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잉꼬 부부로 소문났던 김종필(JP) 전 총리가 부인 박영옥 여사에게 지상에서 마지막 키스를 하며 떠나보낸 것으로 알려져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김 전 총리는 21일 고인의 마지막 길을 의료진을 모두 물리고 혼자 배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총리는 지난해 고인이 병원에 입원한 직후 본인도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신세이면서도 매일 병상을 지켜왔는데, 의료진이 임종이 가까워왔음을 알리자, 모두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청한 뒤 마지막까지 부인의 손을 잡고 임종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는 부인에게 마지막으로 입맞춤했고 이어 곧바로 고인이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64년전 아내에게 선물한 결혼반지를 목걸이에 매달아 떠나는 아내의 목에 걸어줬다고 한다.
김 전 총리는 임종을 지킨 후 과거 결혼식 당시 고인의 작은아버지이자 자신의 상사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결혼 선물로 황소 한마리를 보낸 일화 등을 회상하며 "허무하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조문객들을 만나서도 "난 마누라하고 같은 자리에 누워야겠다 싶어서 국립묘지 선택은 안했다. 집사람하고 같이 눕고 싶은데 아직 부부가 같이 현충원에 가는건 대통령이나 그렇다고 한다. 국립묘지에 가고 싶지도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김 전 총리는 "(장지에) 거기 나하고 같이 나란히 눕게 될거다. 먼저 저 사람이 가고 (나는) 그 다음에 언제 갈지…. 곧 갈거예요 난. 외로워서 일찍 가는게 좋을 것 같아요"라며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의 마지막 말은 "여보, 멀지 않은 장래에 갈 테니까 외로워 말고 잘 쉬어요"로 알려졌다.
한편 김종필 전 총리의 부인인 박영옥 여사는 지난 21일 오후 8시43분께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에 입원해 투병 중에 숨졌다. 향년 86세.
박영옥 여사는 지난해 9월부터 이 병원에 입원해 척추협착증과 요도암으로 투병해오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전 총리가 박씨를 극진히 간호하는 모습이 공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 정치사의 산증인인 '영원한 2인자' 김 전 총리는 지난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오른쪽 팔과 다리가 불편한 상태다.
하지만 부인이 입원한 뒤로는 매일 자택과 병원을 오가며 박 여사 간병에 온 힘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여사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형인 박상희씨의 장녀로 박근혜 대통령과는 사촌 간이다
박영옥 여사는 박 전 대통령 주선으로 1951년 김종필 전 총리와 부산에서 결혼해 김 전 총리와 함께 정치일생을 함께 해왔다.
김종필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과 함께한 5.16혁명을 지켜봤으며 혁명 성공후에는 증권파동과 국민복지회 사건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계를 떠나는 남편의 격변을 경험했다.
김종필 전 총리는 사석에서 자신의 결혼 생활을 물으면 "한 여인만 바라보고 한 눈 팔지 않고 살았다."고 말해 부인의 대한 극진한 사랑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장과 자민련 당무위원을 역임한 박준홍씨가 남동생이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되었으며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진다.
장건섭 기자 i2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