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소설가 정세랑이 제4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최인호의 문학정신을 오늘의 창작으로 이어가고 있는 정세랑 작가는 이날 수상소감에서 "최인호 선생님께서 오늘날의 제게 횃불을 건네주신 것 같다"며 수상의 의미를 되새겼다.
최인호청년문화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장호, 운영위원 김홍신·배창호·손정순)가 주최하고 쿨투라문화예술연구소가 기획·주관하며 서대문구와 ㈜작가미디어가 후원한 제4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시상식이 30일 오후 서울 예술극장 필름포럼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오후 3시 30분부터 영화 <깊고 푸른 밤> 상영으로 시작됐다. 행사에서는 시상식에 앞서 최인호 원작·배창호 감독의 영화 <깊고 푸른 밤>을 상영하고, 김종원 영화평론가와 배창호 감독, 유성호 문학평론가가 참여하는 시네토크를 통해 작품과 최인호 문학세계를 조명했다.
이어 김종원 영화평론가와 배창호 감독, 유성호 문학평론가가 참여한 시네토크가 마련돼 최인호의 소설이 영화라는 매체와 만나 어떻게 새로운 문화적 언어로 확장됐는지를 되짚었다.
시네토크 사회는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가 맡았으며, 영화 상영과 대담에 이어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됐다.




오후 6시부터 열린 시상식에서는 유현종 소설가의 축사, 이광호 심사위원장(심사위원 유성호·김태훈)의 심사 경위 소개에 이어 이장호 운영위원장이 정세랑 작가에게 상금 1천만 원과 함께 상을 전달했다.
정세랑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최인호 작가와의 짧지만 인상 깊었던 만남을 떠올렸다.
그는 "제가 편집자로 일하던 출판사에 최인호 선생님께서 방문해주셔서 스치듯 뵌 적이 있다"며 "편안히 앉아 계셨는데도 대가의 아우라가 공간을 가득 채워 인상 깊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우러러봤던 선생님께서 오늘날의 제게 횃불을 건네주신 것 같아 소중히 받아들고자 한다"고 수상의 의미를 밝혔다.
정 작가는 특히 문학이 책이라는 전통적인 형식에만 머물지 않고 거리와 일상의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자신의 창작관도 밝혔다.
그는 과거 공공기관과 백화점 전광판에 상영되는 짧은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를 쓴 경험을 소개하며 "책이나 영화, 드라마를 찾아 접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우연히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유독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기회만 주어진다면 다시 거리의 일부가 되고 싶다"며 "이야기를 낯선 그릇에 담아, 쭉 뻗은 팔로 내밀고자 하는 이 마음을 최인호 선생님은 누구보다 잘 아셨으리라 짐작한다"고 덧붙였다.
문학과 다른 예술 장르의 만남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정 작가는 "음악, 미술, 연기, 무용과 같은 인접 분야와 마주쳐 일으키는 일종의 불꽃놀이에 매혹된 지 오래"라고 밝히며 문학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창작자로서의 생각을 전했다.
또 "귀한 상으로 제게 빛을 비추어주셨기에, 저도 상의 이름을 더욱 빛낼 수 있도록 한껏 발돋움하려 한다"며 "시간을 뛰어넘는 것이야말로 문학과 문화의 존재 목적"이라고 수상 소감을 맺었다.
정세랑 작가는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나 2010년 문예지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옥상에서 만나요>, <목소리를 드릴게요>, <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 피플>, <시선으로부터,>,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며 독자와 만나왔다.
창비장편소설상, 한국일보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동국대 예술대 변정현·이한음의 최인호 소설 낭독도 이어져 고인의 문학세계를 다시 음미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손정순 쿨투라문화예술연구소 대표의 인사말을 끝으로 공식 행사를 마친 뒤에는 참석자들의 담소와 다과를 나누는 리셉션이 진행됐다.
"문학은 시간을 건너 다음 세대에게 간다"
최인호청년문화상은 소설가 최인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젊은 창작자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상이다.
특히 올해 수상자인 정세랑 작가가 강조한 '이야기의 확장'과 '시간을 뛰어넘는 문학'은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대중과 호흡했던 최인호의 창작세계와도 맞닿아 있다.

정 작가는 이날 수상소감에서 앞으로의 창작에 대해 "선생님을 본받아 시대를 관통하며 작가적 탁월함을 발산하는 이야기를 써보겠다"고 다짐했다.
최인호의 문학에서 출발한 상이 한 세대의 작가에게 건너갔고, 다시 그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다음 세대의 독자에게 이어지는 자리였다.
문학은 한 사람의 생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사람에게 건네는 이야기의 불씨일지도 모른다. 이날 정세랑 작가가 말한 ‘횃불’의 의미도 바로 그 지점에서 오래 남는다.
한편, 최인호청년문화상은 최인호의 문학과 문화예술적 업적을 기리고 한국 청년문화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한 창작자를 격려하기 위해 2023년 제정됐다.
제1회 수상자는 소설가 김애란, 제2회는 영화감독 장재현, 제3회는 가수 겸 음악감독 장기하가 각각 수상했으며, 올해 제4회 수상자로 소설가 정세랑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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