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보령=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작은 꽃이 바람 속에 피어나듯, 나도 그렇게 봉성리에서 피어납니다."
한국으로 시집온 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낯선 타향에서 흘린 눈물과 희망을 담아 쓴 시 한 편이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충남 보령시 미산면 봉성리문화예술창조마을(이장 김유제)이 주최하고, (사)한국문인협회보령지부(회장 김유제 시인), 보령시, 보령예총이 후원한 제1회 봉성천렵문학축제 마을문학공모 부문에서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이지윤(29·베트남명 응우옌 티 디에우 히엔, Nguyễn Thị Diệu Hiền) 씨의 시 '봉성리의 봄날처럼'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공모는 주민들의 삶과 마을의 이야기를 문학으로 기록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대상 수상작은 이주민의 삶을 넘어 봉성리가 품고 있는 따뜻한 공동체 정신을 가장 진솔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부상으로 작품을 새긴 문학 시비가 제작된다. 시비는 오는 9월 개최 예정인 제2회 봉성천렵문학축제에서 봉성리문학공원에 작가 대상 전국 공모 대상 수상작들과 함께 설치돼 제막식을 갖고, 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오래도록 감동을 전하게 된다.
이지윤 씨는 베트남 남부 메콩강 삼각주 도시 껀터(Thành phố Cần Thơ) 출신이다. 지난 2017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한국으로 건너온 뒤 현재는 남편과 함께 봉성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1남 1녀를 키우고 있다.
낯선 언어와 문화, 생활방식의 차이,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고향을 떠나온 외로움은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새벽부터 밭에서 흙을 만지고 계절을 배우며, 이웃들과 정을 나누는 사이 봉성리는 어느새 또 하나의 고향이 되었다.
그 마음을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이 바로 '봉성리의 봄날처럼'이다.
"하루 하루 흙 묻은 손으로 삶을 일구다 보니 웃음도 눈물도 이곳에 뿌리네요."
화려한 수사보다 진솔한 고백으로 쓰인 이 한 줄은 이주민의 삶을 넘어 오늘날 농촌을 함께 일구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읽힌다.
특히 마지막 연은 심사위원과 주민들의 마음을 깊이 울렸다.
"작은 꽃이 바람 속에 피어나듯 / 나도 그렇게 / 봉성리에서 피어납니다."

■ "서툰 한국말로 쓴 시… 제 마음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상 수상의 기쁨을 안은 이지윤 씨는 "아직도 한국말이 많이 서툴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말도 잘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달라 매일 울었던 기억이 많았다"며 "가족이 보고 싶어 베트남 하늘을 바라보며 많이 그리워했다"라고 말했다.
이지윤 씨는 이어 "시를 쓰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라며 "사전을 찾아가며 한국말 한 글자 한 글자를 고쳐 쓰고, 여러 번 읽으며 제 마음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부족한 한국어로 쓴 제 시를 좋게 봐주시고 큰 상까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지윤 씨는 그러면서 "이제 봉성리는 저와 아이들이 살아갈 고향입니다. 앞으로도 농사를 열심히 짓고,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며 이 마을에서 꽃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베트남에 계신 부모님께도 이 기쁜 소식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 김유제 회장 "봉성리가 또 하나의 고향이라는 고백에 큰 감동"
김유제 봉성리문화예술창조마을 이장이자 한국문인협회 보령지부 회장은 "이지윤 씨의 시는 문학적 기교보다 삶의 진정성이 먼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 작품"이라며 "봉성리가 또 하나의 고향이 되었다는 그의 고백은 마을 주민 모두에게도 큰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결혼이주민들이 우리 공동체의 소중한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 작품이 아름답게 증명해 주었다"며 "문학은 언어를 넘어 마음을 이어주는 힘을 갖고 있다. 이번 시비는 한 사람의 수상 기념물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공동체 정신을 상징하는 마을의 문화유산이 될 것"이라고 축하했다.
김 회장은 또 "앞으로도 봉성천렵문학축제는 주민 누구나 자신의 삶을 문학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열린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봉성리가 사람과 문학, 자연이 함께 숨 쉬는 문화예술마을로 자리매김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제1회 봉성천렵문학축제 마을문학공모 부문 대상작
봉성리의 봄날처럼
- 이지윤(응우옌 티 디에우 히엔, Nguyễn Thị Diệu Hiền)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낯설고 고요한 들길 끝에서
멀리 고향 하늘을 그리워했지만
하루 하루 흙 묻은 손으로
삶을 일구다 보니
웃음도 눈물도 이곳에 뿌리네요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작은 꽃이 바람 속에 피어나듯
나도 그렇게
봉성리에서 피어납니다.
이번 대상작은 한 명의 결혼이주여성의 삶을 넘어 다문화 시대 한국 농촌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봉성리는 더 이상 낯선 타향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품어주는 또 하나의 고향이 되었고, 시는 그 마음을 가장 아름답게 증언하는 언어가 되었다.
오는 9월 봉성리문학공원에 세워질 '봉성리의 봄날처럼' 시비는 한 편의 시를 기념하는 것을 넘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희망을 상징하는 문학의 이정표로 오래도록 사람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 꽃 한 송이가 피어나기까지는
이지윤 씨의 '봉성리의 봄날처럼'은 한 편의 수상작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결혼이주여성들의 삶을 비추는 작은 거울이다.
사랑을 믿고 국경을 넘어 한국으로 온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은 낯선 언어와 문화, 음식과 생활방식, 가족관계와 육아, 농촌과 도시의 환경 차이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언어가 서툴러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오해와 외로움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대부분은 가정을 지키고 아이를 키우며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 되기 위해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일구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제 결혼이주민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국민이자 소중한 이웃으로 바라보아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어 교육을 비롯해 한국 역사와 문화, 생활예절, 법률과 행정, 자녀교육, 취업과 창업 등 실생활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체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농촌지역 결혼이주여성들이 지역사회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문화예술 활동과 마을공동체 참여 기회를 넓히고, 상담과 심리 치유, 통번역 서비스 등도 촘촘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그리고 지역 주민 모두가 함께 손을 맞잡을 때, 이들의 정착은 단순한 '적응'을 넘어 진정한 '공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봉성리문화예술창조마을이 마련한 이번 마을문학공모와 문학시비 건립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뜻깊다. 문학은 언어의 높낮이를 따지지 않고 마음을 읽으며, 국적보다 사람을 먼저 바라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9월 봉성리문학공원에 세워질 '봉성리의 봄날처럼' 시비는 한 사람의 수상을 기념하는 돌비석이 아니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낯선 이방인이 이웃이 되어 새로운 고향에서 꽃을 피워내는 대한민국 다문화 시대의 희망을 새기는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언젠가 봉성리를 찾은 누군가가 그 시비 앞에 오래 발길을 멈춘다면, 그가 읽게 될 것은 한 편의 시만이 아닐 것이다. 고향을 떠난 한 여인의 눈물과 용기, 그리고 그 눈물을 따뜻하게 품어준 마을의 사랑일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다문화'라는 말보다 더 아름다운 한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함께 살아가는 우리.'
i24@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