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박재학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저녁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온다>를 푸른사상 시선 227번으로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경쟁과 속도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인간 본연의 삶과 따뜻한 공동체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 박재학 시인은 타인에게 길들여지고 예속된 삶을 벗어나 본래의 자아와 야생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시적 여정을 펼쳐 보인다.
시인은 "흔들리는 것들을 감싸는 것이 내 일"이라고 노래했던 본래의 삶의 태도를 다시 호출하며, 상처 입고 흔들리는 존재들을 품어 안는 삶의 의미를 탐색한다.
특히 "불현듯 한 사람에게 길들여져 나를 놓치고 살던 때"라는 시 '길들여지다'의 구절은 현대 사회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문학평론가 고영직은 해설을 통해 이번 시집을 "시인 본래의 야생성을 회복하려는 시적 여정"이라고 평가했다.
고 평론가는 "박재학 시인은 더 이상 평가 시스템에 짓눌린 시간이 아니라 다른 시간을 사유하며 살아가고자 한다"며 "세상의 상처와 흔들리는 존재들을 감싸 안으려는 시인의 본래적 성정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시집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특징은 '냄새의 시학'이다.
추천사를 쓴 맹문재 안양대 교수는 "박재학 시의 중요한 특징은 삶의 냄새를 시적 언어로 형상화하는 데 있다"고 평했다.
꽃 냄새와 저녁내, 갈치 살 냄새, 노숙자의 체취, 노동자의 땀 냄새, 신발의 고린내와 파스 냄새에 이르기까지 시인은 다양한 냄새를 통해 인간 존재의 현실과 사회적 삶의 층위를 드러낸다.
맹 교수는 "시인은 냄새를 단순한 감각이 아닌 인간 존재의 문제이자 사회 계층의 상징으로 형상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집에는 표제작의 정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저녁 인사'를 비롯해 '억새', '장남', '수건', '길들여지다', '시월 초하루', '신호위반' 등 총 63편의 시가 수록됐다.
표제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저녁 인사'에서 시인은 "나는 거북이처럼/ 창 쪽으로 느릿한 걸음을 옮겨/ 기울어지는 하루에게/ 잠깐 손을 흔들어 주고"라고 노래하며 서두르지 않는 삶의 태도와 하루를 향한 따뜻한 작별 인사를 전한다.

2013년 첫 시집 <길 때문에 사라지는 길처럼>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재학 시인은 시집 <지난 세월이 한나절 햇살보다 짧았다>, <끼니 거르지 마라> 등을 펴냈다.
2022년 대전문학관 '시확산 시민운동' 작가로 선정됐으며, 2019년·2023년·2026년 대전문화재단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한편 <저녁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온다>는 저녁 밥상의 온기와 오래된 구두의 편안함 같은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저녁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낮 동안의 경쟁과 분주함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박재학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그 저녁의 풍경을 통해 인간 본연의 온기와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다시 이야기한다.
시인이 건네는 느린 인사는 오늘도 바쁘게 살아가는 독자들의 마음에 따뜻한 쉼표 하나를 찍어주고 있다.
i24@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