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심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같은 재판부가 김건희 여사에게 선고한 징역 1년 8개월보다 두 달 더 무거운 형량이다. 법원이 이번 사건을 단순한 금품 수수가 아닌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의 결탁으로 본 결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권 의원이 2022년 1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교단 현안에 대한 청탁과 함께 현금 1억 원을 받은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은 헌법상 청렴의무에 따라 국가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며 "이번 범행은 국민의 기대와 헌법적 책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못 박았다.
특히 재판부는 '실제 대가성'을 분명히 했다. 권 의원이 금품 수수 이후 윤 전 본부장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면담시키고, 통일교 행사에 직접 참석했으며, 나아가 통일교 수뇌부의 해외 원정도박 관련 수사 정보를 전달한 점까지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친분 차원의 편의 제공이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 행사의 실행으로 판단된 대목이다.
권 의원 측은 특검 수사의 적법성과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권 의원이 15년간 검사로 재직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까지 지낸 법률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의 행위가 어떤 법적 의미를 갖는지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은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다만 재판부는 권 의원이 금품을 적극 요구하지는 않았고, 30년간 공직 생활을 하며 별다른 전과가 없다는 점을 참작 사유로 들었다. 그럼에도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 사건이 정치자금법의 핵심 취지-금권 정치 차단-를 정면으로 훼손한 사안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통일교 측 청탁과 함께 명품을 수수한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보다 형량이 더 무겁다는 점이다.
법원은 현물과 액수의 많고 적음보다, 정치 권력이 실제로 움직였는지 여부를 더 중하게 본 셈이다. 현금 1억 원은 '사적 향유'가 아니라 '정치적 매수'로 해석됐다.
권 의원 측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1심 판결문이 밝힌 메시지는 분명하다. 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한 정치인의 일탈이 아니라, 정치와 종교, 권력과 자금이 은밀히 맞물리는 구조 자체였다. 항소심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판결은 한국 정치가 아직 청산하지 못한 '보이지 않는 거래'의 실체를 법정에서 처음으로 또렷하게 드러낸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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