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대전문인총연합회가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서포 김만중과 송강 정철을 잇는 문학의 길을 찾아 나선다.
송강의 가사문학에서 서포의 소설문학으로 이어지는 우리말 문학의 계승과 변화를 현장에서 살펴보는 특별한 문학기행이다.
대전문인총연합회(회장 노수승)가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해 서포 김만중과 송강 정철을 잇는 특별한 문학기행에 나선다.
대전문총이 주관하고 대전광역시가 후원하는 '제3회 서포문학축전 서포문학기행'은 오는 10월 9일부터 10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서포 김만중의 문학세계를 이해하고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하는 문인과 시민 56명이 참여한다.
이번 기행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남해 유배문학관과 노도 서포 김만중문학관을 중심으로 진행했던 답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송강 정철의 문학 현장을 찾는다는 데 있다.
대전문총은 이번 기행을 통해 ‘서포 김만중의 문학은 송강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문학사적 현장에서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송강과 서포는 약 100년의 시대적 간격을 두고 있지만 문인이자 정치인으로 활동했고, 정치적 부침과 유배의 고독을 겪은 뒤 이를 문학으로 승화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특히 한문 중심의 문학 풍토 속에서 우리말 문학의 가능성과 가치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학사적 접점을 갖는다.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에서 우리말을 버리고 다른 나라의 말로 시문을 짓는 것을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에 비유하며 우리말 문학의 가치를 강조했다.
또한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과 '전후사미인곡'을 중국 초나라 굴원의 '이소'에 견줄 만큼 높이 평가했다.
송강은 '관동별곡'과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을 통해 자연과 풍류, 임금에 대한 그리움과 인간의 마음을 우리말의 아름다운 운율로 노래했다.
서포는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사랑, 가족과 윤리, 삶의 무상함을 소설 속에 담아냈다.
송강이 우리말로 '마음'을 노래했다면, 서포는 그 마음을 지닌 '인간'을 이야기한 셈이다.
대전문총은 두 문인의 관계를 '문학적 평행선'과 '상호텍스트성'이라는 관점에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두 문인의 삶과 문학적 궤적을 비교하는 동시에, 앞선 문학의 전통이 다음 시대의 작품에서 어떻게 계승되고 변주됐는지를 살펴본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송강의 우리말 문학이 서포에게 단순히 반복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와 소설이라는 장르를 만나 한층 넓은 이야기의 세계로 확장됐다는 의미를 찾을 계획이다.
두 문인을 연결하는 역사적 인물과 학문적 관계도 이번 답사의 중요한 주제다.
송강 정철과 교유했던 사계 김장생은 서포 김만중의 증조부이며, 사계의 제자였던 우암 송시열 역시 송강의 신원에 힘쓰는 한편 서포와 정치적·사상적 관계를 맺었다.
따라서 송강에서 사계와 우암을 거쳐 서포로 이어지는 인적·학문적 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이번 문학기행의 또 다른 의미로 꼽힌다.
답사단은 충북 진천의 송강문학관과 정송강사, 송강 정철 묘소를 비롯해 전남 담양의 한국가사문학관, 소쇄원, 함벽정, 식영정, 송강정 등을 차례로 찾는다.
문학의 현장을 직접 걸으며 작품과 작가의 삶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살펴보고, 송강에서 서포로 이어지는 우리말 문학의 흐름을 되짚는 시간이다.
문학기행은 답사로 끝나지 않는다. 대전문총은 기행 이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시·수필·사진·동영상 등 문학기행 작품을 공모하고 심사를 진행한다.
이어 10월 21일 서포문학 연구자들을 초청해 서포학술대회를 열고 우수 공모작을 시상할 예정이다. 선정 작품은 『한국문학시대』 겨울호에도 게재해 문학기행의 결실을 회원들과 공유한다.
노수승 대전문인총연합회 회장은 "이번 기행은 서포의 문학만을 살펴보는 답사가 아니라 송강의 노래가 서포의 이야기로 어떻게 이어지고 변주됐는지를 확인하는 문학적 여정"이라며 "서포문학기행에서 만나는 송강과 서포를 함께 읽음으로써 우리말 한글문학의 계승과 확장이라는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강은 노래했고, 서포는 이야기를 썼다.
한 사람은 가사로 마음을 노래했고, 한 사람은 소설로 인간의 삶을 풀어냈다. 시대와 장르는 달랐지만 두 문인이 향한 곳에는 우리말과 우리 삶이 있었다.
이번 문학기행은 두 문인의 흔적을 찾아가는 답사인 동시에 우리말 문학이 어떻게 노래에서 이야기로, 한 시대에서 다음 시대로 건너왔는지를 확인하는 문학의 길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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