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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넥타이를 벗은 대통령들

노무현과 오바마, 권위를 내려놓은 지도력의 시각 언어


대통령이 넥타이를 벗는 순간, 무엇이 달라질까. 그것은 단순한 복장 선택이 아니라 권력을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다. 노무현과 버락 오바마, 서로 다른 나라의 두 대통령이 공통으로 선택한 ‘노타이’는 탈권위적 지도력이라는 시대의 언어였다. 이 칼럼은 넥타이라는 시각적 상징을 통해, 민주주의가 권위와 거리를 두는 방식이 어떻게 정치의 본질을 바꾸었는지를 짚어본다.[편집자 주]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대통령의 넥타이는 단순한 복식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 권력의 시각적 상징이며, 근대 국가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권위의 결정체다. 정장과 넥타이는 ‘국가 원수다움’을 구성하는 일종의 의례였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넥타이를 벗는 장면은 사소한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권력과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드러내는 정치적 언어에 가깝다

.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서로 다른 국가, 다른 문화, 다른 정치 환경 속에 있었지만 공통으로 ‘넥타이를 벗은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로 기억된다. 두 사람 사이에 직접적인 영향 관계를 입증할 만한 근거는 없다. 그러나 이들의 선택은 21세기 민주주의가 공유한 하나의 흐름, 곧 탈권위적 지도력이라는 시대정신 위에서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각료회의를 주재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복장 자율화가 아니었다.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은 오랫동안 ‘군림하는 존재’로 인식돼 왔다. 군사정권을 거치며 굳어진 상명하복의 관료문화, 대통령의 말이 곧 명령이 되는 정치 구조 속에서 복장은 권력의 위계를 시각화하는 장치였다.

이런 환경에서 노무현의 '노타이'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대통령도 회의실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시민일 뿐이며, 권위는 거리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선언이었다. 그는 형식을 낮추는 대신 토론을 강조했고, 침묵하는 장관보다 반대 의견을 말하는 각료를 높이 평가했다. 넥타이를 벗은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는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물론 이 선택은 환영만 받지 않았다. “국격을 떨어뜨린다”, “대통령답지 않다”는 비판은 당시 사회가 여전히 권위를 외형에서 찾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노무현의 노타이는 더욱 급진적이었다. 그것은 개인의 스타일이 아니라, 한국 정치문화 전반에 대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넥타이를 매지 않은 모습이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난 장면은 재임 이후 공개된 공식 초상화다. 2018년 스미스소니언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 공개된 그의 초상화에서 오바마는 정장을 입었지만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 이는 미국 대통령 공식 초상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은 제도적 민주주의가 비교적 안정된 국가다. 대통령의 권위는 개인의 위엄보다 헌법과 시스템에 의해 유지된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의 노타이는 한국의 경우만큼 급진적인 파괴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권위의 재해석이었다. 오바마는 엄숙한 통치자 대신 사유하고 대화하는 인물로 자신을 그려 보였다. 넥타이를 생략한 차림은 권력을 내려놓았다는 뜻이라기보다, 권력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묻는 시도에 가까웠다. 그는 명령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설득하는 대통령,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 속에 존재하는 시민으로 자신을 위치시켰다.

노무현과 오바마 사이에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단선적 인과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학문적으로도 무리다. 중요한 것은 영향의 방향이 아니라 질문의 유사성이다. 두 대통령은 공통으로 묻고 있었다.

대통령의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권력은 외형에서 나오는가, 신뢰에서 나오는가. 지도자는 위에 서야 하는가, 함께 있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두 사람의 대답은 넥타이를 벗는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그것은 말이 아닌 이미지, 제도가 아닌 일상의 선택을 통한 정치적 발화였다.

전통적으로 넥타이는 남성 권력의 상징이었다. 기업 CEO, 고위 관료, 국가 지도자는 넥타이를 통해 자신이 ‘결정하는 위치’에 있음을 드러냈다. 그런 상징을 벗는 행위는 권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노무현은 "권위주의를 버려야 민주주의가 산다"고 믿었다.

오바마는 "다양성과 포용은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들의 노타이는 각자의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했던 조건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결과였다.

오늘날 넥타이를 매지 않는 정치인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그 의미가 언제나 같았던 것은 아니다. 노무현과 오바마의 노타이는 단순한 캐주얼화의 시작이 아니라, 권위가 재구성되던 역사적 순간의 상징이었다.

이 상징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여전히 외형에 권위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은가. 형식이 사라진 자리에 진짜 민주주의가 들어섰는지, 아니면 또 다른 방식의 위계가 자라고 있는지는 끊임없이 점검해야 할 문제다.

넥타이를 벗은 대통령들은 말없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위에서 내려다볼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볼 때 비로소 작동한다고. 그리고 그 메시지는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회 평론가)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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