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 기다림마저 잊었을 때에도 / 너는 온다." 4월호 <시인>은 이성부 시인의 '봄'을 표지에 내세우며 계절의 도래를 선언한다. 이번 호는 시의 현재와 문학 생태계를 촘촘히 엮어내며, 한국 시단의 다층적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표지에서 시작되는 '도래의 미학'
이번 호 표지는 송하진 시인(전 전북도지사)의 수채화 풍경 위에 얹힌 이성부의 시 '봄'으로, 기다림을 초월한 도착의 시간을 상징한다. 이는 단순한 계절의 환기가 아니라, 시와 삶이 도달하는 방식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목차로 읽는 문학의 현재
권두 '에세이로 출발합니다'는 지상과 지하를 오가는 사유의 출발점으로 기능하며, 이어지는 '자비출판 시집 안내'는 인문학 시인선 신간 시집의 흐름과 독서 경향을 짚는다.
한성원의 그림기록은 이상의 '오감도 시제2호~시제14호'를 시각적으로 재해석하며, 난해한 현대시를 감각적으로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서울시인협회의 신작 발표 및 시단 활동 지원 안내는 문학 공동체의 실질적 기반을 보여준다.
시의 중심-이름으로 드러나는 흐름
이번 호의 핵심인 '허형만의 선택' 코너에서는 민윤기, 윤채한, 서하, 김미자, 이용하, 송영신, 김문자, 박관서, 이서빈, 고현심 등 다양한 시인의 작품이 소개되며, 각기 다른 시적 결이 공존하는 현재 시단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어 '시인은 시를 쓴다'에서는 박문재, 김명수, 박광익, 장건섭, 이승복, 황경식, 문현미, 황상순 등 2000년 이전 등단 시인 8인의 신작이 실리며, 중견 시인들의 현재적 감각과 지속성을 확인하게 한다.
'표제시 발견'에서는 김홍신, 김이듬, 임영숙, 조수행, 허연, 이옥주, 정주연, 천영애의 작품을 통해 시의 핵심 문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읽기 방식을 제시한다.
또한 '짧게! 짧게! 초단편시' 코너에서는 신종승, 진종한, 강준구, 이영주, 서영미 등 신진 시인들이 참여해, 짧지만 강렬한 시적 실험을 선보인다.
문학의 확장-장르와 시대를 넘어서
정혜선의 서평 에세이는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를 통해 예술과 삶의 관계를 다시 조명하며,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다룬 '세상읽기'는 문학과 대중문화의 접점을 확장한다.
김종숙의 사진 시 작업은 '눈에 보이는 봄'을 시각적 언어로 구현하며, 권영규의 신간 시집은 시와 사진의 결합이라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유영수의 '시인의 길을 찾아서'는 천상병 시인의 흔적을 따라가며 문학적 기억을 복원하고, 김두호·김태완 등이 참여한 '미스터M의 러브레터'는 개인적 서정이 어떻게 공감의 언어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이효애, 안광석, 김해빈, 박화석, 이희국, 심수자, 이도훈, 김정곤, 임경하, 이종윤 등의 작품이 실린 '시와 함께', 그리고 김병준, 김정주, 김준호, 문성혜, 백승문, 손세하, 양현, 이경선, 이상록, 조선달, 조장한, 최유미 등이 참여한 '당신의 등장' 코너는 시단의 폭넓은 참여와 생동감을 드러낸다.
공동체로서의 문학
서울시인협회 회장 민윤기 시인이 발행인으로 있는 이 문학지는 오랜 시간 우리 시단의 한 축을 지켜온 자리다. 그 안에는 수많은 시인들의 시간과 언어가 겹겹이 쌓여 있다.
이번 호는 작품 발표를 넘어 문학 공동체의 구조를 보여준다. 서울시인협회를 중심으로 한 활동과 원고 청탁, 후원 안내 등은 문학이 여전히 살아 있는 네트워크임을 증명한다.
이름으로 이루어진 한 권의 계절
<시인> 2026년 4월호는 단순한 작품집이 아니다. 수많은 이름들이 모여 하나의 계절을 이루고, 각기 다른 목소리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듯, 시는 누군가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태어난다. 그리고 이 한 권의 문학지는 그 도래의 순간들을 조용히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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