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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이슈 작가 문학작품 選] 베트남 국민시인 후우 틴(Hữu Thỉnh)의 시 '묻다(Hỏi)' 외 1편

질문은 끝나지 않는다, 사랑은 바다를 건넌다
후우 틴 시인의 시는 단순한 번역 작품이 아니라 두 나라의 마음을 잇는 문학의 다리


(서울·하노이=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 나라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 나라의 역사와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일이다.

베트남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국민시인 후우 틴(Hữu Thỉnh) 시인의 시는 전쟁과 평화, 자연과 인간, 사랑과 공존을 가장 담백한 언어로 노래한다. 총성과 폐허를 지나온 한 민족의 기억은 그의 시 속에서 땅이 되고, 물이 되고, 풀이 되며, 끝없이 출렁이는 바다가 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후우 틴 시인의 '묻다(Hỏi)'는 인간의 공존을 향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대표작이며, '바다에서 쓴 시(Thơ ở biển)'는 전쟁 이후 더욱 절실해진 사랑과 존재의 의미를 노래한 베트남 현대시의 걸작이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주제를 담고 있지만, 결국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후우 틴 시인의 시 작폼 한국어 번역은 베트남의 레땅환(Lê Đăng Hoan) 박사(베트남 한국학자·문학번역가), 작품 해설은 본지 편집국장 장건섭 시인이 맡았다.

묻다(Hỏi)
- 후우 틴(Hữu Thỉnh)

나는 땅에게 물었다.
"땅은 땅과 어떻게 살아가는가?"

땅이 대답했다.
"우리는 서로를 받쳐 더 높이 세워 준다."

나는 물에게 물었다.
"물은 물과 어떻게 살아가는가?"

물이 대답했다.
"우리는 서로를 채워 더 깊어 간다."

나는 풀에게 물었다.
"풀은 풀과 어떻게 살아가는가?"

풀이 대답했다.
"우리는 서로 기대어 어우러지고,
마침내 하나의 지평을 이룬다."

나는 사람에게 물었다.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살아가는가?"

나는 다시 사람에게 물었다.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살아가는가?"

그리고 또다시 사람에게 물었다.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살아가는가?"

- 1992


Hỏi
- Hữu Thỉnh

Tôi hỏi đất: Đất sống với đất như thế nào?
- Chúng tôi tôn cao nhau

Tôi hỏi nước: Nước sống với nước như thế nào?
- Chúng tôi làm đầy nhau

Tôi hỏi cỏ: Cỏ sống với cỏ như thế nào?
- Chúng tôi đan vào nhau
Làm nên những chân trời

Tôi hỏi người:
- Người sống với người như thế nào?

Tôi hỏi người:
- Người sống với người như thế nào?

Tôi hỏi người:
- Người sống với người như thế nào?

- 1992


◇ 자연은 함께 사는데, 사람은 왜 서로를 묻는가

1992년은 베트남이 '도이머이(Đổi Mới·쇄신)' 정책을 통해 전쟁의 상처를 딛고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 가던 시기였다. 수십 년 동안 전쟁과 분단, 가난을 겪은 베트남 사회는 경제의 회복 못지않게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공동체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후우 틴 시인은 답을 자연에서 찾는다. 땅은 서로를 받쳐 더 높아지고, 물은 서로를 채워 더 깊어지며, 풀은 서로 얽혀 하나의 지평을 만든다. 그러나 사람에게만 답이 없다.

시인은 세 번이나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살아가는가?"

그 침묵은 독자에게 맡겨진 답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인간의 갈등은 끝났는가. 경제는 성장했지만 인간성도 함께 성장했는가.

후우 틴 시인은 자연보다 못한 인간 사회를 조용히 성찰하게 만든다. 짧은 시이지만 불교적 공존 사상과 농경문화의 공동체 정신, 그리고 베트남인의 삶의 철학이 응축된 대표적인 현대 철학시라 할 수 있다.

바다에서 쓴 시(Thơ ở biển)
- 후우 틴(Hữu Thỉnh)

그대가 내 곁을 떠나자
달도 외롭고
태양도 외롭다.
끝없이 넓고 긴 바다도
돛배 하나 떠나가면
문득 쓸쓸해진다.
바람은 채찍이 아닌데도
산은 끝내 닳아내리고,
그대는 저녁노을이 아닌데도
내 마음을 보랏빛으로 물들인다.
파도는
그대를 해안으로 데려가지 않으면
결코 해안에 닿지 못한다.
파도가 나를
이토록 흔들어 놓는 것은
모두
그대 때문이리.


