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사라지지 않기를, 조금 더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 간절한 소망을 화폭 위에 올려놓은 전시가 대전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 윤증연의 개인전 '영원의 앞에서'가 대전 중구 대흥동 이공갤러리에서 2월 19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다.
전시 서문에서 작가는 '영원'을 단절 없이 흐르는 시간이라 말한다.
그러나 그가 붙들고자 하는 영원은 거창한 영겁의 개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조금 더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깝다.
사라지기 쉬운 기억, 함께 나눈 시간, 소중했던 사람들의 흔적이 쉽게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 그의 회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푸른 기운이 감도는 꽃과 잎, 나비를 연상시키는 형상들로 가득하다.
부드러운 색면 위에 겹겹이 쌓인 터치들은 생명과 시간의 층위를 암시한다. 화면 속 식물은 구체적인 종(種)을 재현하기보다, 기억과 감정의 결을 담아낸 상징적 존재에 가깝다.
꽃은 피어 있으나 이미 스러짐을 예감하고, 나비는 날아오르면서도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생성과 소멸, 머묾과 흐름이 동시에 공존하는 풍경이다.
작가는 "영원의 앞에서 나의 소망은 무엇인가를 성취하려는 욕망이 아니라, 지켜내고 싶다는 마음에 더 가깝다"고 적는다.
경쟁과 속도의 시대, 더 높이 오르기보다 곁에 있는 것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색을 입히는 일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행위이자 누군가를 향한 조용한 기도가 된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작가의 사유를 관람객에게 건넨다.
전시장에 머무는 이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각자의 '영원의 앞에서' 서보기를 권한다.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이름, 오래 붙들고 싶은 기억, 아직 다 말하지 못한 소망을 떠올리는 시간. 작품은 질문을 던지고, 관람객은 그 질문 앞에서 스스로의 답을 찾게 된다.
작가 이름 '윤증연(允證演)'은 '진실로 증명하며 펼쳐 보인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의 화폭은 거대한 선언 대신, 잔잔한 색과 결로 진실을 증언한다.
영원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한 순간을 깊이 바라보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전시는 오전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할 만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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