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50년의 외교가 이제 시가 되고, 시가 다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우정의 언어가 된다.
태국과 베트남이 수교 50주년을 맞아 문학을 통한 새로운 문화외교의 장을 연다. 특히 공식 행사 개막을 하루 앞둔 8월 15일 오후, 키유 빅 하우(Kiều Bích Hậu) 작가를 비롯한 베트남 작가 17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태국 측 행사 조직위원회의 공식 초청으로 태국에 입국, 태국 작가들과 전야 문학 교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양국 문학계의 교류 열기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들의 전야 교류는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태국 우돈타니 센타라 우돈 호텔(Centara Udon Hotel)을 중심으로 열리는 국제 문학·문화행사 'Bilateral Blossoms–A Celebration of Diplomatic and Poetic Resonance'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 있는 만남이다.
행사의 베트남어 명칭은 'Giao hòa Ngoại giao và Thi ca', 즉 '외교와 시의 화합'이다.
말 그대로 국가 간 외교관계 50년을 기념하면서도 그 관계의 중심에 시인과 작가, 문화예술인들의 만남과 우정을 놓은 행사다.

8월 15일, 공식 개막에 앞서 먼저 만난 태국과 베트남 문인들
이번 행사의 특별한 장면은 공식 개막일인 8월 16일보다 하루 앞서 시작된다.
베트남 작가 17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8월 15일 오후 태국에 도착해 태국 작가들과 전야 문학 교류를 나누면서 양국 문인들이 먼저 얼굴을 맞대고 문학적 우정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이번 대표단에는 베트남의 작가이자 문학 교류 활동으로 널리 알려진 키유 빅 하우 작가가 참여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공식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에 작가들이 먼저 만나 서로의 작품과 문학적 경험을 나누는 전야 교류는 'Bilateral Blossoms'라는 행사명과도 잘 어울린다.
꽃은 공식적인 개막식에서 갑자기 피어나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서로 다른 가지들이 햇빛과 비를 나누며 서서히 꽃을 피운다. 이번 전야 문학교류 역시 그런 의미에서 양국 문학인이 함께 피워내는 첫 번째 우정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국가가 외교관계를 맺은 지 50년이 되는 해에 문인들이 먼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시를 읽으며 서로의 문학을 이해하는 모습은, 외교의 지평을 국민과 문화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민간외교의 상징이기도 하다.

수교 50주년, 가장 긴밀한 관계로 발전한 태국과 베트남
태국과 베트남은 1976년 8월 6일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2026년은 양국이 외교관계를 맺은 지 정확히 50년이 되는 해다. 지난 8월 6일에도 양국 총리는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 서한을 교환하며 지난 반세기의 관계 발전을 평가하고 향후 협력을 다짐했다.
양국 관계는 2013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데 이어 2025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올해 양국은 정치·경제·안보뿐 아니라 교육과 문화, 관광, 지역 및 국민 간 교류를 확대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 6월 양국 정상급 회담에서도 문화·관광과 국민 간 교류를 더욱 확대하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그러한 흐름에서 이번 'Bilateral Blossoms'는 공식 외교의 성과를 문학과 문화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Bilateral Blossoms', 양국 우정의 꽃을 피우다
'Bilateral Blossoms'는 직역하면 '양국의 꽃' 또는 '양국에서 피어나는 꽃'이라는 의미다. 행사 포스터 역시 태국과 베트남을 상징하는 색과 국기, 연꽃과 노란 꽃을 배치하고 가운데에 커다란 '50'을 표현했다.
50년의 외교가 하나의 커다란 나무라면, 그 나무에서 피어나는 꽃은 바로 문화와 문학,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우정이다.
이번 행사를 공동 주최하는 기관도 이러한 성격을 잘 보여준다.
