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조용히 뒤통수 치는 망초꽃'

2023.02.01 16:33:52

"망초는 생태적 입장에서 성공한 식물이 분명...GMO 식물의 근처에서 무성하게 자라"

(서울=미래일보) 최창인 시인 = '망초 꽃 웃고 있는 우물가/ 등물해 주는/ 그대 그대를 생각했지/ 초저녁 모깃불 연기 속/ 잘게 부서지는 웃음소리/ 밤하늘에 반짝이던 별빛/ 수박 속에 가득 떨어지면/ 추억의 옛 생각 새롭게 솟아나고/ 토담 길 지나면 달빛 쏟아지는 하얀 여름밤/ 나 그대를 생각하지 음 오/ 나 그대를 생각하지 음 오/ 나 그대를 생각하지'

망초꽃이 주제가 된 시골의 여름밤 풍경을 노래한 최창일 작시의 '하얀 여름' 가곡 전문이다.

가곡의 노랫말에 망초는 신선초(神仙草)와 같이 우아한 잡초로 표현된다. 문제는 이 잡초가 미국에서는 조용하게 ‘인간의 뒤통수 치기’의 미움받는 식물로 평가되고 있다.

망초꽃은 북아메리카가 고향이다. 학명은 코니자 카나덴시스(Conyza canadensis)다. 망초가 잡초가 된 시기는 1990년대다. 한국에 입국하여 여행을 시작한 것은 철도의 침목이 들어오며 철길 부근에 놀며, 여행하며 전국으로 식구를 늘리게 된다.

망초가 즐겨 서식하는 곳은 GMO 작물 밭이다. 우리가 알듯이 GMO는 우리의 순수 농산물에 유전자를 변형시킨 작물이다. 가령 물렁한 토마토를 유통에서도 딴딴하게 유지 보관이 쉽도록 변형시키는 것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유전자 변형에 대하여 이견을 보이며 반대의 관점을 취한다. 국제적인 문제로 유전자 변형에 대한 반대 연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망초가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농사를 짓거나 평범한 사람들을 싫어하지 않는다. 자신들을 제거하거나 농산물 근처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부류의 사람들에게 반감을 품는다. 그들은 망초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제초제를 만드는 과학자들로 제초제와 농약류를 만들어 망초의 뿌리부터 말살하려는 자들이다.

인간은 망초의 말살 정책을 수단으로 2, 4-, 글리포세이트(라운드업) 등을 만들어 다양한 공략을 펼치게 된다. 망초의 생김새는 설명이 필요치 않는다. 우리 주변에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잡초다.

미국은 식물에 관한 연구는 세계적이다. 그 미국이 망초에 도전장을 내고 말살 정책에 들어갔다. 그러나 판판이 망초에 손을 들고 만다. 무려 여섯 번에 걸쳐 제초제의 성분을 높여 갔다. 처음에는 망초가 제거된 것처럼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망초는 다른 변이로 더 크게 확산 유지하였다. 그 같은 전쟁은 수년이 걸리면서 미국의 과학자와 망초의 대결은 계속되었다.

결과는 미국의 과학자들은 망초 제거에 손을 들었다. 무모한 싸움으로 결론을 지었다. 마치 미국이 월남전에서 손을 든 것과 같은 상황이 되었다. 결론은 동거하는 잡초로 인정하자는 선포를 하고 말았다. 그 시기가 바로 1990년대다.

종교적인 용어지만 신비(神祕, mystery)라는 용어가 있다. 인간의 이성으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인다. 아인슈타인은 종교의 핵심에 신비 체험이 놓여 있듯이, 신비한 것들을 감지하는 감각이 진정한 예술과 과학의 원천이라 주장했다. 신비라는 용어를 정리하자면 신학자들의 전유물과도 같은 단어다.

신비는 비이성적인 무언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이 완전히 파악할 수 있는 범위를 감질나게 벗어나는 무언가를 가리킨다.

신비라는 단어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망초가 바로 신비의 식물이 아니냐는 설명을 하기 위해서다.

신비라는 용어는 신학자의 용어라고 하듯이 하나님의 영광을 제대로 다루며 하나님의 신비를 보존하는 의미가 들어 있다. 레이첼 카슨의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라는 저서에는 망초가 등장한다.

망초에는 작은 세상들이 있다는 설명도 한다. 망초는 생태적 입장에서 성공한 식물이 분명하다. 망초는 GMO 식물의 근처에서 무성하게 자란다. GMO 반대 운동가들은 망초의 여섯 가지 제초제에 저항성을 발달시켰고 복합 저항성이라는 사례도 남겼다. 마치 망초는 GMO 식물을 반대하는 운동가와 같다. GMO 식물의 농작물 주변에 그 번식이 크다는데 신비함을 갖는다.

망초는 50~150센티로 자라지만 인류의 내로라하는 과학자를 이겨 먹은 신비의 잡초라는 것은 분명하다. 아직도 미국 전역에서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들의 활약상은 대단하다. 망초가 보여주는 미래가 있다며 여운을 남기는 것이 미국의 과학자들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문화학자, '시화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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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섭 기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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