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29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김 후보자의 논문 표절·중복 게재 의혹과 이념 편향 논란이 집중 거론됐다.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교육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김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를 적극 반박하며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김 후보자는 야당에서 제기한 이념 편향성 의혹에 대해 "저는 자본주의 경영학자"라며 "학자로서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시장경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날 청문회장은 일부 야당의원들이 김 후보자의 국가보안법과 한미동맹에 대한 과거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면서 색깔론 공방이 펼쳐졌다.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지난 2004~2005년에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는 각종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것을 두고 "아직도 만악의 근원이 주한미군이라고 생각하느냐"며 "김 후보자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주의자"라고 공세를 가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한미동맹은 우리 사회의 근간으로 하되 수평적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자본주의 경영학자로서 시장 기능을 중시하되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생겨난 모순을 해소해야 한국경제가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적극 해명했다.
같은 당 곽상도 의원 역시 '김 후보자가 경기교육감 시절 교육청에서 발간한 교사학습자료에 마르크스 혁명론을 소개한 부분이 있다"고 추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당시 자료는 루소를 비롯해 철학자들의 사상 흐름을 제시한 자료"라며 "프랑스 대입자격 시험인 바칼로레아에 출제된 문제와 해답에서 발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육계 최대 현안인 특목고 폐지 방안에 대해서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김 후보자는 "외고·자사고 등을 모두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5년간 8,490억원에 이르는 예산이 필요한데 재정문제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라는 장정숙 국민의당 의원 질문에 대해 "외고·자사고 문제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필요한 재정은 재정 당국과 협의하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자사고 폐지 등 고교 체제 개편에 관한 입장이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보다 한발 물러선 게 아니냐는 물음에는 "대통령 공약을 존중하면서 구체적인 방법은 국가교육회의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은 김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 의원은 "김 후보자의 석사학위 논문 130여 곳, 박사학위 논문 80여 곳에서 표절이 발견돼 논문 복사기, 표절왕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교육부 장관이 논문을 표절한 것은 국방부 장관이 병역을 기피한 것과 같다"고 공세를 가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당시 논문을 쓰는 관행과 전반적인 학술 논문 양태 등을 비교해 보면 (표절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라며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박사 논문에 대해 표절이 아니라고 최종 판단했고 석사 논문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당시 기준과 관행으로는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논문 중복 게재 논란에 대해서도 "연구비를 중복해 받은 경우도 없고, 연구업적 평가를 이중으로 받은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학자의 양심을 걸고 표절이 아니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김 후보자를 엄호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과거 발언을 인용하며 역공을 취했다.
표 의원에 따르면 정 권한대행은 자신의 박사 논문에 대해 표절 논란이 일자 "20년 전 논문을 지금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 당시엔 각주가 달리지 않은 논문이 여러 개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유은혜 민주당 의원은 "과거 특정 시기의 발언을 갖고 한 사람의 사상을 낙인찍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후보자 검증은 해야 하지만 사회주의자라고 말하는 등 색깔 공세를 연상시키는 말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곽상도, 전희경, 이장우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날 김 후보자의 사회단체 활동 이력과 과거 발언을 열거하며 김 후보자가 사회주의자라는 의심을 계속 제기하는 등 이념논쟁을 이어가자 "야당의 자진사퇴 공세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혐오발언)"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해 여야 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박 의원이 언급한 '헤이트 스피치'는 인종이나 성, 연령, 국적 등 특정한 그룹에 대한 편파·선동적이고 폭력적인 발언을 가리킨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헤이트 스피치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독일은 특정 인구 집단을 모욕하거나 악의적으로 비방하면 최대 징역 3년 형에 처하고 영국은 인종·출신국·피부색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한 사람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을 부과한다. 일본도 지난해 6월부터 인종차별 발언을 금지하는 '헤이트 스피치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자유한국당 측이 교문위 회의실 밖 복도에 '논문표절을 솔선수범했나', '인사 5대 원칙 훼손' 등의 벽보를 붙인 것을 놓고도 설전이 벌어졌다.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국회 사무처에 문의해 벽보를 떼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나경원 한국당 의원은 "유 위원장이 벽보를 철거하도록 지시한 셈"이라며 "권한 남용이자 편파 진행"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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