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 장건섭 기자 = 소설가 김진명 작가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와 그 정신을 문학의 시선으로 되짚으며, 한글이 한국문학의 정체성과 세계적 확장 가능성을 함께 품은 문화적 자산이라는 점을 조명했다.
김진명 작가는 16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AI센터 대양AI홀에서 열린 제12회 세계한글작가대회 주제발표 1 '미래 세대 한글교육의 방향성'에서 '소설 <세종의 나라>를 통해 본 한글과 한국문학'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김 작가가 최근 펴낸 장편소설 <세종의 나라>를 중심으로 세종의 한글 창제에 담긴 의미와 오늘날 한국문학이 한글을 통해 세계와 만나는 과정에 주목했다.
주제발표 1은 김종회 문학평론가·한국문학관협회 회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김진명 작가에 이어 주수자 소설가, 이승하 시인, 김봉섭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가 각각 한글교육과 디아스포라, 국내외 한글교육의 방향을 발표했다.
<세종의 나라>에서 다시 만난 한글의 출발점
김진명 작가는 <세종의 나라>를 집필하면서 한글 창제의 역사적 사건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왜 세종이 새로운 문자를 만들고자 했는가, 그리고 그 문자가 오늘날 한국인의 삶과 문학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는 질문을 소설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김 작가는 앞서 공개한 인터뷰에서 세종의 한글 창제를 소설로 다루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글의 과학성과 창제 원리에 대해 더 깊이 살펴보면서 작품을 반드시 써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음의 기본적인 획과 한글의 구조에 주목하면서 한글의 문자 체계가 지닌 독창성을 작품 속에서 조명했다고 밝혔다.
그가 <세종의 나라>에서 바라본 세종은 단순히 위대한 문자를 창제한 역사적 인물에 그치지 않는다. 백성이 자신의 생각과 말을 자유롭게 기록하고 소통할 수 있는 문자 체계를 만들고자 했던 군주라는 점에서, 한글 창제는 문자와 인간, 그리고 문화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건으로 읽힌다.
김 작가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세종과 한글 창제, 당시 조선의 상황을 함께 조망하는 문학작품을 쓰는 일이 자신에게 중요한 과제였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았다.
한글, 문학을 담는 그릇에서 세계와 만나는 언어로
이번 발제에서 주목할 대목은 한글을 문자 자체의 우수성에만 가두지 않고 한국문학과 연결해 바라본다는 점이다.
한글은 한국인의 삶과 생각, 감정과 기억을 기록해 온 문자다. 그리고 그 문자로 쓰인 시와 소설, 수필과 희곡은 한국인의 역사와 문화적 경험을 축적해 왔다.
김진명 작가가 <세종의 나라>를 통해 세종과 한글을 다시 소설의 중심에 세운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한글의 탄생을 역사적 사건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글이 한국문학이라는 문화적 형식으로 어떻게 이어졌으며 오늘의 문학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되묻는 것이다.
특히 올해 세계한글작가대회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자 훈민정음 해례본 반포 580돌을 맞아 열리고 있다. 대회 자체가 한글과 한국문학의 역사적 뿌리를 돌아보는 동시에 미래 세대의 한글교육과 세계화를 함께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김 작가의 발제는 대회의 주요 의제와 맞닿아 있다.
"한글을 배우는 것”에서 “한글로 문학을 만나는 것"으로
이번 주제발표의 제목이 ‘미래 세대 한글교육의 방향성’이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한글교육은 그동안 문자와 언어를 익히는 교육에 상당한 비중을 두어 왔다. 그러나 한글을 통해 한국의 문학과 역사,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직접 문학을 창작하는 단계로 나아간다면 한글교육의 의미는 더욱 넓어진다.
세계한글작가대회 역시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김진명 작가의 발표에 이어 주수자 소설가는 <해례본을 찾아서>를 통해 한글교육을, 이승하 시인은 디아스포라 환경에서의 한글교육을, 김봉섭 교수는 국내외 한글학교의 교육 방향을 다룬다. 해외 동포 작가들이 지정토론자로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를 보태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는 한글의 미래가 국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해외 동포사회와 외국인 학습자, 세계 각국의 독자와 문학인들에게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한글문학의 세계화, 결국 사람의 이야기로
제12회 세계한글작가대회는 16일 오후 이어지는 주제발표 2에서 'AI시대, 한글문학이 나아갈 길'을 다룬다. 방민호 서울대 교수, 유성호 한양대 교수,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 오형엽 고려대 교수, 정정호 문학평론가 등이 AI 시대의 창작과 한국문학, 시적 표현, 문학번역의 가능성과 한계를 논의한다.
결국 이날 오전 김진명 작가가 던진 한글과 한국문학에 대한 질문은 오후의 AI 문학 논의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문자를 만드는 기술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문학을 전달하는 매체 역시 변화할 수 있다. 그러나 한글로 기록하고 문학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사람의 생각과 감정, 삶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문학의 중심에 남는다.
<세종의 나라>를 통해 한글의 출발점을 다시 바라본 김진명 작가의 발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 한글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한글은 세종의 시대에 태어났지만, 한글문학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세계의 독자와 새로운 세대, 그리고 AI라는 새로운 창작 환경을 만나는 지금부터 한글문학의 다음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이번 제12회 세계한글작가대회는 그 새로운 이야기를 국내외 작가와 학자, 교육자와 독자가 함께 써 내려가는 자리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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