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세월호 참사 2주기인 16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는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유가족과 많은 시민들이 모여 추모의 물결을 이뤘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의 약속 국민연대'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2주기 기억 · 약속 · 행동 문화제'를 열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가족100여명과 함께 이른바 ‘세월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20대 국회의원 당선인과 같은 당 표창원, 도종환 당선인, 정의당 이정미 당선인, 이재명 성남시장 등 시민 1만2천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문화제에서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특검 실시, 진상규명, 미수습자 시신 수습 등을 정부에 요구했으며,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 같은 요구사항의 관철을 약속한 20대 총선 당선인들에 대해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박주민 20대 국회의원 당선인은 행사에서 "세월호 추모공원도 단 한 삽도 뜨지 못했다. 트라우마 센터는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정부의 약속은 단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는 사람의 생명이나 안전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문화와 국민이 위험에 빠졌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국가, ‘기레기’라 불린 쓰레기 같은 언론,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국가 눈치를 보는 수사기관 등 적폐와 병폐가 압축적으로 표출된 참사"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문제가 유지된다면 세월호 참사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아주 보편적인 일, 바로 우리들의 일"이라고 비판과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행사 전 올린 SNS 글에서 "국민 304명의 처참한 죽음에 대해 진실의 끝자락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2년이 지나고 말았다"며 "진실을 품은 세월호는 여전히 수장되어 있고, 진실을 밝혀야 할 국가는 진실을 감추는 또 한 번의 가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는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며, 이를 위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전면적 특검이 20대 국회의 첫 입법 활동이어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 국민 모두가 세월호 참사라는 아픔을 딛고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운동가인 박래군 '4.16의 약속 국민연대' 상임운영위원도 단상에 올라 "정부와 여당은 세월호를 악착같이 지우려 하고 망각의 무덤 속에 넣으려 하지만 정부의 기도는 파탄 났다"며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상은 변하지 않았지만 우리 시민들은 변했다. 정부가 아니라, 우리 시민이 ‘다 됐다’ 싶을 때까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끝까지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원고 희생자인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와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 등 유가족들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추모제가 끝날 무렵, 일부 학생들이 권미화씨에게 다가와 어깨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권씨는 학생들에게 "고맙고, 울지 말라"고 다독이며 위로했다.
이날 문화제가 시작되기 전 깜짝 등장한 방송인 김제동씨는 우산도 없이 우의도 입지 않은 채 장대비를 맞으며 단상에 올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메시지를 건냈다.
그는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우리에게 어떻게 대할지 알 수 있다"며 "희생자 304명을 기억하며 그들 몫까지 함께 살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기억해 달라"며 "국회의원이나 당선인들이 배지를 지키는 열정만큼이나 실제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살려야 진짜 금배지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발언 도중 감정이 격앙된 듯 "'국가를 위해 싸우다 죽은 사람도 아닌데 왜 신경을 쓰느냐'라는 사람들에게 답한다"면서 "아이들이 바로 국가다. XXX들아"라고 욕설과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는 곧 욕설을 섞은 데 대해서는 사과했다.

광화문 광장 등에서 각종 노래공연과 플래시몹 등으로 진행된 이날 문화제 본 행사는 오후 7시부터 9시30분까지 질서 정연한 가운데서 이소선 합창단, 송경동 시인, 유로기아와 친구들, 우리나라 등의 무대가 펼쳐진 가운데 평화적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66개 중대 5천300여 명을 행사장 인근에 배치했으나 시민들과의 충돌은 없었다.
한편 이날 안산 합동분향소에서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4.16가족협의회' 주최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이 진행됐으며, 3천여 명의 추모객들이 줄을 이었다.
추모객들은 오후 1시부터 3시간 동안 열린 4.16걷기 '진실을 향한 걸음' 행사에도 참석했다.
광화문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시민 1만여 명의 헌화가 이날 자정까지 계속됐다.
i2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