대표가) 생각이 다르다고 어떻게 (나를) 새누리당이라고 그러냐"며 평소와 달리 격앙된 목소리까지 냈다. 최근 문 대표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낡은 진보 청산' 요구를 "형용 모순이자 새누리당의 프레임"이라고 반박한 부분이 감정적으로 큰 서운함을 줬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안 전 공동대표가 13일 탈당을 선언함에 따라 야당이 분당의 길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도 15일 탈당을 예고해 당내 비주류와 전라권 국회의원의 연쇄 탈당이 잇따를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야당의 분당은 최근 공천권을 둘러싸고 물밑에서 격돌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을 수장으로 하는 '친박계'간의 공천협상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또 다른 비주류 의원도 "이대로의 새민연 체제로는 총선 승리를 하지 못한다고 보는 의원들은 대부분 당을 떠날 것"이라며 추가 탈당설을 뒷받침했다.
현재 탈당이 거론되는 인사들은 문병호 의원 외에도 김동철, 유성엽, 황주홍, 최재천, 최원식 의원 등이다. 비주류 모임인 구당모임 소속 의원 중 김영환, 강창일, 신학용, 김영록, 노웅래, 이윤석, 장병완, 정성호, 박혜자 의원 등도 탈당을 검토하고 있다.
안 전 대표측은 신당 창당을 본격화하기 위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외에 당밖의 거물급 인사들과도 접촉에 나서 신당에 대비한 세력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종인 전 보사부장관,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 등이 1순위로 거론된다.
안 전 공동대표 측은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중립성향 중진급 8인의 모임인 '통합 행동' 소속 전·현직 의원이 신당에 합류할 경우 세력 확장에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동참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행동에는 박영선, 조정식, 민병두, 정성호 의원과 김부겸, 김영춘, 정장선, 송영길 전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들과 함께 손학규 전 상임고문,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참신한 각계 인사들이 신당에 참여할 경우 총선에서 제 1야당으로 부상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안 전 공동대표 측은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며 새로운 세 규합에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은 뒤 기존의 신당파인 무소속 천정배(국민회의),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신민당) 등과의 통합에 나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안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측 인사들은 "'안철수 신당'의 정체성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 범 국민적 개혁세력이 집결해 야당의 대안정당과 수권정당의 희망을 주는 큰 틀에서 창당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과 김부겸 전 의원이 비대위 얼굴로 '친노파'에 의해 옹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현행 1구1인제 소선거구하에서는 제3당의 총선 성공이 어렵다는게 다수의 중론이다. 안철수의 '제3정치세력화'는 찻잔 속에 미풍으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이 현실화될 경우 여당도 균열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제1야당의 분열로 그동안 보류돼왔던 새누리당 내 당권 투쟁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야당은 분열되고 여당은 통합하는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아닌 새로운 다자 구도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TK(대구·경북) 물갈이'를 주도하며 당 장악에 나선 청와대가 상호 전략에 따라서 정당권의 토대가 요동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총선 공천권 갈등이 봉합되고 제1야당 분열에 따라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다면 김 대표는 총선 이후 대권 후보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 향후 대권구도에도 무관하지 않은 총선 전야가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