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경제적 어려움에 놓인 도민을 금융상담 단계에서 발견하고, 위기에 처한 청소년은 학교와 상담·복지·정신건강·경찰·소방기관이 신속하게 연결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경기도의 자살예방 대응체계가 현장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해 12월 출범시킨 ‘자살예방대책 추진 TF’가 경제와 청소년 분야를 중심으로 기관 간 연결망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자살예방사업이 정신건강 분야에 집중됐다면, 경제적 위기나 학교생활 등 일상에서 위기 신호를 먼저 발견하고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TF는 김성중 행정1부지사를 위원장으로 경기도 실국과 경기도교육청, 공공기관, 유관기관, 전문가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경제 ▲청소년 ▲우울증 ▲연구통계분석 등 4개 분과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상담 현장을 '위기 발견 창구'로
경제분과가 주목한 것은 경제위기와 정신건강·자살위기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복지재단과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등 경제 관련 기관과 자살예방센터는 지금까지 10여 차례 상호교육을 진행했다.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채무조정이나 금융상담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심리적 위기 신호까지 살필 수 있도록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경기도가 기대하는 변화는 분명하다. 빚이나 채무 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위기에 놓여 있다면, 금융 문제만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신건강·자살예방 지원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경제적 위기가 심화된 뒤 사후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금융상담이라는 생활 현장에서 위험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겠다는 접근이다.
중장년층의 복합적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도 4060 마음플러스+'도 같은 맥락이다.
이 플랫폼은 고용과 금융, 법률, 주거, 교육, 가정, 생계, 의료, 정신건강 등 9개 분야의 정책과 서비스 정보를 한곳에 모아 제공한다. 경제적 어려움 하나만 해결해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복합위기 대상자를 여러 지원체계와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청소년 위기, ‘어디로 보낼 것인가’까지 연결
청소년 분야에서는 기관 간 단절을 줄이는 데 방점이 찍혔다.
경기도는 12개 기관 전문가와 함께 '경기도 청소년 연계 프로토콜 라이프 링크(LIFE LINK)'를 제작했다. 청소년의 위기 신호를 발견한 뒤 위험도를 평가하고, 적절한 전문기관에 연결한 다음 지속적인 상담과 관찰까지 이어지도록 기관별 역할과 절차를 구체화한 것이다.
학교에서 위기 신호가 발견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학교 안에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정 문제나 경제적 어려움, 정신건강 문제, 자해·자살 위험 등 상황에 따라 필요한 지원기관도 달라진다.
라이프 링크는 이런 상황에서 '어느 기관이 무엇을 맡고, 다음 단계에서 어디로 연결할 것인지'를 체계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학교의 Wee 프로젝트를 비롯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학교밖·가정밖청소년지원센터, 무한돌봄센터, 가족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자살예방센터,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경찰·소방 등이 주요 연계기관으로 포함됐다.
기관들은 기능에 따라 ▲발굴·상담 ▲정신건강·자살위기 ▲가정·보호·돌봄 ▲자립·지원 영역으로 구분된다. 위기 청소년을 발견한 기관이 혼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도와 상황에 따라 적절한 기관으로 연결하는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프로토콜'의 성패는 현장 적용
경기도의 이번 대책에서 중요한 대목은 새로운 기관을 만드는 것보다 이미 존재하는 기관 사이의 연결을 촘촘하게 만드는 데 있다.
실제 위기 상황에서는 청소년을 처음 만난 기관이 위험도를 판단하고 적절한 기관을 찾아 연결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 경제 분야 역시 금융기관이 정신건강 문제를, 자살예방기관이 금융 문제를 각각 전문적으로 다루기는 어렵다.
결국 관건은 기관별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위기 당사자가 여러 기관을 전전하지 않도록 연결하는 데 있다.
경기도는 라이프 링크의 현장 적용 결과와 관계기관 의견을 바탕으로 기관별 역할과 연계 절차를 계속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지역별 기관 여건이 다른 만큼 실제 현장에서 프로토콜이 얼마나 쉽게 활용되는지가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엄원자 경기도 정신건강과장은 "자살예방대책 추진 TF를 통해 분야별 협력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도와 31개 시군 및 관계기관 간 협업을 강화하겠다"며 "'한 사람의 생명도 놓치지 않는 생명안전 경기도' 구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14일 열린 '2026년 자살예방의 날 기념행사'에서 민선 9기 생명안전 비전을 선포하고 2030년까지 자살률을 20%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TF의 성과는 결국 대책의 숫자보다 위기 상황에서 한 사람을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필요한 기관으로 끊김 없이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경제상담 창구와 학교, 지역사회 곳곳에서 발견되는 작은 위험신호를 실제 지원으로 연결하는 것이 경기도가 내건 ‘생명안전망’의 현장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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