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정 시인, 첫 시집 <사랑밖에 난 몰라> 출간

  • 등록 2025.05.21 22: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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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결핍을 감싸는 '사랑'의 언어, 시로 피어나다"
일상 속 사랑과 생명의 경계를 넘어선 시적 사유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김선정 시인이 첫 번째 시집 <사랑밖에 난 몰라>(인간과문학사 刊)를 출간했다.

이 시집은 시인이 오랜 시간 일상의 현장과 농촌의 자연 속에서 길어 올린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이 이끄는 생명과 공존의 시선을 담고 있다.

시인은 특히 '사랑'을 삶의 중심축으로 삼아, 그 설렘과 상처, 기다림과 성장의 여정을 서정적인 언어로 풀어낸다. 이번 시집에는 총 3부로 구성된 50여 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으며, 독자들에게 위로와 공감, 그리고 진심 어린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선정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사랑은 내 삶의 가장 아름다운 감정이고, 영혼을 감싸는 따스한 햇살"이라고 고백하며, "사랑 중입니다"라는 문장으로 끝맺는다.

이 고백은 단순한 연애 감정을 넘어, 삶을 관통하는 근원적 감정으로서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시인은 자신의 뜨겁고 솔직한 감정들을 시로 흘려보내며, 결핍 속에서도 부족함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랑의 힘’을 시적으로 증명해낸다.

시로 피워낸 일상의 풍경, 기다림과 이별의 통찰

이번 시집은 제1부 '풍경소리', 제2부 '농담 혹은 고백', 제3부 '맨날 그런다'로 구성되며, 각 부마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결로 펼쳐 보인다.

수록된 시 중 '이윽고 아름답다'에서는 텃밭의 상추를 통해 삶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모두가 무한한 존재로 피어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달맞이꽃'에서는 뜨거운 햇볕 아래 님을 기다리는 절절한 사랑의 형상을 그려낸다. '기다리고 있는 중'과 '불꽃놀이'에서는 이별과 회한, 찬란했던 순간의 뒤안길을 시적 긴장감으로 담아내 깊은 울림을 전한다.

특히 '이윽고 아름답다'는 김선정 시인의 시 세계가 가장 잘 드러나는 대표작이다. 잘 정돈된 두둑과 고랑, 인간이 만든 질서 속에 심어진 상추들이 '느닷없는 비'라는 자연의 사건 이후 제멋대로 자라며 경계는 사라진다. 시인은 그 경계가 허물어진 순간, 비로소 세계가 '무한하고 아름답다'고 선언한다. 이는 시인이 삶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태도이자,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즉, '사랑밖에 난 몰라'라는 말은 단순한 감상적 고백이 아니라, 경계와 차이를 넘어서는 시인의 실천적 언어다.

이윽고 아름답다

- 김선정 시인

조금만 텃밭에 상추를 심느라 이랑을 만들었다
두둑과 고랑, 경계가 선명하다
잘 정돈된 것이
심지어 깍쟁이처럼 이쁘다

앞뒤 좌우 간격 재며
줄 맞춰 상추를 심는다
반듯반듯 곧게, 아주 곧게
어린 상추가 자란다

느닷없이 큰비가 지나가고
상추는 불쑥 자라 있다
둑과 고랑, 경계는 사라지고
높고 낮음이 없어진다

세상의 경계가 사라졌다
그러므로 무한하고
이윽고 아름답다

이 시는 자연의 섭리와 삶의 통찰을 농촌의 일상적 풍경 속에 담아낸 작품이다. 특히 경계의 해체를 통해 자연스러운 조화와 포용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시 초반부의 정갈하게 만든 이랑과 고랑, 선명한 경계는 인간이 세운 질서와 규범을 상징한다. 반듯하게 줄 맞춰 심은 상추는 사회적 틀과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투영한다.

그러나 "느닷없이 큰비"라는 자연의 개입은 그러한 질서를 무너뜨리고, 상추는 제멋대로 자란다. 시인은 이 변화 속에서 중요한 시적 전환을 제시한다. 경계가 사라진 순간, 삶은 무한해지고, 그러므로 아름답다는 통찰이다.

이 시는 경계 속의 안도감보다, 경계가 무너진 자리에서 피어나는 자유와 평등, 생명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말한다. 텃밭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이념, 세대, 성별, 계층 간의 경계가 자연처럼 허물어질 때 진정한 '아름다움'에 이를 수 있다는 확장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윽고 아름답다"는 단순한 미적 감탄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고 고정된 틀이 무너질 때 도달하는 삶의 깊은 통찰이자 선언이다. 이는 다름을 인정하고 경계를 넘어서는 용기 속에서 피어나는 공존과 연대의 가치를 상징한다.

송찬호 시인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김선정 시인은 불완전하면서도 깨지기 쉬운 사랑에 무한한 애정을 쏟는다"며 "사랑은 다독이고, 깁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이라는 본질을 잘 보여준다"고 평했다.

유한근 문학평론가는 "김선정 시인은 아포리즘적 언어를 통해 삶의 원형을 사유하고 있다"며 "사랑을 존재의 뿌리로 삼아 슬픔과 그리움, 고통과 위로가 교차하는 시적 감각을 탁월하게 형상화했다"고 해설했다.


시와 삶을 잇는 문학인 김선정 시인

김선정 시인은 2017년 <화백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 '고운소리낭송회' 낭송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 사무국장,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장백문화예술재단 이사장으로서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김선정 시인의 시는 단순히 개인의 감정을 풀어내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녀의 시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공감의 시간을 선사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사랑이 필요한 이유를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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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섭 기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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