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한 세기를 넘어 한국인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국민동요 '고향의 봄'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고향을 떠나 살아가는 이들의 가슴마다 어린 시절의 풍경과 어머니의 품, 그리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켜 온 홍난파의 음악이 올가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다시 울려 퍼진다.
근대 한국음악의 선구자 난파 홍영후 선생이 말년을 보낸 종로구 인왕산 언덕의 홍난파가옥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홍난파의집은 오는 9월 20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026 홍난파가곡제 '나의 살던 고향은'>을 개최한다.
홍난파가옥은 지난 2004년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시민들에게 개방돼 한국 근대음악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사랑받아 왔다.
이번 공연은 서울시 후원으로 열리는 '홍난파축제'의 메인 행사다. 특히 올해는 국민동요 '고향의 봄'이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고향은 모든 사람의 뿌리이자 잃어버린 시간의 기억이 깃든 공간이다. 그곳에는 따뜻한 ‘정(情)’이 있고, 떠나온 이들이 품어야 했던 '한(恨)'도 있다.
그래서 홍난파의 '고향의 봄'은 단순한 동요를 넘어 세대를 잇고 남과 북의 정서를 연결하는 민족의 노래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이번 가곡제는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열리는 만큼 '고향'과 '그리움'을 중심 주제로 무대를 구성했다.
박태준, 김성태, 채동선, 김동진, 김순애, 김희갑, 금수현, 서동석, 윤용하, 최영섭, 이수인, 신귀복, 이안삼, 정영택, 한돌, 제갈수영 등 한국 가곡사를 빛낸 작곡가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한 무대에서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 6월 29일 향년 96세로 별세한 한국 가곡의 거장 운산(雲山) 최영섭 선생을 기리는 특별한 추모무대도 마련된다.
예술총감독인 소프라노 임청화는 최영섭 선생이 생전에 특히 아꼈던 자신의 작품 '추억'과 '천년의 그리움'을 첫 무대로 선보이며 한국인의 대표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남긴 거장을 음악으로 추모한다.
이어 바이올린 영재로 서울예술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홍난파 선생의 후손 홍지민 양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안성민 편곡의 '고향의 봄'을 연주한다. 홍난파의 음악적 유산이 다음 세대에게 이어지는 뜻깊은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의 해설과 진행은 클래식 유튜브 채널 '철의 음악'을 운영하는 바리톤 허철이 맡는다.
양승열 지휘자가 이끄는 70인 편성의 난파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무대의 중심을 이루며, 소프라노 이혜지, 메조소프라노 김미경, 테너 김효종과 김정훈, 바리톤 송기창 등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고향', '동무 생각', '보리밭', '가고파', '고향의 노래', '동심초', '내 마음 그 깊은 곳에', '향수' 등 오랫동안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애창가곡들을 들려준다.
이번 무대에는 한국 음악을 사랑하는 외국 음악가들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한국 작곡가들의 음악, 특히 홍난파의 작품에 깊이 매료돼 연주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미국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론 브랜턴(Ronn Branton)이 피아노 반주를 맡고,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며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그의 딸 알렉스 도윤 브랜턴(Alex Doyaun Branton)이 홍난파의 '낮에 나온 반달'과 '성불사의 밤'을 연주한다.
한국 가곡이 국경과 언어를 넘어 세계 음악인들에게도 사랑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팬텀싱어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국악인 고영열도 특별 출연한다. 그는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홍난파의 대표곡 '봉선화'와 '홀로아리랑'을 선보이며 국악과 클래식, 그리고 한국적 정서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무대를 꾸민다.
합창무대 역시 풍성하게 마련된다.
여주시를 대표하는 여주소년소녀합창단(지휘 이혜련)을 비롯해 수원에서 61년의 역사를 이어온 난파합창단(지휘 양승열), 그리고 홍난파의 탄생지 화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홍난파합창단(지휘 이덕기)이 함께 참여해 축제의 의미를 더한다.
특히 이번 홍난파가곡제에서는 음악회만큼이나 특별한 전통문화 체험행사도 함께 열린다.
홍난파의 대표곡 '봉선화'를 상징하는 '봉숭아 물들이기' 행사가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층과 2층 로비에서 열린다.
매년 홍난파가곡제와 함께 이어져 온 이 행사는 가족들이 함께 봉숭아 천연 꽃물로 손톱에 물을 들이며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를 체험하는 문화행사다.
㈜봉선화식품의 협찬으로 마련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1층 로비에 50년 경력의 봉선화 장인 이종갑 선생이 참여해 곤지암 농장에서 직접 키운 봉숭아 모종을 관람객들에게 나누어주는 특별 이벤트도 진행될 예정이다.
음악과 추억, 그리고 전통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이번 행사는 한가위를 앞두고 가족과 고향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홍난파가곡제 정희준 행사준비위원장은 "근대음악의 선구자 홍난파 선생의 음악은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멜로디를 지니고 있어 반주 없이 불러도 흔들리지 않고, 느리게 연주해도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음악적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그러한 홍난파 음악만의 고유한 힘이 오늘날까지도 한국인의 가슴 깊은 곳에 울림을 주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홍난파가곡제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대표 음악축제로 계속 이어지고 발전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향의 봄'이 세상에 나온 지 100년.
세월은 한 세기를 건넜지만 ‘나의 살던 고향은’으로 시작되는 노래 한 소절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어린 시절로 데려간다.
올해 홍난파가곡제는 바로 그 노래가 품고 있는 고향의 기억과 어머니의 품 같은 그리움, 그리고 한국인이 함께 나누어 온 정과 한을 음악으로 되살리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가위를 앞둔 9월의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울려 퍼질 홍난파와 한국 가곡의 선율은 고향을 떠나온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꽃피는 산골’을 다시 불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sys277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