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본지 편집국장) = "생선 안 훔치는 고양이는 없다."
다소 냉소적으로 들리는 이 속담은 인간의 본성과 권력의 속성을 경계하는 오래된 지혜다. 사람은 누구나 유혹 앞에서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사람의 선의만 믿지 않는다. 약속을 기록하고, 제도를 만들며, 실천을 끊임없이 검증한다.
선거는 화려한 공약으로 시작되지만, 평가는 당선 이후의 실천으로 완성된다. 이 원칙은 정치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단체와 직능단체, 그리고 문학단체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공동체를 대표하는 순간부터 리더십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 되기 때문이다.
공약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선거철이 되면 어디에서나 비슷한 약속이 등장한다.
"화합하겠습니다."
"소통하겠습니다."
"회원 중심의 단체를 만들겠습니다."
"젊은 문인을 적극 육성하겠습니다."
모두 필요한 약속이다. 그러나 공약의 가치는 말이 아니라 실천에서 결정된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편이 갈리고, 지지 여부에 따라 거리가 생기며, 반대했던 사람들을 외면한다면 그 공약은 이미 생명력을 잃는다.
당선은 승리의 종착역이 아니라 약속을 실천하는 출발선이다. 대표는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의 대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대표다. 반대했던 사람까지 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리더십은 신뢰를 얻는다.
문학은 권력이 아니라 봉사여야 한다
문학은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예술이다. 그럼에도 문학단체 선거가 시작되면 작품보다 편 가르기가 앞서고, 문학보다 정치가 앞서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시와 소설, 수필 등을 통해 화해와 사랑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선거 이후 서로 등을 돌린다면, 문학이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 또한 설득력을 잃게 된다.
문학단체의 대표는 행사만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회원들이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창작 지원, 공정한 발표 기회, 회원 복지, 국제 교류, 디지털 시대에 맞는 문학 플랫폼 구축 등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이어져야 한다.
좋은 지도자는 행사를 남기는 사람이 아니라 제도를 남기는 사람이다.
문단이 마주한 가장 큰 과제, 고령화와 세대 계승
오늘날 국내 많은 문학단체는 공통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바로 회원들의 고령화다.
수십 년 동안 우리 문단을 지켜온 원로와 중진 문인들의 헌신은 우리 문학의 든든한 뿌리다. 그들의 작품과 경험, 문학정신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젊은 세대의 유입이 줄어들고 있으며, 신진 작가들이 문단의 문턱을 높게 느끼는 현실 또한 외면할 수 없다.
문학은 세대를 이어갈 때 살아남는다. 원로는 삶과 문학의 깊이를 전하고, 젊은 문인은 새로운 감각과 시대의 언어를 더해야 한다. 어느 한쪽만으로 건강한 문학 생태계를 만들 수는 없다.
때로는 젊은 작가들이 기존 문단을 권위적으로 바라보고, 반대로 원로들이 새로운 문학적 시도를 가볍게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문학은 세대 간 경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존중과 경청, 그리고 대화를 통해 서로 배우고 성장할 때 문단은 더욱 풍성해진다.
선배는 후배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후배는 선배의 문학정신을 존경할 줄 아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문학단체 역시 세대가 함께하는 창작캠프와 세미나, 멘토링 프로그램, 합동 낭독회, 디지털 창작 플랫폼 등을 적극 마련하여 젊은 문인들이 자연스럽게 문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문학은 통제 속에서 자라지 않는다. 자유 속에서 꽃피고, 다양성 속에서 열매를 맺는다.
공약은 행사보다 시스템으로 증명해야 한다
공약은 박수를 받기 위한 언어가 아니다. 공동체를 위한 약속이다.
정치도 마찬가지이고 사회단체도 마찬가지이며 문학단체도 다르지 않다. 회원들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공정한 운영이다.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며, 누구나 차별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다.
공약은 임기 내내 평가받아야 한다. 회원들과의 약속이 얼마나 실천되었는지, 신인들에게 얼마나 기회가 열렸는지, 세대 간 갈등은 얼마나 줄었는지, 문학의 외연은 얼마나 넓어졌는지가 진정한 성적표다.
행사는 끝나지만 시스템은 남는다. 리더가 떠난 뒤에도 계속 작동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역할이다.
"생선 안 훔치는 고양이는 없다."
이 속담은 사람을 믿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흔들릴 수 있으니, 공동체는 약속을 기록하고 함께 지켜보아야 한다는 경계의 말이다.
그래서 선거는 끝나는 순간부터 다시 시작된다. 당선은 영광의 종착지가 아니라 책임의 출발선이며, 공약은 선거용 구호가 아니라 임기 내내 지켜야 할 계약이다.
특히 문학은 사람의 마음을 잇는 예술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편이 갈리고 상처가 남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시를 쓰더라도 문학 공동체는 건강할 수 없다.
오늘 우리 문단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더 많은 행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창작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원로 문인은 경험이라는 숲이 되어 젊은 문인을 품고, 젊은 문인은 새로운 감각과 도전으로 문단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서로를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바라볼 때 문학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
진정한 지도자는 선거에서 이긴 사람이 아니라 선거가 끝난 뒤 가장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 사람이다. 공약을 실천으로 증명하고, 갈등을 신뢰로 바꾸며, 사람보다 시스템을 남기는 사람이다.
결국 공동체를 오래 지탱하는 것은 화려한 공약이 아니라 약속을 끝까지 지켜낸 시간이다. 그리고 문학은, 그 시간을 가장 아름답게 기록하는 예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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