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임신과 출산으로 변호사시험을 준비하지 못한 응시생도 응시기간 제한에서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신·출산을 변호사시험 응시기간 제한(일명 '오탈제')의 예외 사유로 명시하고, 이미 응시기간이 종료된 경우에도 소급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변호사시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대표 발의했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석사학위를 취득했거나 취득 예정인 사람이 졸업 후 5년 동안 최대 5회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병역의무 이행 기간만 응시기간에서 제외하고 있어, 임신과 출산으로 시험 준비가 어려웠던 응시생들도 예외 없이 응시자격을 영구히 상실하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제도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출산은 자녀 1명당 1년, 임신 중 유산·사산 또는 임신중지의 경우에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을 응시기간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변호사시험이 연 1회 시행되는 현실을 고려해 실질적인 응시기회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법 시행 당시 이미 응시기간이 만료됐거나 아직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에게도 개정 규정을 적용하도록 해, 과거 임신·출산으로 인해 응시기회를 잃은 이들까지 폭넓게 구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입법은 최근 헌법재판소와 국민권익위원회의 문제 제기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 5월 헌법재판소는 관련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이 "국가의 모성보호 의무를 고려할 때 임신·출산을 응시기간 제한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지난해 12월 자녀를 출산한 경우 응시기간에서 1년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권고했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모임 등 법조계에서도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해 왔다.
용혜인 의원은 "임신과 출산이 변호사라는 꿈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헌법재판관 과반이 개선 필요성을 지적하고 권익위도 제도 개선을 권고한 만큼 국회가 신속하게 입법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주요 국가들은 변호사시험 응시횟수는 제한하더라도 응시기간 자체를 제한하는 사례는 드물다"며 "장기적으로는 임신·출산뿐 아니라 질병과 경제적 어려움 등 다양한 사정으로 시험 준비가 어려운 응시생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도록 응시기간 제한 제도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공동대표발의자인 용혜인·김한규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김남희·김윤·백혜련·서미화·이성윤·이수진 의원과 진보당 윤종오·전종덕·정혜경·손솔 의원 등 모두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변호사시험 응시기간 제한 제도는 법조인의 전문성과 시험제도의 안정성을 위해 도입됐지만, 임신과 출산이라는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유까지 동일하게 적용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번 개정안은 모성 보호와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제도에 반영하려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넘어 다양한 불가피한 사유를 포괄하는 보다 합리적인 변호사시험 제도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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