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경제성이 낮거나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오래된 댐을 철거하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시작되고 있다. 강원 도암댐과 한강의 신곡보 등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김영오 교수는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우리 강 건강성,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대한민국 댐 정책 현황과 대안' 주제의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기후변화 시대에는 어두운 밤길을 걷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국토교통부의 댐 장기 계획 뿐만 아니라 다 부처를 아우르는 종합 이수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 시대의 수자원 사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기후변화 시대에 맞는 계획이나 전략은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강건(Robust) 하고 적응형(Adaptive)이어야 한다"며 "수원 다변화에 대한 시공간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댐 정책의 역사와 과제'의 발제에서 "한국의 물정책, 특히 댐 중심의 물정책은 불신의 상징이 되고 있다"며 "개별 댐 계획들의 타당성이나 영향에 대한 논란이 빈발하고 전체 계획에서 물 수요와 공급의 추정이나 댐의 효과 분석 등에 대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염 사무총장은 이어 "댐 정책 계획의 수립, 사업의 집행, 경과의 평가 과정을 투명하게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검증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주체들과 다양한 공간에서 소통하고 협력해야 하며, 이를 통해 댐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염 사무총장은 또 "1만8000개가 넘는 댐(보)이 건설됐지만 여전히 홍수와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며 "댐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댐 관련 법률에 댐의 사용기간과 점검방법 등을 추가하고 수명이 다 된 댐은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조만간 환경문제가 있거나 오래된 댐을 직접 찾아가 철거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이와 관련, 평창군 도암댐이 첫 철거 운동 대상으로 손꼽힌다.
대전대학교 토목공학과 허재영 교수도 발제자로 나서 "미국에서는 1912년부터 지난해까지 1300여개의 댐(보)을 철거했고 1999년 이후에만 860개가 넘는 댐이 해체됐다"며 "국내에는 1만8000개가 넘는 댐(보)이 있지만 아직 이를 철거하거나 복원하는 논의와 기술개발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의 발표문을 보면 과거 수십년간 미국에서 홍수 규모는 늘어났고 제방이 붕괴돼 농업이나 주거지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잦아졌다.
댐 기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고 1990년대 들어 댐을 철거해 하천의 흐름이나 생물학적 기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일어났다.
일본에서도 1954년 준공된 규슈 구마모토현의 아라세 댐으로 인한 환경문제와 홍수피해 등이 늘어나면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단계적 철거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댐 철거 논의가 아직 먼 나라 얘기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 한국수자원공사 댐유역관리처 김봉재 사장,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정동준 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동률 선임위원, 한겨레신문사 김규원 기자, 유신코페레이션 김자겸 부사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세계 물의 날(3월22일)을 앞두고 최계운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환경운동연합, 수자원공사, 흐르는강을위한의원모임의 공동 주최로 개최되었다.
'세계 물의 날'은 점차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알리는 등 인류의 생존을 위한 물 문제 해결을 위해 UN이 1992년 열린 제47차 총회에서 제정, 선포한 날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7월 1일을 '물의 날'로 정하여 행사를 개최하다가 UN에서 '세계 물의 날' 행사에 동참할 것을 요청함에 따라 1995년부터 3월 22일로 '물의 날'을 변경했다.
유엔 가입국과 비정부 기구(NGO)들은 세계 물의 날 기간 동안 물 문제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물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2016년 '세계 물의 날'의 주제는 '물과 일자리(Water and Job)'다. 세계 노동자의 절반이 물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분야에 종사하거나 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선정된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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