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소리, 월지에 흐르다… 제5회 월지정가음악회 성료

  • 등록 2026.06.06 1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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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시서문화회 창립 18주년 기념 공연… 외국인 관광객도 매료
정가·시조·가사·대금 선율로 전통 성악의 아름다움 선사
공현혜 시인 헌정시 낭송 큰 호응


(경주=미래일보) 장건섭, 공현혜 기자 = 신라 천년의 숨결이 깃든 동궁과 월지에 우리 전통 성악의 깊고 맑은 울림이 퍼졌다.

경주시 정가 전문단체 동도시서문화회(회장 김기남)는 지난 6월 5일 오후 4시 경주시 인왕동 동궁과 월지 특설무대에서 '제5회 월지정가음악회'를 개최했다.

경주시가 주최하고 경주시의회, 경주향교, 성균관유도회 경주지부, 대한시조협회 경주지부가 후원한 이번 공연은 정가의 전승과 보급을 위해 18년째 활동해 온 동도시서문화회의 창립 18주년 기념행사로 마련됐다.

특히 회원들이 직접 준비한 손글씨 정가 깃발 전시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70대 이상 실버회원들이 광목천에 정가 가사를 정성껏 써내려간 작품들은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과 헌신을 보여주며 큰 관심을 받았다.

공연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전통 차와 다과를 즐기며 정가의 깊은 선율에 귀를 기울였다. 미국에서 온 한 관광객은 "트로트만 한국 음악인 줄 알았는데 처음 듣는 정가가 매우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공연은 김기남 회장의 중허리시조 '임 그린 상사몽'을 시작으로 최봉조 대한시조협회 중앙본부 이사장의 평시조 '국화야', 전미서의 각시조 '등황고각', 박진홍 대맑은소리 대표의 대금합주 '사랑이어라', '삼포 가는 길' 등 15개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정가와 시가 만난 특별한 무대

이날 공연의 또 다른 백미는 특별출연한 공현혜 시인의 '동도시서 헌정시' 낭송이었다.

국악 연주를 배경으로 낭송된 헌정시 '심연의 소리, 결을 깨우다'는 동도시서문화회가 걸어온 18년의 여정과 정가의 정신세계를 시적으로 형상화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심연의 소리, 결을 깨우다
- 동도시서 헌정시

- 공현혜 시인

굽이치는 세월을 건너온
정갈한 숨이 여기 모였습니다

묵혀둔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고
오롯이 곧은 소리로 안부를 묻습니다

한 자락 시조에 햇살을 얹고
가사 한 구절에 바람의 결을 담아
흔들림 없는 소리의 길을 엽니다

 들숨으로 천년을 이어온 겨레를 마시고
날숨으로 천년을 이어갈 민족을 부릅니다

비우고 비워 낸 고독의 끝에 닿은
맑고 깊은 사람의 선율이 깨어나는 시간

서두르지 않아도 사무치는 마음은
메마른 세상에 물길을 내고 달립니다

오늘, 동도시서는
우리 안의 고요가 비로소 노래가 되게 합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저 높은 곳까지
생의 아름다움을 길어 올려 사람을 다시 피어나게 합니다.


- 공현혜 시인의 '동도시서 헌정시' 전문

이 작품은 정가를 단순한 전통음악이 아니라 민족의 숨결과 정신을 이어온 문화유산으로 바라본다.

특히 "들숨으로 천년을 이어온 겨레를 마시고, 날숨으로 천년을 이어갈 민족을 부릅니다"라는 구절은 정가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생명력의 매개체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우리 안의 고요가 비로소 노래가 되게 합니다"라는 표현은 정가가 지닌 절제와 성찰의 미학을 함축하고 있으며, 빠름과 자극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느림과 깊이의 가치를 일깨우는 메시지로 읽힌다.

관객들은 시 낭송이 끝난 뒤 큰 박수로 화답했으며, 정가와 시, 국악이 어우러진 무대가 이날 공연에 특별한 품격을 더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김기남 회장은 "정가는 시조창보다도 더욱 깊고 섬세한 우리 전통 성악의 정수"라며 "정가를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음악을 천천히 듣고 음미하는 문화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년의 시간을 품은 동궁과 월지에서 울려 퍼진 정가의 선율은 이날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풍경이 되었다.

동도시서문화회의 노래가 전통의 맥을 잇는 소리가 되었다면, 공현혜 시인의 헌정시는 그 소리에 문학의 숨결을 더했다.

정가는 느리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 강물과 같다.

그 강물은 천년고도 경주의 역사와 함께 흘러왔고, 이날 월지의 물결 위에서 다시 한번 새로운 세대와 세계인을 향해 조용히 노래하고 있었다.

그 맑고 깊은 울림은 오래도록 관객들의 가슴속에 머물며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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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섭 기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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