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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출신 이신경 시인, '대지문학대상' 수상… 문학으로 삶을 건너는 한 가족의 서사

남편 인묵 김형식·오빠 이상완 씨도 중견 시인으로 활동
이신경 시인, "문학은 상처를 향기로 바꾸는 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문학은 시대의 상처를 기록하는 동시에, 그 상처를 견디는 방식이기도 하다. 전남 고흥 출신인 이신경 시인이 2025년 '대지문학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그의 시 세계와 삶의 궤적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대지문학대상 시상식에서 이신경 시인은 시집 <별빛의 사계> 외 5편의 작품으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 소감에서 이신경 시인은 "문학은 영혼의 상처를 사랑의 향기로 바꿔주는 행위"라며 "책의 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끝까지 성실하게 써 나가겠다"고 말했다. 담담했지만 오래 남는 말이었다.

"상처를 견디는 언어, 시대를 건너는 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종규 대지문학회 회장은 "이신경 시인의 시는 대지문학 2025년 성찬의 축제에 적절한 연회의 힘으로 언어가 가진 방향을 모색하는 귀한 작품"이라며 "상실의 시대를 건너는 다리이자, 우리를 붙드는 숨결 같은 시"라고 평했다.

대지문학대상은 문단 내에서도 기교보다 삶의 진정성과 시대 인식을 중시하는 상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수상과 함께 발표된 이신경 시인의 작품들은 자연과 시간, 상실과 고요를 응축된 언어로 포착한 시편들이다.

'벌목외', '나의 시계는 몇 시인가', '옷', '빈 집에 보내는 가을편지', '헌책방' 등 모두 5편이 선정됐다. 이들 작품은 나이테와 초침, 빈 집과 헌책방 같은 일상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인간 존재의 시간성과 고독을 담담하게 드러내며, 절제된 언어 속에 깊은 사유의 울림을 축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신경 시인은 전남 고흥읍 서문리 출생으로, 2018년 <현대문예사조>를 통해 등단,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잇는 서정적 언어를 바탕으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삶의 상처와 일상의 균열을 섬세한 시어로 포착해 온 그는 인간 존재에 대한 연민과 성찰을 시의 중심에 두고, 화려함보다는 오래 남는 울림을 지향하는 시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동안 다수의 시집을 펴내며 문단 안팎에서 신뢰를 쌓아왔으며, 이번 대지문학대상 수상을 통해 '삶을 건너는 언어'로서의 시적 성취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현재도 일상의 언어 속에서 시대의 감정을 길어 올리는 작업을 멈추지 않으며, 문학이 인간을 지탱하는 마지막 손잡이일 수 있음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으로 활동하며, 송파문인협회 시분과 이사, 시성 한하운문학회 부이사장, 한국비평가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시집 <물빛 꿰매>, <짚베옷에 흘린 눈물> 등을 펴냈으며, 한국창작문학대상과 '시가 흐르는 서울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신경 시인은 "독기를 품은 기쁨"과 "다람쥐가 무슨 생각으로 채바퀴를 돌리는지 모르는 삶"을 이야기하며,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언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위로를 끝내 놓지 않는다. "시를 쓴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영혼을 함부로 포기하지 않는 일"이라는 그의 문장은, 이번 수상의 의미를 응축한다.

문학으로 이어진 인연, 시로 살아가는 가족

이신경 시인의 문학적 여정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하나의 '문인 가족' 서사로 확장된다. 남편은 시인이며 수필가, 평론가인 인묵 김형식, 오빠는 시인 이상완. 가족 모두가 문학으로 서로의 삶을 지탱해온 이들은 "시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태도"라는 공통의 신념을 공유한다.

김형식 시인은 한국작가회의, 한국문인협회 시 분과 회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작가문화대상과 서울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퇴직 이후에도 고흥 인물 탐방과 역사 기록 활동을 이어가며, 삶과 문학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시인 이상완 역시 문학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문단의 신뢰를 받아왔다.

이신경 시인은 "문인 가족으로 유명하다는 말보다, 서로의 글을 가장 먼저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더 큰 축복"이라고 말한다. 문학은 이 가족에게 명예가 아니라 생활이며, 위로이고, 책임이다.


'대지문학', 삶의 뿌리를 묻는 문학의 자리

대지문학은 2021년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언론인 등으로 활동해온 박종규 회장이 창간한 계간지로, 현장의 언어와 삶의 서사를 중시하는 문학적 지향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수상은 대지문학이 걸어온 25년의 궤적과도 맞닿아 있다.

문학이 점점 속도와 소비의 논리에 포섭되는 시대, 이신경 시인의 수상은 '느린 언어', '버티는 문장'의 가치를 다시 묻는다.

그의 시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오래 남는다. 그것은 아마도 시가 삶에서 출발해 다시 삶으로 돌아오기 때문일 것이다.

"문학은 상처를 없애주지는 않지만, 그 상처가 덜 아프게 숨 쉬도록 곁에 머문다."

이신경 시인의 문학이 우리 시대에 건네는 조용한 문장이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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