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삶은 누구에게나 한 번뿐인 순례길이다. 누구는 산을 넘고, 누구는 강을 건너며, 또 누구는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자신의 길을 완성해 간다.
신영옥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순례길에서 만나다>(그린아이)를 펴냈다.
그린아이 시선 023번째 권으로 출간된 이번 시집은 '순례'를 삶의 은유로 삼아 자연과 인간, 역사와 신앙, 그리고 일상의 성찰을 따뜻한 언어로 담아낸 작품집이다.
시집에는 모두 6부, 90여 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봄의 생명력에서 시작해 사랑과 계절, 여행과 역사, 가족과 신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삶의 풍경을 담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시인은 길 위에서 만난 자연을 노래하면서도 결국 사람을 이야기하고, 풍경을 묘사하면서도 삶의 본질을 성찰한다.
제1부 '벙긋 피어나라, 봄'에서는 '입춘', '삼월의 순례길', '생명나무'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노래한다. 자연의 작은 변화 속에서 생명의 질서와 인간의 삶을 읽어내는 시인의 시선이 돋보인다.
제2부 '사랑을 위하여'에서는 산수유와 백목련, 능소화, 넝쿨장미, 무궁화 등 꽃과 나무를 소재로 사랑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식물을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삶의 동반자로 바라보는 따뜻한 감성이 인상적이다.
제3부 '클릭! 리모컨'은 현대인의 일상과 문명을 성찰하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시간을 세척하며', '중간 점검' 등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시인의 문제의식이 드러난다.
제4부 '천년 숲을 걸으며'는 괴산과 속리산, 청주 상당산성은 물론 미국 애리조나와 모하비 사막, 레돈도 비치 등 국내외 다양한 공간을 시적 무대로 삼는다. 여행은 풍경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순례의 여정으로 확장된다.
제5부 '그리움을 그리다'는 가을과 겨울의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의 깊이와 추억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계절의 변화는 곧 삶의 시간을 상징하며, 지나온 날들에 대한 성숙한 성찰로 이어진다.
마지막 제6부 '순례길의 기도'에서는 '어머니의 앞치마', '아버지의 들녘', '현충원에서', '바다는 알고 있다-천안함 폭침 15주년을 맞으며', '성모, 마리아시여' 등을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과 공동체를 향한 책임, 평화와 화해를 향한 기도를 담아냈다. 개인의 서정을 넘어 시대와 사회를 품으려는 시인의 문학적 지향이 엿보인다.
신영옥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우리가 만나며 가는 길은 모두가 한 번뿐인 순례의 길"이라며 "서로 존중하며 자기 뜻을 펼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시라는 이름으로 담아 작은 꽃 한 송이를 사랑과 축원의 마음으로 바친다"고 밝혔다.

가곡·동요·군가·교가 등 100여 곡 작시… 문학과 음악 잇는 서정의 세계
충북 괴산 출생인 신영옥(惠山, 申英玉) 시인은 교육계에서 오랫동안 봉직했으며, 시인과 아동문학가, 인문학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늘도 나를 부르는 소리>, <흙내음 그 흔적이>, <스스로 깊어지는 강>, <산빛에 물들다>, <길 위에서 길을 가다> 등 다수의 시집을 펴냈으며, 가곡과 동요, 군가, 교가 등 100여 곡의 작시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또한 (사)한국문인협회, (사)국제펜한국본부, (사)한국현대시인협회 등에서 활발한 문단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국민훈장 동백장을 비롯해 허난설헌문학상, 영랑문학상, 한국크리스천문학상, 한국문예대상 등 다양한 문학상을 수상했다.
<순례길에서 만나다>는 화려한 언어보다 진정성 있는 서정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시인은 자연을 노래하면서 사람을 품고, 길을 걸으면서 삶을 성찰하며, 한 편 한 편의 시를 통해 독자들에게 묻는다.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은 과연 어떤 순례길인가. 그런 점에서 이 시집은 단순한 여행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축복의 메시지라 할 만하다.
자연을 바라보며 사람을 생각하고, 여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신앙을 통해 공동체의 평화를 기원하는 시편들은 독자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길을 이동하는 행위가 아니다. 삶을 이해하고 사람을 만나며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이다. 신영옥 시인의 이번 시집은 그 순례길 끝에서 만나는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조용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시는 길 위에서 태어난다. 누군가는 먼 산을 오르며, 누군가는 골목길을 걸으며, 또 누군가는 하루를 견디며 한 편의 시를 만난다.
신영옥 시인의 <순례길에서 만나다>는 그 길에서 만난 풍경보다 사람을 먼저 바라보게 하는 시집이다.
삶의 순례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도 우리는 저마다의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누군가를 따뜻하게 만날 수 있다면, 그 또한 시가 말하는 가장 아름다운 축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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