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식이법 같이 사고로 숨진 아이의 이름을 딴 어린이 생명안전법안들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19일 문 대통령은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 민식 군 부모의 호소를 들었다. 이후 문 대통령은 관련 대책 강화를 언급했고, 지난 21일에는 상임위원회에선 '민식이법'이 통과됐다.
또, 당정은 26일 스쿨존 내 단속 카메라 설치 관련 예산을 1000억 원 증액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식이법 외에도 '해인이법', '한음이법', '하준이법', '태호유찬이법' 등 어린이생명안전법은 여전히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오는 28일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에서 '해인이법',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을 모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가 모처럼 발 빠른 대응에 나섰지만, 방송과 대통령의 후속 조치 주문으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자 부랴부랴 법안 처리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동시에 각 정당이 당 상황에 맞춰 중점 추진 법안 처리에 매진하면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생활밀착형 법안이 밀려 처리가 늦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린이생명안전법만 하더라도 시민단체인 '정치하는엄마들'이 지난들 21일부터 25일까지 의원실을 직접 방문해 법안 처리를 호소했지만, 30% 정도의 법 통과 동의서 서명을 받는 데 그쳤다.
'해인이법'은 사고당한 어린이의 응급조치 의무화를 주 내용으로 한다. '한음이법'은 특수학교 차량에 방치된 아이가 숨지는 사고를 막기 위해 발의됐다. '태호·유찬이법'은 지난 5월 인천 송도의 축구클럽 차량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지지부진했던 해당 법안들에 대한 논의는 '민식이법'을 계기로 물꼬가 트였다. 지난 21일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식이법이 통과됐다.
고 김민식(9)군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스쿨존에서 차량에 치여 숨졌다. '민식이법'은 고 김군과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발의됐다.
고 김군의 부모는 지난 19일 MBC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이들의 이름으로 법안을 만들었지만 단 하나의 법도 통과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후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소위원회 통과가 끝은 아니다. 어린이 생명안전법안들은 각 위원회의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본회의 등을 통과해야 비로소 제정될 수 있다.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 개최가 예정돼 있으나 법안 통과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여·야 모두 법안의 통과를 약속했으나, 여·야 대치 등으로 인해 법안이 불발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20대 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어린이 생명안전법안이 이번 기회에 통과되지 못한다면 다시 빛을 보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해당 법안들은 길게는 국회에 3년 이상 계류돼 있었다. 다른 법안에 밀려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된 법안들은 1만여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 잠들어 있는 법안들을 해결하려면 법안 발의 현황을 정기적으로 파악해 상임위의 법률안 상정과 심사 지연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010년 발간한 '장기미처리법률안의 해결방안' 보고서에서 △상임위 차원의 장기미처리법률 현황 정례 보고 △상임위 회부 후 자동상정 △상설소위원회 설치 의무화 및 폐회 중 의무 개회 △회기불계속 원칙 수용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들 중에는 국회선진화법 등으로 제도화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1월과 4월 임시국회는 지난해에 이은 김태우 전 청와대 수사관 폭로 등 정쟁으로 개점 휴업했고, 2월과 5월 정기국회를 열지 못했다. 7월 역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으로 여야 협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린이 생명안전법안의 국회통과를 촉구해온 시민단체는 끝까지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인 장하나 전 의원은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라면서 "본회의 통과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강조했다.
장 전 의원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국회와 거리를 돌며 호소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며 “법안이 만들어지면 국회에서 최소한 심의라도 될 수 있어야 한다. 논의 없이 버려지는 법안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i24@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