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사단법인 국제PEN한국본부(이사장 심상옥)가 선정하는 2025년 PEN문학상(제41회)의 영예는 지은경 시인의 신작 시집 <수다>에게 돌아갔다.시상식은 오는 12월 9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연세대학교 동문회관 그랜드볼룸에서 열릴 예정이다.
올해 PEN문학상은 예년과 달리 시 부문에서만 수상작이 나왔다. 문학의 본질이 언어의 미세한 떨림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듯, 올해의 선택은 '시가 도달한 자리'를 조용히 증명한다.
함께 발표된 부문은 ▲ PEN송운현원영시조문학상에 구충회 시조시인, ▲ PEN문학 특별상에 김정희 작가, ▲ PEN 해외문학상에 김성옥 재미 수필가로, 총 4개 부문의 각기 문학의 다른 모서리를 밝혀온 이들이다.
시집 <수다>, "서정이 스스로를 확장하는 순간"
2025년 PEN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올해 출간된 300여 권의 시집을 예심해 20권의 본심 후보, 최종 5권의 압축 심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은경 시인의 신작 시집 <수다>가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장 허형만 전 목포대 교수는 선정 이유를 "지은경의 시는 일상적 사물을 통과하는 순간, 익숙한 세계를 비틀어 새로운 감각으로 되돌려준다"며 "내면의 균열과 사회적 감수성이 동시에 진동하며, 그 떨림은 서정을 넘어 존재의 깊은 층위에 가닿는다"고 밝혔다.
허형만 심사위원장은 이어 "지은경 시인의 시 세계는 자연·시간·존재의 흔적을 통해 내면과 현실을 동시에 응시한다"며 "<수다>는 서정적 미감 위에 사회적·젠더적 인식까지 포괄하며, 언어를 통해 삶의 균열과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는 한 해의 성과였다"고 평가했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학교 교수 역시 <수다>를 "서정의 오랜 본성을 갱신하는 언어적 집성(集成)"이라고 평했다.
시집 속에서 시인은 나무의 엑스레이에서 삶의 높이와 뿌리에 관한 윤리적 전언을 길어 올리고, 생각의 흐름을 강물로 치환해 "잘 살아야 한다, 그래야 시인이다"라는, 어쩌면 시인 자신에게 건네는 가장 단정한 문장을 받아 적는다.
시간의 두께로 쌓여온 시인의 길… 한국문학 플랫폼 구축
1987년 등단한 지은경 시인은 시집 15권을 포함해 수필·평론·역서 등 장르를 오가며 언어의 여러 거처를 정성스레 세워 온 작가다. 또한 월간 <신문예>를 23년째 발행하며 한국문학의 창작 기반 확장에 기여해 왔으며, 한국문학의 흐름을 기록하고, 견디고, 지탱해온 이력이 그의 시 세계를 더욱 입체화한다..
그의 시는 '일상의 대상이 낯설게 전환되는 감각', '존재의 불안정성', '여성성과 사회 현실의 결합', '시간의 흔적을 더듬는 사유의 리듬' 등을 장착하고 있다. 그 언어는 조용하지만 언제나 긴장을 잃지 않는다는 평가받아 왔으며, 이번 수상은 문학적 완성도와 사회적 메시지의 병행 성취를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문학, 그 오래된 자의식을 다시 생각하다
PEN문학상은 문학이 사회적 책무와 미학적 탐구 사이에서 서로의 그림자를 견디며 걸어가는 과정 자체를 기리는 상이다. 올해의 수상작은 그 전통 위에 '말의 윤리'와 '존재의 책임'을 새롭게 배치하는 시적 성취라 할 만하다.
한편 사단법인 국제PEN한국본부는 "문학의 공적 가치와 창작의 자유를 지키는 기관으로서, 앞으로도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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