▲태국작가협회, ▲주태국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대사관, ▲왕실 후원 국제PEN태국센터 ▲태국시인협회가 함께 행사를 준비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기관과 문학단체, 국제PEN, 시인단체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단순한 수교 기념식과는 성격이 다르다. 외교와 문학이 만나는 국제문화교류의 장인 셈이다.

8월 16일, 공식 개막… '외교'와 '시'가 한 무대에
16일에는 태국과 베트남 대표단 환영행사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이 시작된다.
오후에는 센타라 우돈 호텔에서 'Bilateral Blossoms' 개막식이 열리고, 태국과 베트남 양국의 우호를 상징하는 국기 교환식도 진행된다.
개막식에는 Rachan SoonHua 우돈타니 주지사, Nareepop Sawasdirak 태국작가협회 회장 등이 환영 인사에 나서며, 팜 비엣 훙 주태국 베트남 특명전권대사가 개막연설을 한다.
이어 Lae Dilokvidhyarat 상원의원의 기조연설, 베트남 대표단의 축하 메시지, Thong Kulthanyawat 태국 베트남인협회 회장 겸 VT Namnueng 창립자의 특별연설 등이 이어진다.
또한 태국–베트남 수교 50주년 기념 증서 전달식도 마련된다. 그리고 이날의 백미는 양국 시인들이 함께하는 'Bilateral Blossoms'시 낭송 프로그램이다. 외교관계 50년을 정치적 언어가 아니라 시의 언어로 기념하는 순간이다.
시가 외교가 되고, 문학이 국경을 넘어설 때
외교는 국가와 국가를 연결한다. 하지만 문학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 외교문서에는 양국의 협정과 약속이 기록되지만, 시에는 그 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삶, 자연과 역사, 사랑과 그리움이 담긴다.
그래서 시 한 편을 서로의 언어로 읽고 들려주는 것은 상대국을 이해하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다. 이번 행사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태국 시인이 베트남을 노래하고 베트남 시인이 태국을 노래하며 서로의 작품을 낭송하는 순간, 외교는 국가 차원의 관계를 넘어 사람의 관계로 확장된다.
8월 15일 전야에 시작된 양국 문인들의 교류가 16일 공식 개막과 시 낭송으로 이어지는 것도 이러한 문화외교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호찌민 역사유적지에서 만나는 역사와 시
17일에는 문학과 역사, 문화가 결합한다. 대표단은 호찌민 주석 역사유적지를 방문한다.
호찌민 주석은 1928년 태국에 들어와 태국 내 베트남인 공동체와 교류하며 독립운동과 민족의식 고취에 힘썼으며, 당시 태국 북동부 여러 지역을 오갔다. 우돈타니 역시 그의 활동과 관련된 중요한 장소로 평가된다.
따라서 호찌민 역사유적지 방문은 단순한 관광 일정이 아니다. 오늘의 태국–베트남 관계가 있기까지 양국이 공유해 온 역사적 기억을 함께 돌아보는 시간이다.
현지 프로그램에는 Thanawat Karansakuldon 호찌민박물관장, Soratee Preachapanyakul 왕실 후원 국제 PEN 태국센터 회장, Supanee Patthong 태국시인협회 회장 등이 참여하며, 이어 태국과 베트남 시인 10명의 시 낭송이 진행될 예정이다.
역사의 현장에서 시를 읽는다는 것은 과거를 기억하는 동시에 미래를 이야기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우돈타니 베트남연구센터 방문… 문학을 교육과 연구로 확대
17일 일정에는 우돈타니 라차팟대학교 베트남연구센터 방문도 포함돼 있다. 문인들의 교류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베트남 관련 연구와 교육,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어 Monnaie Bakery 방문과 UD Town 야시장 탐방 등 지역의 산업과 생활문화도 경험한다. 이 같은 일정은 국제문학행사의 외연을 넓힌다.
