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분단의 현실을 넘어 문학이 평화와 통일의 길을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장 이승복)가 지난 27일 오후 경북 안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26년 심포지엄 '통일과 함께하는 문학'을 개최한 데 이어 28일 오전 전국에서 모인 시인들과 함께 안동의 문학 현장을 찾아 이육사문학관을 비롯한 안동문학 탐방에 나섰다.
먼저 민족시인 이육사의 삶과 작품세계를 되새겼다.
이번 행사는 한국문학이 분단과 대립의 시대를 넘어 화해와 평화, 통일의 미래를 어떻게 노래할 것인지 문학인들이 함께 모색하고, 안동의 대표적인 민족시인 이육사의 문학정신을 현장에서 되새긴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특히 심포지엄의 주제인 '통일과 함께하는 문학'은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며 저항의 시를 썼던 이육사의 문학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았다. 시대의 억압 앞에서 시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자유, 조국의 미래를 노래했던 이육사의 정신을 오늘의 분단 현실 속에서 다시 읽어보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심포지엄에서 ‘통일과 문학’의 역할 모색
한국현대시인협회 심포지엄에는 전국의 시인과 문학인들이 참석해 통일문학의 방향과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문학은 직접적인 정치적 구호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서로 다른 기억과 상처를 이해하게 하는 힘을 가진다는 점에서, 분단문학과 통일문학 역시 남북의 이질성을 넘어 인간과 삶을 연결하는 새로운 언어를 찾아야 한다는 데 의미가 모아졌다.
특히 분단이 장기화하면서 전쟁과 이산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문학이 역사적 기억을 보존하는 한편, 다음 세대에게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화두가 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단순히 통일을 문학의 소재로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통일을 준비하는 문학’, ‘평화를 만드는 문학’의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문학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컸다.
안동문학 탐방, 이육사의 '광야'와 마주하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문인들은 28일 오전 안동의 이육사문학관을 찾았다.
문학관에 들어선 시인들은 이육사의 흉상과 생애를 기록한 전시물을 둘러보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저항시인으로 살았던 그의 삶을 되짚었다.
이육사(1904~1944)는 독립운동과 항일투쟁으로 여러 차례 옥고를 치렀으며, '청포도', '절정', '광야', '꽃' 등 오늘날까지 널리 읽히는 작품을 남겼다. 그의 시세계에는 식민지 현실에 대한 저항과 조국 광복에 대한 염원,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의지가 깊게 배어 있다.
특히 '절정'에서 드러나는 극한의 현실을 견디는 정신과 '광야'에 나타나는 미래와 광복에 대한 염원은 오늘의 문학인들에게도 여전히 강한 울림을 준다.
이육사문학관 역시 이육사의 민족정신과 문학정신을 계승하고 널리 알리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의 삶과 작품을 되새기는 다양한 문학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문인들은 문학관을 둘러보며 이육사의 시가 단순한 항일시를 넘어 절망적인 시대에도 미래를 포기하지 않았던 한 시인의 정신적 기록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이육사의 광야는 오늘도 우리에게 길을 묻는다"
문학관 앞에서 함께한 기념촬영은 이번 안동문학 탐방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인들이 이육사문학관을 배경으로 한자리에 서서 카메라를 바라보는 모습은 한 세기를 사이에 둔 문학의 만남이었다.
한때 이육사가 홀로 걸었던 시대의 '광야'에 오늘은 수많은 시인들이 함께 서 있는 셈이다.
이육사의 삶은 짧았다. 그러나 그의 시는 시대를 넘어 살아남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그의 시세계를 저항적 주제, 실향의식과 비애, 그리고 조국 광복에 대한 염원 등으로 설명하며, 그의 구국투쟁이 민족사에 큰 공적으로 남았다고 평가한다.
그렇기에 오늘의 시인들이 이육사의 문학관을 찾는 것은 단순한 문학기행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통일과 함께하는 문학’이라는 현재의 화두가 이육사의 ‘광야’와 만나는 순간, 독립과 광복을 꿈꾸었던 시인의 정신은 오늘날 평화와 통일을 꿈꾸는 문학의 언어로 다시 확장되기 때문이다.
'저항의 시'에서 '평화의 시'로
이번 심포지엄과 안동문학 탐방은 한국 현대문학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하게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을 노래하는 시가 필요했고, 분단 이후에는 전쟁과 이산의 상처를 기록하는 문학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제는 갈등과 대립을 넘어 화해와 공존,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는 문학이 요구되고 있다.
문학이 당장 현실의 벽을 허물 수는 없지만, 사람의 마음에 먼저 다리를 놓을 수는 있다.
남과 북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함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오늘의 통일문학이 감당해야 할 새로운 역할이라는 것이다.

문학은 기억하고, 시인은 미래를 노래한다
이번 안동문학 탐방에서 시인들이 만난 것은 한 사람의 시인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독립을 꿈꾸었던 이육사의 정신과 평화를 꿈꾸는 오늘의 문학을 만났다.
이육사가 '광야'에서 바라본 미래가 조국의 광복이었다면, 오늘의 시인들이 바라보는 미래는 어쩌면 분단의 벽이 사라지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세상일 것이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시인이 지켜야 할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 어둠 속에서도 빛을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먼저 노래하는 것.
이육사의 광야에서 오늘의 시인들이 다시 길을 묻는다.
"문학은 무엇을 할 것인가."
그 답은 어쩌면 먼 곳에 있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고, 상처와 상처 사이에 화해의 언어를 놓는 것.
한국현대시인협회의 이번 심포지엄과 안동문학 탐방은 바로 그 길을 찾는 문학적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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