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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정재인 검사가 던진 '법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슬 한 방울이 숲을 살린다"

권력보다 헌법, 관행보다 원칙… 젊은 검사의 논고가 흔든 한국 법치의 민낯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요즘 한 젊은 검사의 이름이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정재인 검사. 2020년 변호사시험 합격 후 검찰에 입문한 6년 차 검사다.

그녀가 최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 혐의 재판에서 내놓은 "징역 20년" 구형 논고는 단순한 법정 발언을 넘어섰다. 35년 선배 법조인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사실과 원칙으로 맞선 그의 모습은, 오랜만에 '검찰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것은 보수의 본질이며, 동시에 정의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기대감을 잃어버린 검찰 조직 안에서 그는 마치 메마른 숲에 떨어진 작은 이슬 한 방울처럼, 희미하지만 분명한 법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보수란 무엇인가. 흔히 정치적 우파의 이름으로 소비되지만, 그 본질은 법과 질서, 공동체 가치의 수호에 있다. 정재인 검사는 바로 그 본질을 몸으로 드러냈다.

지난 4월 27일 서울중앙지법. 박성재 전 장관은 2024년 비상계엄 선포 당시 법무부 간부회의 소집 등 내란 가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검사는 박 전 장관의 취임사와 검사 선서를 인용하며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물었다.

"5월 1일 신임 검사 임관식을 기억하십니까."

순간 법정은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후배 검사가 선배 법조인을 향해 던진 질문. 그러나 그 장면은 단순한 패기가 아니라, 법 앞의 평등이 무엇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순간이었다.

진정한 보수의 핵심은 권력에 굴복하는 질서가 아니라, 권력 위에 존재하는 법의 권위다.

한국 검찰은 오랜 시간 정치적 논란 속에서 국민의 신뢰를 잃어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선택적 수사 논란, 윤석열 정부 이후 이어진 정치 편향 논쟁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가운데 정재인 검사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감정 대신 사실을, 수사 기술 대신 헌법 가치를 내세웠다.

박 전 장관의 변명을 하나씩 반박하며 이어진 논고는 단순한 공소 유지가 아니라, 법치주의의 의미를 다시 환기시키는 장면처럼 읽혔다.

국민이 반응한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이어진 차가운 논고. 그 뒤로 피고인의 눈물이 겹쳐지던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사회가 오래 잃어버렸던 ‘법의 긴장감’을 떠올리게 했다.

정의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다. 구체적인 사실과 원칙을 끝까지 밀고 가는 태도다.

정재인 검사는 아직 젊다. 법조계 연공서열 문화 속에서는 여전히 '신참'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특검팀에서 박성재 전 장관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하며 법 기술자의 책임을 정면으로 물었다.

"검사로서의 사명을 기억해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 논리가 아니라, 헌법 가치에 대한 선언처럼 들렸다.

그의 논고문 전문이 공개되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유튜브 관련 영상 조회 수가 급증했고, "오랜만에 검사다운 검사를 봤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사람들은 거대한 영웅을 기다리지 않는다. 다만 최소한의 상식과 원칙이 살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정재인 검사는 지금 많은 이들에게 ‘실오라기 같은 희망’으로 읽힌다. 이슬은 작다. 그러나 메마른 숲에 떨어질 때 생명의 시작이 된다.

2024년 비상계엄 사태는 한국 사회 법치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계엄군 동원과 언론 통제 시도 논란은 민주주의의 근간 자체를 흔들었다.

그 과정 속에서 정재인 검사의 구형은 단순한 처벌 요구가 아니라 검찰 조직 전체를 향한 질문이었다.

"당신은 검사 선서를 아직 기억하는가."

이 한 문장은 신임 검사들에게만 던져진 것이 아니다. 정치권에도, 법조계에도,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에도 향한 질문이다.

물론 한 사람의 소신만으로 제도가 바뀌지는 않는다. 검찰개혁 논의 역시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러나 변화는 언제나 작은 균열에서 시작된다.

한 방울의 이슬이 모여 숲을 적시듯, 원칙을 지키려는 작은 용기들이 쌓일 때 사회는 조금씩 바뀐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법 앞의 평등을 지키려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마지막 안전장치다.

정재인 검사가 던진 작은 돌멩이는 지금 한국 사회에 긴 파문을 만들고 있다.

오는 6월 9일 예정된 1심 선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의 논고는 오래 기억될 것이다. 한국의 법치라는 숲이 다시 푸르러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숲 위로, 정재인 검사처럼 원칙과 소신을 잃지 않는 작은 이슬들이 더 많이 내려앉기를 기대한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평론가)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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