Thơ ở biển
- Hữu Thỉnh

Anh xa em
Trăng cũng lẻ
Mặt trời cũng lẻ
Biển vẫn cậy mình dài rộng thế
Vắng cánh buồm một chút đã cô đơn.
Gió không phải là roi mà đá núi phải mòn
Em không phải là chiều mà nhuộm anh đến tím
Sóng chẳng đi đến đâu nếu không đưa em đến
Vì sóng đã làm anh
Nghiêng ngả
Vì em...


※ 주 : 이 작품은 베트남의 대표 작곡가 푸 꽝(Phú Quang)이 곡을 붙여 '바다, 그리움 그리고 그대'라는 가곡으로 발표되어 베트남에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 전쟁을 건너온 사랑은 바다보다 깊다

후우 틴 시인은 군인으로 전쟁을 겪은 시인이다. 그에게 사랑은 평온한 일상의 감정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더욱 절실해진 존재의 이유였다.

시의 첫머리에서 "달도 외롭고 / 태양도 외롭다."라고 노래하는 것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다.

전쟁은 사람뿐 아니라 세상의 질서까지 외롭게 만들었다는 상징이다. 바다는 아무리 넓어도 돛배 하나가 사라지면 외롭다. 거대한 존재도 서로를 통해 비로소 완전해진다는 뜻이다.

특히 "파도는 그대를 데려가지 않으면 / 결코 어디에도 이르지 못한다."라는 구절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말한다.

사랑은 목적지가 아니라 살아가는 이유이며, 희망은 인간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이 작품이 베트남 국민가곡으로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랑을 노래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전쟁 이후 다시 삶을 일으켜 세운 한 민족의 희망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 후우 틴(Hữu Thỉnh) 시인

후우 틴(Hữu Thỉnh) 시인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국민시인이자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베트남 문학예술연합회 회장과 베트남작가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베트남 현대문학의 발전을 이끌었다.

전쟁을 직접 체험한 세대로서 그의 문학은 총성과 폐허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평화, 자연과 생명의 가치를 일관되게 노래해 왔다.

1942년 2월 15일, 베트남 북부 빈푹성(현 푸토성) 탐즈엉현 두이피엔(Phú Vinh, Duy Phiên)에서 태어난 후후 틴은 본명은 응우옌 후우 틴(Nguyễn Hữu Thỉnh)이며, Vũ Hữu, Ngôn Thanh 등의 필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1963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베트남 인민군 기갑부대에 입대하여 케산(Khe Sanh), 9번 국도–남라오 전선, 꽝찌 전투, 서부고원 전역, 그리고 호찌민 작전(1975) 등 베트남전의 주요 전장을 직접 누볐다.

전쟁은 그의 삶을 바꾸었고, 훗날 그의 문학세계를 이루는 가장 깊은 정신적 토양이 되었다.

1975년 통일 이후에는 응우옌주(Nguyễn Du) 문예창작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으며, 1987년에는 구소련 고리키 국제문학아카데미에서 고급 문예과정을 수료하였다.

이후 군 문예지 <반응에 꾸언도이(Văn nghệ Quân đội)> 편집위원과 시 부문 책임자, 부편집인을 거쳐, 베트남작가협회로 자리를 옮겨 주간 <반응에(Văn Nghệ)>와 계간 <시(Thơ)>의 편집장을 역임하였다.

또한 베트남작가협회 집행위원회 위원을 제3대, 제4대, 제5대, 제6대, 제7대, 제8대, 제9대까지 역임했으며, 베트남작가협회 회장, 베트남문학예술연합회 회장, 국가문화유산위원회 위원, 중앙 문예이론비평위원회 부위원장, 베트남 국회 제10·11대 의원, 베트남 조국전선 중앙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내며 창작뿐 아니라 베트남 문학예술 정책과 문화 발전을 이끌어 온 대표적인 문학행정가이기도 하다.

2020년 공식 은퇴한 뒤에도 베트남작가협회 제10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과 국제 문학교류에 힘쓰고 있다.

후우 틴 시인은 시를 비롯해 장시(長詩), 소설, 문학평론, 수필, 기행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20여 권이 넘는 저서를 발표한 베트남의 대표적인 문인이다.

