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베트남계 어머니와 대만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편견과 차별을 예술로 승화시킨 대만의 젊은 시인 겸 가수 천더민(陳德民·Chen Te Min)이 지난 6월 6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최근 베트남 유력 일간지가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한 가운데, 그는 현재 경남 거제에 머물며 한국 예술인들과 음악과 시, 영상예술을 아우르는 국제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베트남 하노이 국제시페스티벌에서 맺어진 문학적 인연이 한국과 대만, 베트남을 잇는 새로운 문화교류의 다리로 이어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베트남 시사종합 일간지 'Một Thế Giới(모트 테 조이)'는 지난 3일 문화면을 통해 '베트남계 혼혈 소년에서 대만의 영감 전도사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천더민의 성장 과정과 예술세계를 상세히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천더민은 베트남인 어머니와 대만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혼혈이라는 이유로 적지 않은 편견과 차별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사회적 시선을 극복하고 시와 음악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표현하며 대만 젊은 세대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인으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 5월 20일 대만 국립가오슝대학교에서 열린 '새로운 문화의 만화경, 신이민자 자녀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라'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는 다문화 가정 청년들에게 "세상의 소음이 당신을 정의하게 두지 말고 자신의 경험과 선택으로 스스로를 증명하라"는 메시지를 전해 큰 공감을 얻었다.
천더민은 시인이자 가수, 공연예술가로 활동하며 대만 사회에서 다문화 공존과 문화 다양성의 가치를 알리는 문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3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회 국제시페스티벌'을 통해서다.
당시 한국과 베트남, 대만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시인과 작가들이 참여한 국제문학행사에서 기자는 천더민을 처음 만났다.



5박 6일 동안 함께 머물며 시 낭송회와 문학포럼, 문화유적 답사, 예술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서로의 문학과 삶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천더민은 행사 기간 동안 자신이 직접 창작한 시와 음악을 선보이며 다문화 사회 속 젊은 세대의 고민과 희망,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그의 작품에는 국경과 언어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려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었고, 이는 참가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번 한국 방문은 그 인연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6일 입국한 그는 현재 경남 거제에 머물며 한국 예술인들과 공동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음악과 시, 연극을 통한 영상예술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국제예술 프로젝트로 알려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천더민의 예술세계는 특정 국가나 민족의 경계를 넘어 문화적 다양성과 인간 존엄성을 이야기한다"며 "한국 예술인들과의 협업은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천더민은 "베트남에서 태어난 어머니의 문화와 대만의 문화, 그리고 새롭게 만나게 된 한국의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주고 있다"며 "국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예술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K-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과 대만, 베트남을 잇는 젊은 예술인의 행보는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바다는 국경을 만들지 않는다. 하노이에서 시작된 한 편의 시는 대만을 거쳐 한국의 남해안 거제까지 흘러왔다. 서로 다른 언어와 역사, 문화를 지녔지만 시와 음악은 그 모든 경계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베트남인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따뜻한 감성과 대만 사회에서 길러낸 예술적 역량을 바탕으로 성장한 천더민은 이제 한국의 예술인들과 함께 새로운 창작의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
그의 한국 방문은 단순한 개인의 여행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과 대만, 베트남을 잇는 문화의 항로이며, 미래 세대가 함께 만들어 갈 아시아 문화공동체의 작은 이정표다.
어쩌면 진정한 국제교류는 거창한 외교 행사보다 한 편의 시와 한 곡의 노래,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진심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천더민의 한국 방문은 그 사실을 조용히 증명하며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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