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나는 타인을 실망하지 않게 할 권리가 있다"

2024.01.20 20:23:25

공자, "나이 40이 넘은 사람을 가르치려 든다면 그것은 부덕이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것이 천지다. "나는 세상에 와 바닷가 모래밭의 모래알 몇 개 만지다 간다." 뉴턴의 말이다. 이 얼마나 겸손한 말인가.

황금찬 시인은 "점하나를 제대로 찍지 못하고 밤을 새우는 시인이다."라는 말을 한다. 겸손의 극대점이다. 여러 모임은 단톡방을 이용하여 공지를 알리기도 한다. 시인의 경우는 자작시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신선한 시에 하루가 소풍처럼 열리는 날이 있다. 어느 시인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출처 불명의 가짜뉴스나 유튜브를 올린다. 대개가 올리는 시인만이 올린다. 시인의 면면을 살피면 시집도 없는 시인이다. 자신의 시는 만들지 못하며 정체불명의 종교, 이념, 정치에 관련한 휴지보다 못한 자료를 올린다.

하나의 사례로 '모'라는 단톡방이 있다. 시인과 예술을 사랑하는 예술인들의 모임이다. 공지가 실리는 날은 기타의 자료를 올리지 않는다. 공지의 효력을 극대화하려는 예술인들의 예민하고 지혜의 생각들이다.

어느 날은 '모' 단톡방에도 못난 이념의 가짜뉴스가 올랐다. 몇 사람이 짜증을 내고 나가버린다. '모'를 이끄는 회장은 "이념과 같은 순수 예술의 이야기 이외는 삼가시기 바랍니다."

가짜뉴스를 올린 자는 당당하게 댓글 달았다. "한국인이라면 위기의 시간에 이러한 내용을 알아야 한다."라는 내용이다. 다시 회장은 점잖게 권고한다. "이방은 예술의 이야기를 나누자는 방입니다"라며 "만약 그것이 허락하지 못하면 나가주셔도 됩니다"라는 권고를 하였다.

이후 '모' 방에는 쓰레기 자료가 올라오지 않았다. 공자 선생은 그런 말을 하였다. 나이 40이 넘은 사람을 가르치려 든다면 그것은 부덕이다. 나이 40은 자기완성이 끝이 난 시기다. 40부터는 스스로 깨우치고 나아가는 나이라고 했다.

권일송 시인은 시는 가르치는 문학이 아니다. 가슴에 묻어두고 스스로 감동으로 느끼는 것이다. <시경>도 그렇다. 공자는 14년을 선학의 시를 모아가며 감동하였다. 장수 시대가 열린다. 나이가 들면 굳어가는 혈관, 굳어가는 생각들이 된다. 이것을 학문적 표현으로 노욕이라 한다.

미국의 레이건이 칠순이 넘어서 대통령이 되었다. 학자들은 걱정했다. 행여 노욕의 정치를 하면 어떻게 되나 하는 염려였다. 학자들의 견해는 기우였다. 레이건은 청년의 감각과 유머로 정치를 하였다. 미국의 대통령 중에 링컨이 가장 인기가 있었으나 레이건이 링컨의 인기를 넘어서 버렸다. 레이건의 태도는 누구를 가르치려는 자세가 아니었다. 그저 스스로 행동하는 정치인이었다. 누구를 모략하는 정치가 아니었다. 포용의 정치였다.

"나는 아는 게 많지 않아. 그렇지만 무언가를 느끼고 좋아하는 마음이 있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많은 사람이야. 그 사랑하고 좋아하고 느끼는 마음으로 오늘을 사는 거야."

최은하 시인의 말이다. 우리는 늘 낮 선 길을 간다. 혼자서 알고 있다 착각을 하지 말자. 휴대전화기 소유자라면 프랑스인도 알고 아프리카인도 알고 있다. 나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지극히 비좁은 생각이다.

방탄 소년단의 노래들은 시와 산문들이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도 그렇다.

'모든 게 궁금해/ 뭐가 널 행복하게 하는지/ 내 머리맡에 두고 싶어/ 네 모든 걸 가르쳐줘/ 저 하늘을 날고 있어/ (그때 니가 내게 줬던 두 날개로)/ 이제 여긴 너무 높아/ 난 내 눈에 널 맞추고 싶어/ 네 전부를 함께 하고 싶어/ 이제 조금은 나 알겠어/ 널 알게 된 이후 ya 내 삶은 온통 너 ya'( 앞부분)

사랑에 빠진 소년의 심정을 담았다. 쉬운 가사와 편안한 마음의 전달 가사다. 방탄 소년단이 주목은 받는 이유는 누구를 지배하려거나 가리키려 하지 않는 가사들이다.

그저 작은 것들을 나누려는 생각이다. 이를 들어 나태주 시인은 머리부터 마음까지의 여행 노래라 한다. 마음의 날개를 달고, 작아지고 약해지고, 부드러워지고 그렇지만 슬픈 노래를 부르지 않기에 방탄 소년단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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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섭 기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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