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기부 장관, 배달료 갈등 해법으로 '혁신 거버넌스' 제시

2020.01.29 13:01:38

"혁신 거버넌스를 만들어 물밑에서 양측 입장 조율"
"유니콘 IPO꺼리는 것은 세계적 현상…연내 차등의결권 제도화"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은 29일 배달의 민족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합병 이후 배달료 인상 등 독과점 폐해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관련 "혁신 거버넌스를 만들어 물밑에서 양측의 입장을 조율해갈 생각이고 현재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벤처투자 및 2018년 엔젤투자 실적관련 브리핑 직후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중기부가 소상공인이나 외식업 중앙회, 배달의 민족 중간에서 중재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배달의 민족과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 의견을 물밑에서 조율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이러한 물밑 조율과정에서 배달의 민족 측이 배달료 동결 의사를 밝힌 점도 공개했다. 박 장관은 "배달의 민족 입장에서 배달료를 올리지 않겠다는 것을 저희한테 공식적으로 얘기했다"면서 "이 정도까지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배달의 민족이 당장은 여론에 떠밀려 양보할 수 있어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측이 수익과 직결되는 배달료 동결을 계속 용인하겠냐는 영세 점주들의 우려를 지칭한 것이다.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 간 인수합병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배달료 인상 등 독과점 폐해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박 장관이 이날 언급한 '혁신 거버넌스'는 배달업체-점주간 이러한 갈등을 푸는 물밑 대화 창구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배달업체, 영세점주 등이 참여하는 상생의 생태계가 유지돼야 '누이 좋고 매부도 좋다'는 점을 비공식 대화 창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박 장관은 "그런 (점주들과 배달업체간)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또  "배달의민족이 우리 주식시장에 상장했다면 전문가들은 2조원 정도의 가치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며 "스타트업이 엑시트(투자 후 출구전략)를 목적으로 하는 시장의 흐름도 있기 때문에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시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중기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해 벤처투자 규모는 4조2,777억원으로 전년(3조4,249억원) 대비 25% 증가했다. 벤처투자가 4조원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국내 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도 0.22%로 미국(0.40%), 이스라엘(0.38%), 중국(0.27%)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재작년 엔젤투자 규모도 5,538억원으로 벤처붐이 한창이던 2000년(5,493억원)보다 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젤투자란 벤처펀드 외에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또 다른 벤처투자 방법을 말하며 소득공제 신고 시 투자확인서 발급을 통해 규모가 파악되기 때문에 2018년 수치가 최신 자료다.

중기부는 이 같은 벤처투자 증가 흐름에 대해 '제2벤처붐'이 불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해 벤처투자액 중 민간 비중이 35%를 차지했는데 이는 민간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참여해 벤처붐을 이끌고 있다는 의미라는 것. 중기부는 벤처투자를 더 촉진하기 위해 올해 역대 최대인 1조9,0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박 장관은 또한 기업공개(IPO)제도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 친화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와 협의할 계획이 있는 지에 대해 "거기까지는 금융위와 얘기하지 않고 있다"며 "유니콘이나 스타트업이 IPO를 꺼리는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박 장관은 "그 이유는 과거에 IPO를 통해 얻을 이득을 벤처캐피털이나 시장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에 IPO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지난주 막을 내린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목도한 유럽의 투자 트렌드도 언급했다.

박 장관은 "다보스 포럼에서도 저를 만나자는 유럽의 벤처캐피털이 있었다"며 "유니콘을 원하는 스타트업들은 IPO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벤처캐피털의 투자 속에서 성장해가는 트렌드가 형성이 돼 있다"며 "(성격이 다른 시장이다. 저희들은 그렇게 보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장관은 또 지난 28일에 이어 오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언급했다.

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 사태와 관련해 일단은 관광업계를 비롯해 중소 업체들 중  단기적으로 타격 받을 수 있는 업종을 좀 분류했다"며 "관련 업체들에게 긴급 대출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대응반 및 체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지난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중소벤처기업부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대응반 구성 및 중소기업·소상공인 피해상황 점검을 지시했다.

중기부는 메르스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준비태세를 갖춰 단계별로 대응할 방침이다. 박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구성되는 대응반은 우한폐렴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긴급경영안정자금 및 대출금리 인하, 보증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중기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역시 지난 28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다각적 지원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 초기이긴 하지만 경제활동 위축 우려가 높은 만큼 소진공 조사연구실을 필두로 전국 지부에서 정확한 상황 진단을 위한 조사도 준비하고 있다. 중기부 역시 각 지방청을 통해 중국 우한 지역에 지사를 둔 진출기업을 파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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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섭 기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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