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전재복 시인의 '손수건'

  • 등록 2021.07.30 22: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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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손수건이라도 되어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내고 싶은…그것이 부부간의 애틋한 사랑

손수건

- 전재복 시인

흔한 무늬 하나 없이
그냥 손수건이면 좋겠다
착착 접혀서
호주머니 속 폭 들어 있다가
궂은일 힘든 일 하루를 내려놓고
옹이 밴 손바닥 닦아낼 때 쓰라고

북북 문지르고 하얗게 삶아서
없는 듯 가만히 접혀 있다가
힘들 때 꺼내어 진땀도 닦아내고
참다 참다 울음이 터져 나올 땐
눈물 콧물 감싸 쥐고 실컷 울라고

센 척만 하는 당신, 허술한 주머니 속
오늘도 그냥
손수건이면 좋겠다

- 제5시집 '개밥바라기별'(2021년) 중에서

■ 시작 노트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비록 한집에 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나이 들어가는 부모를 가슴에 담고, 아내와 자식을 지켜내기 위해 남자는 사회와 맞서야 한다. 사회생활이란 게 녹록할 리가 없다. 그러나 아내와 어린 자식에게 약한 모습은 죽어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 가장의 자존심이다.

그런 남편의 일터로 향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내의 마음이 아무렇지 않다면 말이 안 된다. 더욱이 남 보기 폼나는 직장이 아니고, 몸이 고달픈 직업 혹은 하루 벌어 하루를 견디는 일자리라면 더욱 배웅하는 마음이 짠할 것이다. 하다못해 값싼 손수건이라도 되어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내고 싶은… 그것이 부부간의 애틋한 사랑이 아니겠는가?

■ 전재복 시인
전재복 시인은 군산 출생으로 군산교육대학을 졸업하고 36년간 교직에 몸 담은 후 2008년 교감으로 명예퇴직 했다.

1979년 <소년조선>에서 동화, 1992년 <한국시>에서 시, 2005년 <스토리문학>에서 수필로 각각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불교문학회, 전북시인협회, 기픈시문학회, 군산문인협회, 군산여류문학회, 나루문학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군산평생학습관 글쓰기 지도강사로 활동 중이다.

교육부 주최 동화 은상을 수상한 바가 있고, 전북문학상, 바다와 펜문학상, 샘터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시집 '풍경소리', '연잎에 비가 내리면', '잃어버린 열쇠', '개밥바라기별' 외 산문집 '한 발짝 멀어지기 한 걸음 다가가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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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섭 기자 i2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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