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김민정 시인의 해외문학 순례기③ '남미, 거대한 자연과 다양한 인간 삶의 무늬'

  • 등록 2025.09.08 18: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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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이푸댐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까지, 한국문학의 외연을 넓히는 여정
글/김민정(시인‧수필가,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남미의 광활한 자연과 다채로운 인간사를 문학과 문화의 눈으로 살펴보는 김민정 시인의 세 번째 여정. 이번 순례에서는 브라질, 파라과이, 아르헨티나를 잇는 이타이푸 댐과 현지 심포지엄을 통해 라틴아메리카문학과 한국문학의 만남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시인의 시로 보는 이타이푸댐

강물은 길을 찾아
숨을 쉬며 이어진다
부지런한 바람이
물과 만나 일으키는
전기여, 뜨거운 의지여
힘을 가진 노래여

어둠을 몰아내는
불빛들의 근원지
자연이 신과 맺은
인간을 위한 약속
브라질·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삼국 시대

강물의 호흡 따라
구름이 거둬질 때
그림자 별빛 한 줌
댐 위에 서성이고
가만히 어둠을 끄는
빛의 군무 보인다

이제는 내가 여기
발걸음도 가지런히
바쁘다 놓쳐버린
침묵을 추스르며
흐르며 멈추는 법도 귀를 열고 듣는다

- 김민정 시인의 시조 '이타이푸, 댐의 유산' 전문


현존 세계 최대 규모의 댐이자 수력발전소 '이타이푸댐의 현장'

2025년 4월 30일. 이 날은 리오를 출발하여 두 시간 15분 후 이과수(IGU)에 도착해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서 호텔에서 준비해 준 도시락을 버스 안에서 먹고, 우리는 파라과이·브라질·아르헨티나가 합작하여 만든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 이타이푸댐을 보러 갔다. 햇빛에 윤슬이 반짝이는 끝없이 펼쳐진 댐의 강물은 마치 바닷물처럼 광활했다.

이타이푸댐은 브라질과 파라과이 국경에 있는 파라나 강에 위치하며, '노래하는 돌'이라는 뜻이다. 몇 개의 수문만 열려 있어 많은 물이 흘러나오지는 않았지만, 댐 자체는 매우 거대했다. 이 댐은 1975년부터 1984년까지 건설되었으며, 길이는 7,919m, 높이는 196m, 저수지 면적은 1,350㎢로 서울 면적보다 조금 크다. 총 발전용량은 약 14,000MW(20개 터빈×700MW)이며, 브라질과 파라과이 양국이 공동 소유·운영하고 있어 국제협력 모델로 평가된다.




댐 건설 시, 브라질·파라과이·아르헨티나 삼국은 공식 협약을 체결했다. 댐 건설 주체는 브라질과 파라과이이며, 전력 생산과 이익을 양국이 50대 50으로 나눈다. 삼국이 '아순시온 삼국협정'을 체결한 이유는, 이타이푸댐이 파라나 강의 흐름과 수위를 변화시켜 아르헨티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현존 세계 최대 규모의 댐이자 수력발전소로, 산샤댐이 발전설비는 더 크지만 실질 발전량은 이타이푸댐이 앞선다. 1960년대부터 두 정부가 협업해 20기의 발전기를 10기씩 나누어 사용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으로 브라질 전력 수요 8.7%, 파라과이 전력 수요 86.4%를 공급한다. 하류 아르헨티나와의 협약으로 평시는 18개 이하 발전기만 가동된다. 미국 토목학회(ASCE) 선정 20세기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며, 이 댐 건설로 세계에서 가장 수량 많았던 과이라 폭포는 수몰되어 사라졌다.



현지의 자연관과 문화 체험…제30회 해외 한국문학 심포지엄

댐 방문 후 우리는 숙소로 이동했다. 현지 가이드는 "이곳에서는 자기 집 나무도 마음대로 자를 수 없고, 한 그루를 자르면 반드시 한 그루를 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는 본받을 만하다.

호텔에 들어와 심포지엄 장소를 둘러보고 준비했다. 장소는 브라질 윈덤 포즈 두 이과수 호텔(Wyndham Foz do Iguaçu Hotel) 세미나실이며, 제30회 해외 한국문학 심포지엄 주제는 '라틴아메리카문학과 한국문학의 비교 고찰'이었다.

