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경순 할머니가 20일 낮 12시께 서울아산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밝혔다. 향년 90세.
김 할머니는 2006년 이후 노환으로 입원과 수술, 퇴원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김 할머니는 지난 14일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한 김 할머니는 19일 급격히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진 후 20일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 신월동 메디힐병원장례식장이다.
김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 일본 히로시마 위안소로 강제동원됐으며, 이때 병을 얻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김 할머니는 1992년 정대협에 위안부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활동해왔다.
앞서 지난 15일에도 최모(90) 할머니가 지병으로 경남 양산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세상을 떠나 일본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44명(국내 40명, 해외 4명) 밖에 남지 않았다.
한편 야권 정치인들이 20일 고인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경순 할머니를 애도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정부의 (위안부 문제) 졸속 합의에 마음 편히 눈을 감지 못하셨을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고 죄스러운 마음뿐"이라며 "온 국민과 더불어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인재근 의원도 트위터에서 "김경순 할머니가 별세하셨다. 현재 44분의 할머니들만이 저희 곁에 남아계시다"며 "우리 정부의 위안부 협상 무효화와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트위터에서 "대통령과 정부는 12.28 합의의 무효를 선언해야 마땅하다"며 "그것이 오늘 돌아가신 김경순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어르신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합의에도 불구하고 유엔에는 위안부 강제동원을 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일본 정부에 분노한다"며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배상할 의지도 없는 일본 정부에 대해 우리 정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숨지기 며칠 전부터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 싶다' 등의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협 윤미향 대표는 "그렇게 힘들게 사시다가 가신 것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일본이 아직도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눈을 감으신 것이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 한분 한분께서 가신다는 것은 그만큼 시간을 오래 끌고 있다는 것"이라며 "역사의 산증인들이 떠나시기 전에 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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