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문학상은 심사위원이 아닌 독자가 결정하고, 운영 또한 특정 기관이나 기업의 후원이 아닌 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
항일무장투쟁역사학교(교장 방현석)가 제정한 제1회 김학철문학상이 '독자가 만들고 독자가 선정하는 문학상'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한국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항일무장투쟁가이자 작가였던 김학철 선생의 삶과 문학정신을 계승한다는 역사적 의미까지 더해져 문학과 역사를 잇는 특별한 문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1회 김학철문학상은 어떤 기관이나 기업의 후원도 받지 않는다. 김학철 선생의 삶과 문학을 존경하는 독자 100명이 매월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모아 운영하며, 최종 대상 역시 독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참여형 문학상이다.

최종 대상 후보에는 황정은의 <문제없는, 하루>, 최진영의 <울루루-카타추타>, 전춘화의 <웰컴 투 빌라>가 선정됐다.
김학철문학상운영위원장인 홍기돈 교수는 "세 작품 모두 김학철 선생의 문학정신을 이어가며 그가 지켜낸 우리말을 오늘의 감각으로 새롭게 빛나게 한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최종 대상은 운영위원회 후원회원 100명과 <김학철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신청한 독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현재까지 알라딘 북펀딩과 사전 신청을 통해 투표권을 확보한 독자가 200명을 넘어 전체 투표인단은 300명을 돌파했으며, 최종적으로는 500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현석 항일무장투쟁역사학교 교장(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은 "500명 이상의 독자가 직접 참여하는, 말 그대로 독자가 만들고 독자가 선정하는 특별한 문학상이 될 것"이라며 "김학철 선생의 문학과 삶을 기억하는 새로운 문학운동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제1회 김학철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출간 직후 알라딘 종합 베스트셀러 7위, 시·소설 분야 4위에 오른 데 이어 8월 2일에는 국내소설 베스트셀러 1위, 종합 베스트셀러 5위까지 상승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세 명의 작가, 세 편의 소설… 그러나 하나의 문학정신
◆ 황정은 <문제없는, 하루>… 평범한 하루 속에서 시대의 균열을 포착하다
황정은은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2005년 등단 이후 절제된 문체와 섬세한 감수성으로 현대인의 고독과 사회적 약자의 삶을 깊이 있게 그려왔다.
후보작 <문제없는, 하루>는 아무 일도 없는 듯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인간의 불안과 상처, 시대의 균열을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드러낸다. 평범한 하루를 통해 우리 사회를 비추는 황정은 특유의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 최진영 <울루루-카타추타>… 상처를 품은 인간이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
최진영은 <구의 증명>을 비롯한 여러 작품을 통해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을 밀도 있게 그려온 작가다.
후보작 <울루루-카타추타>는 호주의 거대한 자연을 상징하는 제목처럼 인간 존재의 근원과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작품이다.
상실과 아픔을 견디는 인물들의 여정을 통해 결국 인간은 서로를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희망을 보여주며, 깊은 철학성과 따뜻한 인간애를 함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전춘화 <웰컴 투 빌라>…조선족 삶의 기억과 공동체의 온기를 품은 새로운 목소리
전춘화는 중국 길림성 화룡시에서 태어나 연변대학교 조문학부를 졸업했으며, 2011년 한국으로 건너와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조선족 문예지에 소설과 수필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23년 소설집 <야버즈>로 국내 문단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어 2024년 <김유정문학상 작품집–바우키스의 말>(공저)에 참여했으며, 2025년 제16회 김만중문학상 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신예 작가로 떠올랐다.
2026년에는 첫 장편이자 청소년소설인 <우물가의 아이들>을 출간했다.
이번 후보작 <웰컴 투 빌라>는 현대 도시의 빌라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좁은 골목과 작은 주거공간 속에서 갈등과 이해, 외로움과 연대가 교차하는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며, 오늘날 도시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묻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항일정신을 문학으로 이어온 김학철
이번 문학상이 특별한 이유는 김학철 선생의 삶 자체가 한국 근현대사의 한 페이지이기 때문이다.
김학철 선생은 보성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교복 차림으로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의열단에 가입했고, 황포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조선의용대 대원으로 항일무장투쟁에 참여했다.
태항산 전투에서 중상을 입고 일본군 포로가 되었지만 전향서를 거부해 한쪽 다리를 절단당했고, 해방 이후에도 권력과 독재를 비판하는 문학정신을 굽히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마오쩌둥 개인숭배를 비판한 소설 <20세기의 신화>를 발표했다가 '반혁명분자'로 몰려 10년간 수감되었으며, 대표작 <격정시대> 등을 통해 조선의용대의 역사를 문학으로 남겼다.
소설가 조정래는 "김학철이 없었다면 우리의 식민지 역사는 더욱 비참하고 수치스러웠을 것"이라고 평가했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모옌은 "만리에 뻗은 태항산 줄기 그대로가 바로 그대의 기념비가 되리"라는 헌시를 바쳤다.
김해양 씨가 전하는 아버지의 뜻
올해 시상식에서는 김학철 선생의 외아들 김해양 씨가 직접 한국을 찾아 수상자에게 상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김해양 씨는 아버지가 '반혁명분자'로 몰려 24년 동안 강제노역과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차별과 고난을 함께 견디며 성장했다.
방현석 항일무장투쟁역사학교 교장은 최근 SNS를 통해 김해양 씨가 보내온 메시지를 공개했다.
"우리의 역사와 정의를 위한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진 소중한 책, 이 책이 앞서서 개척한 길이 더 빛나는 후대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주기를 기원합니다."
방 교장은 현재 김학철 선생이 생을 마감한 중국 연길로 향하며 "김학철문학상이 문학과 역사, 그리고 미래 세대를 잇는 가장 자랑스러운 문학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학을 읽는 독자가 문학의 역사를 만든다
김학철문학상은 단순히 한 편의 소설을 뽑는 문학상이 아니다.
독자가 운영을 책임지고, 독자가 작품을 선택하며, 문학을 통해 역사를 기억하고 인간의 존엄을 되새기는 새로운 문화운동이다.
황정은, 최진영, 전춘화 세 작가의 작품은 서로 다른 이야기와 문체를 품고 있지만, 인간과 시대를 향한 깊은 성찰이라는 점에서 김학철 선생의 문학정신과 맞닿아 있다.

독자가 만드는 문학상, 그리고 역사를 기억하는 문학
제1회 김학철문학상은 문학이 과거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독자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살아 있는 문학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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