대표 작품으로는 <참호의 메아리>(Âm vang chiến hào), <도시로 가는 길>(Đường tới thành phố), <참호에서 도시까지>(Từ chiến hào tới thành phố), <숲속의 노래>(Tiếng hát trong rừng), <겨울의 편지>(Thư mùa Đông), <바다 장시>(Trường ca biển), <대지의 힘>(Sức bền của đất), <시간과의 협상>(Thương lượng với thời gian), <희망의 이유>(Lý do của hy vọng), <떤짜오의 달>(Trăng Tân Trào), <구름 뒤의 메모>(Ghi chú sau mây)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철학적인 언어와 깊은 서정성을 바탕으로 전쟁의 기억을 인간과 자연, 평화와 사랑, 공동체와 희망이라는 보편적 가치로 승화시킨다.

시대의 아픔을 섬세한 감성과 성찰로 담아낸 그의 문학은 현대 베트남 문학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으며, 베트남을 대표하는 시인으로서 국내외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후우 틴 시인은 베트남과 국제 문단에서 가장 많은 존경을 받는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주요 수상으로는 베트남작가협회 문학상(1980, 1995), ASEAN 문학상(1999), 베트남 국가 문학예술상(2001), 베트남 국방부 우수문학상, 호찌민 문학예술상(2012), 대한민국 시문학상 등이 있으며, 그의 작품은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후우 틴 시인은 자신의 문학관을 한 문장으로 이렇게 밝혔다.

"Tôi rất tin: thơ là kinh nghiệm sống."
"나는 굳게 믿는다. 시는 삶의 경험이다."


이 한 문장은 그의 문학세계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전쟁터에서 체험한 생과 사의 경계, 통일 이후의 희망과 갈등,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가치가 그의 시 속에 깊이 스며 있다. 그의 시는 화려한 수사보다 삶에서 길어 올린 진실을 담담하게 노래하며, 독자에게 오래도록 울림을 남긴다.

오늘날 후우 틴 시인은 베트남 현대시를 대표하는 원로 시인으로서,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국제 문학교류에서도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시가 던지는 질문은 국경을 넘어 인류 보편의 질문이 되었고, 그가 남긴 "시는 삶의 경험이다."라는 문학관은 오늘도 많은 문인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

후우 틴 시인의 시는 특정 이념이나 시대를 넘어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묻는 보편적 문학으로 평가받으며, 오늘날에도 활발한 창작과 국제 문학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 시는 국경을 넘고, 질문은 시대를 건넌다

후우 틴 시인의 시는 화려한 수사보다 조용한 질문으로 오래 기억된다.

그는 땅과 물, 풀과 바다를 통해 인간을 이야기한다. 자연은 서로를 높이고 채우며 함께 살아가는데, 유독 인간만이 서로를 향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담담히 보여 준다. 그 질문은 1992년 베트남을 향한 것이었지만, 오늘의 한국과 세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한편 '바다에서 쓴 시'는 사랑을 개인의 감정을 넘어 존재를 완성하는 힘으로 승화시킨다. 전쟁을 건너온 한 시인의 사랑은 결국 평화를 향한 그리움이며, 서로를 통해 비로소 인간다워질 수 있다는 믿음의 표현이다.

오늘날 한국과 베트남은 문화와 문학으로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교류 속에서 후우 틴 시인의 시는 단순한 번역 작품이 아니라 두 나라의 마음을 잇는 문학의 다리가 된다.

그가 남긴 세 번의 질문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문다.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살아가는가?"

아마도 그 답은 시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서 한 줄씩 써 내려가야 할 문장일 것이다.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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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현 수필가, 신작 수필집 <유명하지 않은 행복> 출간… "이름 없이 지나간 순간들이 삶을 가장 오래 붙든다"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 수필문단을 대표하는 수필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최원현(호 늘샘) 작가가 신작 수필집 <유명하지 않은 행복>(북나비 刊)을 출간했다. 이번 작품집은 40여 년 동안 수필 창작과 비평, 문학교육에 헌신해 온 작가가 삶의 가장 평범한 순간들을 문학으로 길어 올린 열다섯 번째가 아닌 스물다섯 번째 수필집으로, 모두 5부 54편의 작품을 담고 있다. '유명하지 않은 행복'이라는 제목부터 역설적이다. 성공과 명예, 유명세를 좇는 시대에 작가는 오히려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래도록 마음을 데우는 작은 행복을 이야기한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지금에 생각해 보니 내 삶의 9할은 사랑의 빚이었다."고 고백한다. 이어 "이름 없이 지나갔던 어떤 순간, 그러나 지금도 마음를 데우고 있는 기억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며 이 책을 펴낸 이유를 설명한다. 결국 이 수필집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지만 미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던 평범한 삶의 풍경들을 기록한 문학적 자서전이라 할 만하다. 사물이 말을 걸어오는 문학 최원현 수필의 가장 큰 특징은 평범한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시선이다. 장독대의 항아리, 오래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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