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효(孝)'는 가르침이기보다 삶의 태도였다. 그러나 핵가족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효는 점차 추상적 윤리로 밀려났다.
전북 익산시는 이 사라져가는 가치를 행정 구호가 아닌 문학 콘텐츠로 붙잡아 왔다. 지난 5년간 이어진 '효 문학' 프로젝트는 효를 다시 읽고, 쓰고, 나누는 하나의 문화 실험이었다.
효(孝) 문화도시 익산시가 효행 스토리 도서 제작 사업의 일환으로 정성수 시인의 효시 감상집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한 기도>(화암출판·비매품)를 발간했다.
이번 감상집은 효를 도시의 문화 브랜드로 정착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련 콘텐츠를 확장해 온 익산시가 시민들이 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마련한 문학 자료다.
익산시는 2021년 창작동화 <효 이야기>를 시작으로, 2022년 효 동화 <효자 이보>, <효자 삼형제>, <효부 동래정씨>, 2023년 효 교육서 <효 사람의 근본>과 효 산문집 <아버님 날 낳으시고>, 2024년 효 시조 감상집 <효도의 꽃>을 잇따라 발간하며 효 문화 콘텐츠를 꾸준히 축적해 왔다.

이번에 출간된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한 기도>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시인 26명이 참여해 아버지에 대한 효시 1편, 어머니에 대한 효시 1편씩 총 52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여기에 정성수 시인이 각 작품마다 '효 사자성어'와 감상평을 덧붙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 것이 특징이다.
수록 작품 가운데 하송 시인의 '아버지의 안경'은 아버지의 삶을 ‘두꺼운 안경알’에 비유해 세월의 무게와 헌신을 담담하게 그려낸 시로 눈길을 끈다.
아버지의 안경알이 두꺼운 것은
세월이 이력이다
…
초점을 맞추느라 삶의 끝자락을 붙들고
미지의 세상을 들락거리고 있었다
하송 시인의 '아버지의 안경'처럼, 효는 희생의 미덕이 아니라 세월의 무게와 이해의 문제로 다뤄진다. 감상집이라는 형식은 '효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보다 '효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먼저 묻는다.
정성수 시인은 이 작품에 대해 "아버지의 삶을 돌아보며 고단함과 그로 인한 시각적·정서적 흐릿함을 탐구한 시"라며 "아버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과, 그 고통을 스스로 감내하려는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정성수 시인은 이어 "시를 읽고 나면 아버지 삶의 무게와 숨겨진 사랑, 자식으로서 충분히 모시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고 덧붙였다.
류창현 대한노인회 익산시지부장은 "이 감상집에 담긴 시들을 통해 효의 중요성과 가치를 다시 깨닫고, 익산시가 효의 본보기가 되는 도시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진희 대한노인회 전주시지부장도 "이번 발간이 효 정신을 되새기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익산 효 문학의 특징은 행정 주도의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지속성과 축적에 있다. 매년 한 권씩 쌓여온 책들은 효를 도시의 상징으로 만드는 동시에, 지역 문화 자산으로 남고 있다.
특히 문학인들이 참여한 작품집이라는 점에서, 효는 개인 윤리를 넘어 공공의 기억으로 확장된다. 대한노인회 익산시지부와 전주시지부 등 관련 단체의 참여 역시 효 문학이 세대 간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발간사를 통해 "효를 살리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부모가 먼저 효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자녀에게 효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전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시장은 이어 "사라져가는 효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익산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효는 여전히 우리 삶에 남아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정책이 아니라 문학으로 찾고 있다.
익산의 효 문학은 부모를 기리는 동시에, 오늘의 우리가 어떤 자식이며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효는 과거의 미덕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다시 읽혀야 할 삶의 태도라는 점에서, 이 조용한 문학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편 정성수 시인은 시집 30권을 비롯해 시곡집, 동시집, 산문집, 논술서 등 총 94권의 저서를 펴낸 중견 문인으로, 세종문화상, 소월시문학대상, 윤동주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향촌문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전주에서 '건지산 아래 작은 방'을 운영하며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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