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 수필문학의 거장 금아 피천득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한 뜻깊은 자리가 서울 잠실에서 마련됐다.
29일 오후 3시 서울 잠실 롯데월드 3층 롯데민속관 입구 화랑 다목적실에서 열린 '제1회 피천득문학상 시상식 및 후원회 출범식'에는 문인과 시민, 문학 애호가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번 행사는 금아피천득선생기념사업회(회장 정정호)가 주최했으며, 제19주기 추모식과 제1회 피천득문학상 시상식, 후원회 출범식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행사장에는 원로 문인과 수필가, 시인, 번역가, 독자들이 함께 자리해 피천득 선생의 삶과 문학을 되새겼다.
차분하면서도 품격 있는 분위기 속에서 참석자들은 '인연'과 '은전 한 닢'으로 대표되는 피천득 문학의 인간적 온기와 순수한 서정성을 다시금 떠올렸다.
1부 추모식은 김진모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피천득 선생 기록 영상 상영과 묵념, 추도사와 축사 순으로 이어졌다.

심상옥 사단법인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피천득 선생의 문장은 한국문학이 지켜야 할 품격과 인간애의 표본"이라며 "오늘날처럼 말과 글이 거칠어지는 시대일수록 그의 맑고 단아한 문장은 더욱 귀하게 읽혀야 한다"고 말했다.
심 이사장은 이어 "문학은 사람을 위로하고 인간의 품위를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피천득 선생은 평생의 글로 보여주셨다"고 강조했다.

정정호 금아피천득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은 추도사와 설립 취지 설명에서 "피천득 선생은 한국 수필문학의 품격을 세운 분"이라며 "그의 문장은 단순한 글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예의와 사랑이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기념사업회는 단순히 한 문인을 추모하는 데 머물지 않고, 피천득 문학의 정신을 오늘의 시대와 다음 세대에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청소년 문학사업과 문학상 운영, 작품 연구와 번역 사업 등을 통해 한국 수필문학의 아름다운 유산을 지속적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열린 제1회 피천득문학상 시상식에서는 시 부문에 노유섭 시인, 수필 부문에 손광성 수필가, 번역 부문에 이소영 번역가가 각각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유자효 시인은 심사평에서 "피천득 선생의 문학정신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에 있다"며 "이번 수상자들의 작품 역시 그러한 인간적 깊이와 문학적 진정성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시 부문 수상자인 노유섭 시인은 "피천득 선생의 이름으로 받는 상이라 더욱 떨리고 감사하다"며 "시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향해야 한다는 선생의 문학정신을 오래 기억하며 더욱 낮고 따뜻한 언어를 쓰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수필 부문 수상자인 손광성 수필가는 "피천득 선생의 문장은 읽을수록 인간을 맑게 만드는 힘이 있다"며 "이번 수상은 문학 이전에 한 사람으로 더 따뜻하게 살아가라는 격려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별강연 '피천득을 추억하다'를 통해 "피천득 문학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해 참석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번역 부문 수상자인 이소영 번역가는 "좋은 번역은 언어를 옮기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결을 전달하는 일"이라며 "피천득 선생 문장의 맑음과 절제를 세계 독자들에게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상식 이후 이준서 안산해양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금아 피천득 선생의 시 '축복'을 축시로 낭송해 큰 박수를 받았으며, 테너 하천석과 소프라노 양세라의 성악 공연이 행사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3부 후원회 출범식은 이명지 후원회 준비위원장의 진행으로 이어졌다.


변주선 금아피천득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이 후원회장 위촉식 후 인사말에서 "피천득 선생의 문학은 단지 책 속에 머무는 글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정신"이라며 "후원회는 문학의 씨앗이 청소년과 시민들 삶 속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후원회는 앞으로 피천득 문학의 연구와 보급, 청소년 문학사업, 문학상 운영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뜻을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한 문인은 "문학이 점점 속도와 자극 속으로 밀려나는 시대에 피천득 선생의 문장은 오히려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며 "오늘 행사는 한국 수필문학의 품격과 정신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하얀 난꽃과 축하 꽃다발이 무대를 아름답게 장식했고, 참석자들은 시상식이 끝난 뒤 기념촬영과 담소를 나누며 늦은 오후까지 문학의 정취를 함께 나눴다.
피천득의 문장은 언제나 조용했다.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는 사람을 향한 깊은 애정과 삶에 대한 단정한 예의가 스며 있었다.
그는 거창한 구호 대신 작은 인연 하나를 소중히 여겼고, 화려한 수사보다 맑고 따뜻한 문장으로 인간의 품위를 지켜냈다. 그래서 그의 수필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은은한 향기로 독자의 마음에 남는다.
속도와 경쟁이 일상이 된 시대,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말을 쏟아내지만 정작 서로의 마음에는 천천히 귀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시대일수록 피천득 문학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오늘 한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따뜻하게 바라보았는가."
제1회 피천득문학상은 단순한 문학상의 출발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온기를 잃지 않으려는 문학의 다짐이었고, 한국 수필문학이 다시 사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조용한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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