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한글문학의 새로운 길을 묻다, 제12회 세계한글작가대회 15일 세종대서 개막… 국내외 작가·학자 한자리에

  • 등록 2026.09.14 13: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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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제정 100주년 맞아 'AI시대, 한글문학이 나아갈 길' 집중 조명
김홍신·김진명·톨스토이문학상 수상 작가 김주혜·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데이비드 맥켄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소장 등 세계적 문학·한국학 전문가 참여
한글문학의 뿌리와 세계적 확산, 미래 세대 한글교육까지 폭넓게 논의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글문학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인공지능(AI) 시대 한글문학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국제 문학의 장이 서울에서 펼쳐진다.

사단법인 국제PEN한국본부(이사장 심상옥)가 주최하는 제12회 세계한글작가대회(대회장 심상옥)가 오는 9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세종대학교 대양AI센터 대양AI홀을 중심으로 열린다. 올해 대회의 주제는 'AI시대, 한글문학이 나아갈 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SGI, 동서식품이 후원한다.

이번 대회는 특히 의미가 깊다. 2026년은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는 해이자, <훈민정음> 해례본 반포 580돌을 맞는 해다.

한글의 탄생과 발전을 되짚는 동시에 생성형 AI가 창작과 번역, 교육 등 문학 전반에 빠르게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한글문학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본격적으로 묻는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계 작가들이 모여 '한글문학의 오늘과 내일' 논의

올해 세계한글작가대회에는 김홍신 작가, 김진명 작가, 톨스토이문학상 수상 작가 김주혜, 조지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교수, 데이비드 맥켄 전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소장, 알브레히트 후베 독일 본대학교 명예교수 등 국내외 문학·한국학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국내외 작가들과 한글·한국문학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글문학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국제 문학행사다.

대회에서는 개회식과 기조강연을 비롯해 ▲미래 세대 한글교육의 방향성 ▲인공지능 시대, 한글문학이 나아갈 길 ▲한글문학의 뿌리와 꽃핌, 번짐 등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여기에 나라 밖 동포 작가 및 참가 작가 소개, 유학생 수료증 수여식, 문학단체의 역할에 대한 논의, 서울 역사문학기행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특히 올해의 주제인 'AI시대, 한글문학이 나아갈 길'은 문학계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인 질문이다.

AI는 이미 시와 소설을 쓰고, 외국어를 번역하며, 작품의 기획과 편집까지 돕고 있다. 문학 창작의 환경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AI가 문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문학의 본질까지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학에는 한 인간이 살아온 시간과 기억, 사랑과 이별, 고통과 희망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AI시대의 문학은 '얼마나 빠르게 쓸 것인가'보다 '무엇을, 왜 써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개회식…심상옥 대회장 대회사·김홍신 조직위원장 환영사

대회 첫날인 9월 15일 오후 4시 등록을 시작으로 오후 5시 개회식이 열린다.

개회식은 김종회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며 국민의례, '한글과 한국문학'을 주제로 한 대회 영상 상영에 이어 심상옥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이 대회사를, 김홍신 조직위원장이 환영사를 맡는다.

이어 이석연 전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장과 임헌영 국립한국문학관 관장의 축사가 예정돼 있으며, 한국문인협회·한국소설가협회·한국시인협회·한국작가회의·한국현대시인협회 등 주요 문학단체가 축시를 낭송한다.

개회식 축가는 소리꾼 장사익이 맡는다. 개회식 후에는 국내외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환영 만찬이 이어진다.

국내외 문인들이 언어와 국경을 넘어 한자리에 모이는 첫날부터 이번 대회의 핵심 가치인 문학을 통한 소통과 연대가 펼쳐지는 셈이다.

'AI시대, 작가의 자리는 어디인가'

이번 대회의 핵심 프로그램은 둘째 날인 9월 16일에 집중된다.

오전에는 김홍신 소설가를 비롯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한국적 서사의 작품으로 톨스토이문학상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김주혜, 그리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조지은 교수가 차례로 기조강연에 나선다.

오후에는 '미래 세대 한글교육의 방향성'을 주제로 한 발표에 이어 이번 대회의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인 '인공지능 시대, 한글문학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

방민호 서울대 교수의 '인공지능 시대 창작의 운명'을 비롯해 유성호 한양대 교수의 '인공지능 시대의 한국문학',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의 인공지능 글쓰기 관련 발표, 오형엽 고려대 교수의 '시적 인터페이스와 몽타주의 방법론', 정정호 전 한국영어영문학회 회장의 생성형 AI 문학번역 관련 발표 등이 이어진다.

이는 단순히 AI 기술을 문학 창작에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선다.

AI가 시와 소설을 쓰고 번역하는 시대에 인간 작가의 창작은 무엇이며, 문학의 고유한 가치와 인간의 감성·상상력은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자리다.

AI가 인간보다 빠르게 문장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인간 작가의 역할은 더욱 분명해질 수 있다. 기술은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한 인간이 살아온 삶의 무게와 그 삶에서 길어 올린 진실까지 대신 살아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글문학의 뿌리에서 세계로

셋째 날인 9월 17일에는 한글문학의 역사와 세계적 확산을 조명한다.

