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생충>은 이미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프랑스 최초 100만 관객도 돌파했다. 지난해부터 북미 상영에 들어간 <기생충>은 대중관객의 호응을 받으면서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진입했으며, 아카데미 결과에 힘입어 향후 1억 달러이상의 흥행수입도 기대된다.
외국 관객들이 <기생충>에 열광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빈부격차의 계급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견해다. 부잣집에 가난한 운전기사나 파출부가 고용되는 것은 일반적 소재일 수 있지만, 운전기사, 파출부, 미술선생, 과외교사 모두가 알고 봤더니 한 가족이라는 설정은 매우 이례적이고 특수한 설정이다. 픽션에서나 가능한 얘기라는 것이다.
아무튼 꼭 짚어 이거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외신 반응을 보면 "몰입감 있는 스토리 전개와 예측을 불허하는 결말처리"가 그들이 이 영화를 재미있게 감상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요컨대 이 영화는 기존 장르영화의 관습에 익숙한 미국 관객들에게 매우 신선한 이야기로 다가갔다는 것이다. 장르영화에 정통하면서도 기존 장르의 관습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봉준호 식 장르'야말로 그들에게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라 하겠다.
사실 <기생충>이 애초에 목표로 했던 국제장편영화상을 넘어서 작품상까지 수상하게된 것은 이변중의 이변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다. 샘 멘데스 감독의 <1917>과 퀜틴 타란틴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아이리시맨>과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 등 쟁쟁한 경쟁 작품들을 뒤로 하고 비영어권인 <기생충>이 주요 부문상 4관왕이 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렇다면 아카데미가 <기생충>에 몰표를 몰아준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몇 년 전부터 아카데미는 변화를 모색해왔다. 영화 전편을 '원 콘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이라는 새로운 기법으로 촬영하여 기술적 완벽성을 과시한 <1917>을 제치고 <기생충>이 작품상을 거머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미국 영화인들은 이제 현란한 기술과 화려한 스펙터클보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갈망했다는 것이다. 또한 판에 박힌 장르영화들의 확대재생산보다는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를 보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이에 부합하는 영화가 바로 <기생충>이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사단법인 한국영화학회의 회장을 역임했고, 지난 3년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심사위원을 맡았다.
저서로는 '영화예술의 옹호'(2001), 'Korean Film Directors: Lee Jang-ho'(Kofic, 2009), '홍상수의 인간희극'(2015), '스타 페르소나'(2018) 등이 있다. 이밖에 시나리오 '물고기 하늘을 날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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