좌장은 김민정(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겸 상임이사, 월간문학 편집주간)이 맡았으며, 기조발제는 김호운 소설가(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주제발표자는 권남희 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회장,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지은경 시인(한국문인협회 문학정보화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김호운 이사장의 기조발제…'한국과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문화 동질성'

김호운 이사장은 기조발제에서 '한국과 라틴아메리카의 역사 및 문화 동질성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남미 각국이 공통으로 식민지 역사를 겪었으며, 오랜 독립운동과정을 거쳐 독립했기 때문에 중산층이 취약하고, 지배층인 대지주와 그에 의존하는 농업 노동자 간 빈부격차가 심하다고 말했다.

1970~80년대에 우리나라에 라틴아메리카 문학 작품이 소개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계기가 되어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 옥타비아 파스, 보르헤스, 네루다 등 중남미 문인들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그러나 1945년 라틴아메리카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의 작품 소개는 다소 늦은 편이었다. 2024년에는 국내 최초로 <라틴아메리카 여성작가 13인 소설선집(13 narradoras Latinoamericanas)>(이사벨 아옌데 외, 송병선 옮김, 더스타일, 2024)과, 라틴아메리카 최초 아동문학인 호세 마르티의 <황금 시대>(조갑동·신정환 옮김, 알랩, 2024)가 출간되었다.

김호운 이사장은 한국문학과 라틴아메리카문학의 관계에서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백년 동안의 고독>과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전쟁 참전 병사들의 현실과 마르케스의 작품 세계를 연결하며, 한국문학이 세계에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문화 특성과 인류 보편적 정서에 부합하는 작품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호운 이사장은 "와인이 아닌 물 같은 문학을 해야 한다. 매일매일 필요한 물처럼 문학이 일상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말로 기조발제를 마쳤다.

권남희 수필분과 회장의 주제발표 1…'역사적 관점에서의 라틴아메리카문학'

권남희 수필분과 회장은 '역사적 관점에서의 라틴아메리카문학 고찰'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언어를 통해 인간사회를 발달시킨 강력한 도구이며, 문학은 이를 기반으로 문화예술을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식민지 시대(16~18세기)에는 정복자·선교사 기록, 종교문서, 원주민 신화를 수집한 작품이 많았고, 독립 이후(19세기)에는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이 대표적 문학 형식이었음을 언급했다. 현대문학(20세기 초반)은 지역주의와 사회적 리얼리즘, 사회적 문제(빈부격차, 독재, 원주민 차별 등)를 반영하는 작품이 많았다.

또한 마술적 리얼리즘(Realismo Magico)과 붐(Latin American Boom, 1950~1970년대)이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하며, 포스트붐과 현대문학(1980년 현재)은 실험적 서사 구조와 여성 작가의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은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한국과 유사한 역사성과 시대적 정서를 갖고 있어 공유할 거리가 많다"고 평가했다.


지은경 문화정보화위원회 위원장의 주제발표 2…'라틴아메리카문학과 한국문학적 고찰'

지은경 문화정보화위원회 위원장은 '라틴아메리카문학과 한국문학적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지은경 위원장은 남미 문화와 라틴 문화가 식민지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융합되어 독특한 역사적·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발전했음을 강조했다. 한국과 라틴아메리카의 공통점으로 식민지 정치 억압과 민주화 투쟁, 좌우 세력의 갈등을 제시했다.

라틴아메리카는 산악·정글 지형으로 나라 간 교류가 제한적이었고, 한국은 주변 강대국 틈에 위치한 지정학적 조건과 비교할 수 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핵심 사조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며 정치적 독재, 인권 문제, 세계화, 페미니즘, 노동자 계급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지은경 위원장은 라틴문학과 한국 문학의 DNA는 문학의 변화, 개혁, 융합과 통섭이라는 관점에서 재조명될 수 있으며, 개혁과 변화는 보다 나은 문학을 지향하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 및 시적 통찰…문학적 자극과 성찰

짧은 심포지엄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잠시 접하며, 해외 문학에 대한 관심이 국내 문학의 이해와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임을 확인했다.

1982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많은 관심을 보였고,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를 새로 알게 되었다.

문학은 인간의 정신을 깨어있게 하고, 인간다움과 자각을 깨우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심포지엄에서의 자극은 라틴아메리카 문학 연구와 한국 문학의 성숙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i24@daum.net
장건섭 기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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