특별강연에는 데이비드 맥켄 전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소장과 알브레히트 후베 독일 본대학교 명예교수가 나선다.

이어 '한글문학의 뿌리와 꽃핌, 번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는 <월인천강지곡>을 비롯한 초기 한글문학의 의미부터 <구운몽> 등 고전문학, 미주 지역 한글문학, 그리고 국경을 넘어 다른 민족의 언어를 한글로 기록하는 사례까지 폭넓게 다뤄진다.

특히 인도네시아 부톤섬의 찌아찌아족과 한글의 만남을 다루는 발표는 한글이 단순히 한국인의 문자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문화권과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10개국 대표 유학생 수료증 수여식과 '한국문학 발전을 위한 문학단체 역할;을 주제로 한 발표도 마련된다.

이어 영화평론가이자 연세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인 양경미가 사회를 맡아 대회 주요 내용을 돌아보고, 심상옥 대회장의 폐회사와 제12회 세계한글작가대회 기록영상 상영, 대회 집행부 인사가 이어진다.

폐막식 축하공연으로는 JL싱어즈와 가수 유리(URI)의 무대가 마련돼 참가자들과 함께 대회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

경복궁·북촌에서 만나는 한글의 역사

대회는 강연장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 날인 9월 18일에는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으로 이동해 '경복궁과 서울 북촌'을 중심으로 역사문학기행에 나선다.

광화문 월대에서 시작해 광화문 현판 이야기, 근정전, 집현전, 경회루, 사정전, 강녕전, 흠경각, 국립민속박물관과 북촌 등을 둘러보며 한글이 탄생하고 발전해온 역사적 공간을 직접 찾아간다. 해설은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이 맡는다.

문학을 강연과 발표에만 가두지 않고 한글의 역사적 공간을 직접 걸으며 체험하는 문학기행으로 확장했다는 점도 이번 대회의 특징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베트남, 대만, 태국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작가들이 한글의 역사가 살아 있는 공간을 직접 걸으며 한국문학과 한글의 뿌리를 이해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글문학, AI를 넘어 인간의 언어로

이번 대회의 주제인 'AI시대, 한글문학이 나아갈 길'은 결국 AI와 문학의 관계를 넘어 인간과 문학의 관계를 다시 묻는 질문으로 읽힌다.

AI는 앞으로 더욱 정교한 문장을 만들어낼 것이다. 창작과 번역의 속도도 지금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다.

그러나 문학은 단순히 잘 만들어진 문장의 집합이 아니다.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기억, 고통과 사랑,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언어를 통해 작품으로 태어날 때 문학은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따라서 AI시대의 작가는 AI와 문장 생산 속도를 겨루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만이 살아온 삶과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한글문학의 세계화 역시 마찬가지다.

AI 번역기술은 한글문학이 세계 독자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학에는 단어와 문장만으로 옮길 수 없는 정서와 문화, 침묵과 행간이 있다.

기술이 번역의 문을 넓힌다면 인간 문학인은 그 문을 통해 한글문학의 정신과 감성을 어떻게 세계의 독자들에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는 AI를 경계하는 자리가 아니라, AI라는 새로운 문명의 도구를 어떻게 문학의 미래와 조화시킬 것인가를 모색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이 문장을 만들 수는 있어도, 삶까지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2026년은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다.

한글이 우리 민족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해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동시에, AI라는 전혀 새로운 환경 속에서 한글문학의 다음 100년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기자는 이번 대회의 주제인 'AI시대, 한글문학이 나아갈 길'에서 오히려 'AI’보다 '사람'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AI가 아무리 많은 글을 만들어내더라도 한 사람의 삶에서 나온 진실한 문장 하나가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문학이다.

어머니의 손길을 기억하는 문장, 고향의 냇물 소리를 잊지 못하는 문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품은 문장, 시대의 아픔을 견뎌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

그 안에는 데이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삶의 체온이 있다.

그래서 AI시대일수록 작가는 더 인간적이어야 한다. 더 깊이 보고, 더 오래 생각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소중하게 기억해야 한다.

한글 또한 과거의 유산에 머무는 문자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문학을 써 내려갈 현재진행형의 언어여야 한다.

세종이 백성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든 한글이 수백 년의 시간을 지나 AI라는 새로운 문명의 환경과 만났다.

이제 우리 앞에는 새로운 과제가 놓여 있다. AI를 어떻게 문학의 도구로 활용할 것인가. 그리고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만이 지켜낼 문학의 가치는 무엇인가.

제12회 세계한글작가대회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자리다.

한글문학의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성찰하며, 내일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다.

기술이 문장을 만들 수는 있어도 삶까지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그리고 삶을 살아낸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한글로 기록하는 한, 문학은 계속될 것이다.

한글은 지나간 시대를 기록한 문자가 아니라 오늘의 삶을 쓰고 내일의 꿈을 쓰는 문자다.

제12회 세계한글작가대회가 AI시대 한글문학의 새로운 길을 여는 뜻깊은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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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섭 기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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