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 문단에서 비평과 수필, 시의 경계를 넘나들며 여성문학과 인간 존재의 문제를 꾸준히 탐구해 온 정영자 문학가의 문학세계가 다시 조명된다.
'수요문학광장'은 3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필동 문학의 집·서울 '산림문학관' 1층 중앙홀에서 제216회 '이 작가를 말한다' 행사를 열고 정영자 문학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이번 행사는 정영자의 문학을 단순히 한 장르의 성취로 바라보기보다 비평·수필·시가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난 문학적 나무라는 관점에서 조명하는 자리다.
사회는 아동문학가 정재분이 맡으며, 부산 물소리 시극단의 시극 공연 <윤동주, 별이 된 사람>과 장충열 시인의 시 낭송도 함께 마련된다.
문학평론가 정영자는 1941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통영의 바다와 산, 항구의 풍경 속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의 남해와 통영은 훗날 그의 문학을 형성한 중요한 원형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한 뒤 신라대학교 교수로 재직했으며 부산문인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신라대학교 명예교수와 통도사 영축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학 활동의 폭도 넓다. 1980년 <현대문학>을 통해 평론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9년에는 <문예운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과 수필집, 평론집 등 70여 권에 이르는 저술을 통해 한국문학의 여러 영역을 두루 탐구해 왔다.
특히 정영자의 비평은 한국의 신화와 설화 속에 내재한 문학적 원형을 탐색하는 데서 출발해 여성문학 연구로 확장됐다.
김명순·나혜석·김일엽 등 그동안 문학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여성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새롭게 조명하면서 한국 여성문학의 지평을 넓혀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의 수필에는 고향 통영의 바다와 자연, 가족의 기억, 여성으로서의 삶과 정체성이 따뜻한 언어로 스며 있다. 시에서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성찰과 자연과의 교감, 여성의 내면세계가 서정과 철학의 언어로 형상화된다.
행사 관계자는 정영자의 문학을 관통하는 핵심을 '여성의 삶과 목소리, 고향의 정서, 존재에 대한 사유'로 설명했다.
장르를 달리하면서도 결국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의 제목과도 맞닿아 있는 정영자의 '작가의 말'은 그의 문학적 출발점을 고향의 기억에서 찾는다. 어린 시절 남해의 햇빛과 통영의 바다, 항구의 뱃고동, 꽃과 바람, 사람의 온기와 그리움이 시간이 흐른 뒤 문학의 언어가 됐다는 고백이다.
그는 "바람이 불면 바람을 쓰고, 꽃이 피면 꽃을 쓰고, 사람이 그리우면 그리움을 쓰겠다"는 다짐과 함께 "사람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시를 읽으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이는 정영자 문학의 지향점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문학이 삶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삶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인간의 상처와 기억, 사랑과 그리움을 새로운 언어로 길어 올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의 문학에서 '고향'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다. 어린 시절의 감각과 기억이 문학의 씨앗으로 남고, 시간이 흐른 뒤 그것이 시와 수필, 비평의 언어로 다시 살아나는 정신적 공간이다.
통영의 바다와 산, 항구의 불빛과 뱃고동은 그의 문학에서 인간과 자연, 기억과 존재를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
이번 '이 작가를 말한다'는 이러한 정영자의 문학적 궤적을 한자리에서 살펴보며, 장르의 경계를 넘어 오랫동안 문학의 본질을 탐색해 온 그의 작품세계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정영자의 문학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한 사람의 삶으로 돌아온다.
바다에서 시작된 기억이 비평이 되고, 수필이 되고, 시가 됐다. 그리고 그 모든 길의 끝에서 만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시를 읽으며 살아가고 싶다."
그 한 문장이 정영자 문학의 오랜 여정을 가장 조용하고도 선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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