문학인이 호텔에 모여 작품만 읽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와 사람, 대학과 연구기관, 산업과 생활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문화교류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베트남 작가 16명, '문학 사절단'으로 피워내는 문화외교
이번 베트남 대표단의 참여는 행사 전체의 국제적 성격을 더욱 분명하게 한다. 특히 16명의 작가가 태국 측 조직위원회의 공식 초청을 받아 직접 태국을 찾았다는 것은 이번 행사가 단순한 국내 행사가 아니라 양국 문학계가 공식적으로 협력하는 국제 문학교류 프로젝트라는 점을 보여준다.
키유 빅 하우 작가를 비롯한 베트남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과 문학적 경험을 통해 베트남 문학의 현재를 태국 독자와 문인들에게 소개하고, 태국 작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창작과 번역, 교류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된다.
특히 전야 문학교류부터 공식 행사와 시 낭송, 역사유적지 방문까지 이어지는 일정은 문학을 중심으로 한 '3일간의 문화외교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의 외교'에서 '사람의 외교'로
태국과 베트남의 50년 외교는 이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양국은 경제적으로도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켜 왔으며, 2025년 양국 교역액은 약 221억 달러에 이르렀다. 양국은 향후 교역 규모를 단기적으로 250억 달러, 장기적으로 500억 달러까지 확대하는 목표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간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경제와 정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서로의 문화를 알고, 서로의 역사를 이해하며, 서로의 문학을 읽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16명이 국경을 넘어 태국을 찾고, 전야부터 태국 작가들과 만나 문학을 나누는 모습 자체가 문화외교의 현장이다. 국가가 만들어 놓은 외교적 틀 안에 문학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문학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외교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다.
한국 문학계에도 던지는 메시지
이번 'Bilateral Blossoms'는 한국 문학계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역시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과 활발한 문학·문화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국제문학 교류에서 중요한 것은 행사의 규모보다 지속적인 만남과 번역, 작가 간 신뢰다. 8월 15일의 전야 문학교류처럼 공식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작가들이 먼저 만나 서로의 작품을 읽고 삶을 이야기하는 과정은 국제문학 교류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일 수 있다.
한 편의 시가 번역되고, 한 작가의 작품이 다른 나라 독자에게 소개되며, 서로의 문학을 이해하는 독자가 한 명씩 늘어날 때 문화외교의 뿌리는 더욱 깊어진다.
50년의 외교, 다음 50년은 문학의 꽃으로
태국과 베트남은 1976년 외교관계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2026년, 두 나라는 다시 문학의 문을 열고 있다.
8월 15일 태국에 도착한 베트남 작가 17명이 태국 작가들과 먼저 나눈 전야의 문학 교류에서 시작해, 16일 공식 개막식과 양국 시인들의 낭송, 17일 호찌민 역사유적지와 베트남연구센터 방문으로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외교 50년을 사람의 언어로 다시 쓰는 문화외교의 여정이다.
꽃은 혼자 피지 않는다. 햇빛과 비, 바람과 흙이 함께해야 꽃이 핀다. 태국과 베트남의 우정도 마찬가지다.
50년의 외교라는 뿌리 위에 경제와 정치가 줄기가 되고, 문화와 문학이 가지가 되어, 이제 시라는 꽃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그 꽃의 씨앗은 다시 다음 50년으로 날아갈 것이다.
국경은 사람을 나누지만, 시는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한다.
8월 15일 전야에 만난 베트남 작가들과 태국 작가들의 작은 문학적 만남이 8월 16일 'Bilateral Blossoms'의 공식 무대로 이어지고, 그 무대에서 낭송되는 한 편의 시가 태국과 베트남 두 나라의 다음 50년을 잇는 새로운 우정의 씨앗이 되기를 기대한다.
50년의 외교가 꽃을 피웠다. 이제 그 꽃에 시가 향기를 더한다. 그것이 태국 우돈타니에서 시작되는 'Bilateral Blossoms', 곧 '외교와 시의 화합'이 세계 문학계에 보내는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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