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달산 서장대를 향한 좀 가파른 길은 시원한 레몬의 노란 색 빛을 내는 은행나무 밑에 두 사람의 걸음이 가벼워졌다. 그 산에서 사는 싱싱한 소나무의 향기도 인연을 신비하게도 더 아름답게 굳게 했다. 사람과 도시와의 인연. 그 소나무 사이에 신나게 날아다니는 멋진 까치들이 까악 까악 울었다.

매우 슬프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도세자의 이야기가 다시 생생한 현실이 되는 것 같다. 박래헌 수원시 문화체육교육국장님의 행궁의 구석구석에 대한 전문적인 안내를 받으면서 더욱더 흥미로운 곳이 되었다. 화성행궁 뒷길에 자라고 있는 노란 색 야생 국화의 아름다운 향기도 언제든지 수원의 팔달산과 기억이 될 것이다.
화성행궁 맞은편에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두 개의 인상적인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는 것도 그날의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이었다.
특히 줄리안 오피의 움직이는 LED그림들은 사람의 생존에 무엇보다 중요한 걸음을 예술적인 차원에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본인에게 새로운 발견이었으며 매우 인상적인 것이었다.
미술관의 두 번째의 권용택 화가의 작품 전시회도 똑같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그의 돌(청석) 그림들이 아마도 세계 미술사에서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주었는지 모른다.

그 동안 네 사람으로 늘어난 일행이 전통 한옥집의 음식점에서 약수 물로 지은 향기로운 밥은 수원에서 처음으로 먹게 된 것이었다. 좋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 자리에서 마신 막걸리는 그 식당에서 빚은 것이 아니었지만 참 시원했다.
수원 시니어합창단 연주회 참석하기 전에 수원의 저녁 빛으로 둘러싼 효원공원에 구경하기도 하면서 그 전통 중국식 건물 안에서나 그 공원 호수 옆에나 갑자기 이백 시인이 나타나 시를 읊은 장면이 등장했으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그 옛날 중국 문화를 생생하게 살려준 곳이기 때문이다.
합창단 연주회에 참석하면서 한국인이 노래 부르는 것을 매우 좋아하신다는 것을 그날 다시 확인되었다. 동시에 독일 속담도 생각났다. 즉 노래하는 사람과 걱정 없이 얼려도 좋다. 악한 사람은 노래 없기 때문이다. 정말 맞는 속담이다. 신나게 불러 준 노래를 들으면서 일행과 같이 박자를 맞추어서 박수를 치는 것도 감동적인 하이라이트중의 하이라이트이었다.

서른에 걸어봤던 그 길
연민으로 바라보고 있는 소나무
그리움의 등피를 따라 휘어져
달무리와 우정을 나누듯 그렇게 의연했다.
먼 빛 속으로 바람은 잠들고
어느 집 감나무에 매달린
가을이 그리움처럼 덮이는데
문득 들어오는 햇살 한 줄기
비밀 통로를 지난다.
찬바람 소리, 옛적 횃불 소리
시공을 지우듯 깃발 흔들면
한 편의 노래가 될까
그림자 하나 오래 오래 달무리 속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성곽을 걷다가 약간의 불법적인 행위를 고백할 일도 있었다. 즉 포루에 올라가려면 신발을 벗으라고 포루 앞에 원래 쓰여 있지만 어두우니까 아무도 모른다고 믿고 그냥 신발을 신고 올라갔다.
갑자기 어디 어둠 속에서 깊은 목소리가 울렸다. 신발로 포루를 밟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깜짝 깜짝 놀랐다. CCTV로 우리 일행의 행동이 밝혀졌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끝에는 이 경고는 수원이 현재도 잘 보호되어 있다는 안심이 되었다.

수원역에서 내리고 특히 팔달산 산길이나 화성성곽 길을 가다가 나도 모르게 가슴이 열려지고 저절로 숨을 깊게 쉬게 되었다. 역시 수원시에서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도시인지를 알았다.
수원에서 하고 싶은 것이 많이 남았다. 예를 들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환한 낮에나 달빛 밤에나, 비나 눈이 올 때나,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성곽 길을 다 가고 싶은 소망, 전통 시장에 돌아다니는 소망, 플라잉수원을 타는 소망, 기타 여러 소망이 생겨서 꼭 다시 와야 하겠다고 결심하면서 수원을 아쉽게도 일단 떠났다.
인생에도 그런가? 간절히 하고 싶은 소망이 있는데 어떤 상황 때문에 이루지는 못 해야 이 세상에서 계속 좋은 일을 할 수 있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조건인가?
아무튼 그 날에 수원 사람과 도시와 깊은 인연이 맺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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