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영세서민과 저신용들이 연 500%를 넘는 초고금리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단법인 서민금융연구원(원장 조성목)은 최근 금융실태 조사와 불법사금융 피해구제 사례 등을 분석한 결과, 저신용자들의 불법사금융 시장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며 ‘불법사금융*채무조정’을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원 측에 따르면 제도권 금융은 물론 등록 대부업체 이용마저 어려운 금융취약계층이 불법사채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연간 이용 인원이 수만 명에 이르고, 전체 이용 규모도 최대 1조5,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해 협회 신고 사례를 기준으로 불법사금융의 평균 금리가 연 5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를 크게 웃도는 살인적인 고금리 착취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합법 대부업 과도한 규제, 불법사채 반사이익 될 수도"
서민금융연구원은 현재 정부의 관리·감독 정책이 적법하게 등록된 대부업체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책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합법적인 제도권 대부업을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금융취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마지막 금융 안전망마저 약화되고, 결국 불법사채업자들이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최근 금융시장 관리와 관련한 각종 제도 개선 논의에서도 행정기관이 관리하기 쉬운 합법 금융시장에만 규제를 집중해서는 안 되며, 실제 금융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키는 불법사금융의 근절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 208건 구제…10억6,300만원 감면·반환
불법사금융 채무조정의 실효성은 한국대부업협회의 피해구제 실적에서도 확인된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한국대부업협회는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상담과 채무조정을 진행해 208건, 5억1,900만원*규모의 부당 채무를 감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해 불법적으로 수취한 이득에 대해서도 피해구제에 나서 145건,*총 5억4,400만원을 피해자들에게 반환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채무감면과 부당이득 반환을 합하면 단일 기관의 피해구제 노력만으로도 총 10억6,300만원*규모의 피해가 구제된 셈이다.
연구원은 이러한 실적이 불법사금융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채무조정과 불법수취금 반환 조치가 실질적인 서민 보호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예방부터 채무감면·불법수취금 반환까지"
서민금융연구원은 영세서민들이 불법사채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고 이미 피해를 본 이용자들을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우선 청년층과 무소득·저신용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SNS와 모바일 플랫폼 등을 활용한 불법사금융 예방 홍보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정책서민금융의 문턱을 낮추고 금융취약계층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공급 규모와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법기관과 과세당국 등이 공조해 법정 최고금리를 위반한 불법사금융업자의 부당수취금에 대해 적극적인 반환과 채무조정 조치를 추진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강도 높은 수사와 현행법상 가능한 엄정한 처벌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이와 함께 정부가 합법적인 등록 대부업체에 대한 일률적인 규제 강화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불법사금융 근절을 중심으로 관리·감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명절 앞두고 급전 미끼 불법사채 주의해야"
조성목 원장은 특히 추석 명절을 앞두고 생활비와 선물비, 사업자금 등 급전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를 악용한 불법사금융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대표적인 피해 사례는 소액·단기 대출을 미끼로 접근한 뒤 연 500%가 넘는 초고금리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명절을 앞두고 급하게 50만원이 필요했던 직장인 A씨는 '신용조회 없이 즉시 대출 가능'이라는 인터넷 광고를 통해 돈을 빌렸지만, 불과 일주일 뒤 원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요구받았다. 이후 연장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추가 금액까지 요구받으면서 결국 불법 고금리 채무의 늪에 빠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불법사채업자가 대출 조건으로 휴대전화 주소록을 요구한 뒤, 채무자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하자 가족과 지인, 직장 동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연락해 채무 사실을 알리고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는 악성 추심 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소개됐다.

조성목 사단법인 서민금융원구원 원장은 "불법사금융은 단순한 고금리 문제가 아니라 채무자의 가족관계와 사회생활까지 파괴할 수 있는 심각한 사회적 범죄"라며 "사전에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미 피해를 본 이용자들에게는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채무조정과 피해구제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금융취약계층의 자금난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제 금융정책의 시선은 관리하기 쉬운 합법시장에 대한 규제를 넘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민을 착취하는 불법사금융의 근절로 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법사채의 문턱에서 서민을 돌려세우고, 이미 사채의 늪에 빠진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일. 서민금융연구원이 제기한 '강도 높은 불법사금융 채무조정'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서민금융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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