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이 평생교육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대하며 이 대학 본관을 점거해 농성을 한지 83일, 설립 계획이 철회되면서 총장 사퇴를 본격적으로 요구한지 77일만이다.
이대는 최근 야권이 '비선 실세'로 지목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씨가 승마 특기생으로 부정 입학했으며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도 학점을 받는 등 학사관리에서도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대학 측이 입학 과정에서 면접위원들에게 정씨를 뽑을 것을 지시했으며, 그가 입학한 뒤에는 국제대회 출전이 잦은 그가 출석을 하지 않아도 학점을 딸 수 있게 학칙을 바꿨다는 등의 의혹이 지난달 말부터 연일 보도됐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등 교육부 지원 사업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배경에 정씨의 부정 입학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었다.
최 총장은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17일 교수·교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설명회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교수협의회 교수비상대책위원회가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19일 오후 예정대로 진행키로 하는 등 오히려 사퇴 압박이 커지자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최 총장은 이날 오후 '총장직을 사퇴하면서 이화의 구성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 "7월 28일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으로 야기된 학생들의 시위가 아직까지 그치지 않고 최근 난무한 의혹들까지 개입되면서 어지러운 사태로 번져 이화의 구성원과 이화를 아끼시는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러한 위기를 잘 극복하여 다시 한번 이화의 역량과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총장직을 사임하고자 합니다"라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어 “최근 체육특기자와 관련해, 입시와 학사관리에 있어서 특혜가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지금까지 제기돼 왔던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 학교로서는 최대한 사실에 입각해 해명해 드린 바 있다. 다만, 앞으로 체육특기자 등의 수업관리를 좀 더 체계적이고 철저히 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886년 이화여대 개교 130년 역사상 총장이 중도 사퇴한 것으로 최 총장은 중도 퇴진 총장이란 오명을 쓰게 됐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올해 7월 28일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8월 3일 최 총장이 계획 철회를 밝혔지만, 학생들은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농성을 이날까지 84일째 지속해왔다.
국민의당은 19일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의 사임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최 총장 사임에도 최순실 딸의 특혜 입학 및 특혜 학점 의혹을 계속 파헤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강연재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사태의 본질은 최순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를 철벽방어 중인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이 이번 사태의 진상 규명과 엄정 처벌을 또 방어하고 덮어주려 한다면,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우리 대학생, 청년들의 거센 분노가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최경희 총장이 보낸 글 전문.
'총장직을 사임하면서 이화의 구성원께 드리는 글'
안녕하십니까? 최경희입니다. 저는 이제 이화가 더 이상 분열의 길에 서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오늘 총장직 사임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2년여 간의 시간은 이화를 위해 헌신할 수 있었던 제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힘들면서도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학교만 바라보면서 힘든 대내외적인 환경을 이겨내며 함께 해주신 교직원 선생님들과 동문 여러분 덕분이었고 자랑스러운 우리 이화의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7월 28일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으로 야기된 학생들의 본관 점거 및 시위가 아직까지 그치지 않고, 최근의 난무한 의혹들까지 개입되면서 어지러운 사태로 번져 이화의 구성원과 이화를 아끼시는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우리 이화는 이러한 위기를 잘 극복하여 다시 한번 이화의 역량과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총장직을 사임하고자 합니다. 우선, ‘미래라이프대학’은 4년제 정규 단과대학으로서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 건학이념과 섬김과 나눔이라는 이화정신의 구현을 위해 추진했던 사업이었지만,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설명 드리지 못하고 소통에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이에 저는 이화 전체의 화합을 위하여 평단사업에 반대하는 학생, 교수, 동문들의 의견을 전면 수용하여 해당 계획을 철회하게 됐습니다.더 나아가서 저는 이제 총장직 사퇴를 표명하오니, 본관에서 아직 머물고 있는 학생과 졸업생들은 바로 나와서 본업으로 돌아가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최근 체육특기자와 관련하여, 입시와 학사관리에 있어서 특혜가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지금까지 제기되어 왔던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 학교로서는 최대한 사실에 입각하여 해명해 드린 바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체육특기자 등의 수업관리를 좀더 체계적이고 철저히 하여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화의 새로운 소통 시스템과 제도 개선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구성원들 모두는 이러한 자정 능력을 갖춘 우리 이화를 신뢰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화의 교직원 여러분! 노조 회원이든 교협 회원이든 비대위 서명 교수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 모두는 하나의 이화구성원입니다. 저의 사직으로 그간의 분열을 멈추시고 오로지 학생과 학교를 생각하시고, 이화가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생각하시며 힘을 모아 지금의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금 우리 이화가 겪고 있는 갈등과 어려움은 이화를 더 단단하게 하고 이화공동체를 더 화합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동안 이화를 위해 함께 애써 주시고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학생, 교직원, 동문, 학부모님, 그리고 이화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서도 이화의 빠른 안정과 발전을 위해 한마음으로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10월 19일 최경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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