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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창일 시인, 피부의 시학(詩學)을 쓰는 K-뷰티

은폐의 미학에서 회복의 철학으로… 세계는 지금 '한국의 피부 언어'를 배우고 있다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그의 미학 에세이 <현대의 삶을 그리다>에서 화장(化粧)을 고귀한 정신적 행위로 격상시켰다.

그에게 화장이란 단순히 결점을 가리는 행위가 아니라, 가공되지 않은 거친 '자연 상태'의 인간을 예술적 차원의 '초자연'으로 끌어올리는 숭고한 극복이었다.

오랫동안 서구의 뷰티 문법은 이 '극복'을 철저히 은폐와 수정의 관점에서 해석해 왔다. 두꺼운 파운데이션으로 본래의 피부를 지우고, 강한 산성 성분으로 표피를 벗겨내며, 인위적인 색조로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미의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미학의 견고한 성벽에 거대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진앙지는 동쪽의 작은 반도, 대한민국이었다.

오늘날 세계 뷰티 시장을 이끄는 할리우드 배우와 글로벌 톱모델들은 한국 화장품(K-뷰티)을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한국 화장품이 지닌 철학과 문화적 가치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켄달 제너,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 헤일리 비버, 드류 배리모어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한국 스킨케어를 극찬하는 현상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이는 피부를 바라보는 인류의 미학이 '정복과 은폐'에서 '공존과 회복'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문화적 전환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가 극찬한 한국 브랜드 코스알엑스(COSRX)의 '달팽이 에센스'다.

달팽이 점액질(뮤신)이라는 서구 소비자들에게는 낯설고 이질적인 성분을 과감하게 전면에 내세운 이 제품은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피부 장벽을 회복하고 깊은 보습을 선사하는 독창적인 제형은 기존 화장품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배우 루시 헤일이 탄산 버블 마스크를 사용하며 감탄했던 것처럼, 한국 화장품은 기능만이 아니라 사용 과정 자체를 하나의 즐거운 경험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러한 혁신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시스템과 빠른 연구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끊임없이 새로운 제형과 성분을 개발해 왔다.

달팽이 점액, 병풀(시카), 발효 성분, PDRN(연어 유래 성분) 등은 이제 세계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무엇보다 K-뷰티가 세계에 제시한 가장 큰 미학은 '유리 피부(Glass Skin)'라는 개념이다.

이는 단순히 흠 없는 피부를 의미하지 않는다. 피부 속에서부터 맑은 수분과 생기가 차오르는 건강한 상태를 뜻한다.

헤일리 비버와 켄달 제너가 한국식 스킨케어에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피부를 자극하기보다 장벽을 보호하고, 억지로 바꾸기보다 본래의 힘을 회복시키는 철학은 서구식 피부관리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드류 배리모어가 한국 마스크팩을 두고 "피부의 운명을 바꾼 제품(Game-changer)"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러한 철학의 힘 때문이다.

문학이 거칠고 복잡한 언어를 다듬어 인간 내면의 본질을 길어 올리는 예술이라면, K-뷰티 역시 피부의 본질을 회복시키는 또 하나의 문화예술이다.

인위적인 색과 두꺼운 화장으로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피부 본연의 생명력과 건강함을 되찾아 스스로 빛나게 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K-뷰티가 세계 미용 시장의 새로운 기준(New Standard)이 된 이유다.

K-뷰티는 더 이상 하나의 산업이나 수출 품목이 아니다. 그 안에는 생명을 존중하는 철학과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미학, 그리고 기술과 감성을 조화시키는 한국 문화의 가치가 담겨 있다.

문학은 인간의 내면을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빚어내는 예술이다. 시 한 편이 삶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한 사람의 존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듯, 오늘날 K-뷰티는 피부를 단순히 꾸미는 기술을 넘어 인간의 본래 아름다움을 회복하는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나 뛰어난 품질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안에는 피부를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일부로 바라보는 철학이 담겨 있다.

결점을 감추기보다 건강을 되찾고, 화려함보다 자연스러운 빛을 존중하는 미학은 이제 한국 문화가 세계와 나누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

결국 K-뷰티는 화장품을 수출하는 산업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아름다움의 철학을 전하는 문화 콘텐츠로 성장했다. 한류의 새로운 얼굴은 드라마와 K-팝을 넘어 피부 위에서도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시가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삶의 방향을 바꾸듯, 좋은 화장품은 한 사람에게 건강한 자신감과 삶의 품격을 선물한다.

세계는 지금 한국 화장품의 성분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피부에도 시학(詩學)이 존재한다'는 새로운 아름다움의 철학을 배우고 있다.

K-뷰티는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이 아니라, 피부 위에 써 내려가는 한 편의 시(詩)이다.


-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화 평론가)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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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순례길에서 피어난 따뜻한 기도… 신영옥 시인, 제6시집 <순례길에서 만나다> 출간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삶은 누구에게나 한 번뿐인 순례길이다. 누구는 산을 넘고, 누구는 강을 건너며, 또 누구는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자신의 길을 완성해 간다. 신영옥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순례길에서 만나다>(그린아이)를 펴냈다. 그린아이 시선 023번째 권으로 출간된 이번 시집은 '순례'를 삶의 은유로 삼아 자연과 인간, 역사와 신앙, 그리고 일상의 성찰을 따뜻한 언어로 담아낸 작품집이다. 시집에는 모두 6부, 90여 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봄의 생명력에서 시작해 사랑과 계절, 여행과 역사, 가족과 신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삶의 풍경을 담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시인은 길 위에서 만난 자연을 노래하면서도 결국 사람을 이야기하고, 풍경을 묘사하면서도 삶의 본질을 성찰한다. 제1부 '벙긋 피어나라, 봄'에서는 '입춘', '삼월의 순례길', '생명나무'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노래한다. 자연의 작은 변화 속에서 생명의 질서와 인간의 삶을 읽어내는 시인의 시선이 돋보인다. 제2부 '사랑을 위하여'에서는 산수유와 백목련, 능소화, 넝쿨장미, 무궁화 등 꽃과 나무를 소재로 사랑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식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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