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국내 대표 시단 단체인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장 제갈정웅)가 오는 12월 17일(수)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다리소극장에서 '2025 세미나·시상식·출판기념회'를 연다.
한국 현대시의 역사적 궤적을 되돌아보고, 신진 창작자들과 청년·청소년 문학도들에게 새로운 문학적 동력을 제공하는 자리다.
협회는 "한국 현대시가 축적해온 시간의 지층과, 새로운 세대가 열어가는 미래의 장이 만나는 '문학적 경유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윤숙·김종문 시인 연구'로 문 여는 제1부 세미나
행사는 제1부 세미나로 문을 연다. 올해 세미나는 '한국현대시인협회 역사와 시인 2'를 대주제로, 한국 현대시의 뿌리와 계승을 다시 짚는 자리가 된다.

첫 발표자인 김경식 사단법인 국제PEN한국본부 사무총장은 한국 근대 여성 지식인의 상징적 존재인 모윤숙(1908~1990) 시인을 다룬다.
모윤숙의 시세계는 1930년대 근대 문학의 격변기 속에서 여성 주체성·국제적 감각·민족적 정념이라는 세 축으로 형성되었다.
초기 시에서는 근대적 고독과 자의식, 개인적 감정의 섬세한 결이 돋보였고, 이후에는 자유주의적 시각과 국제적 이슈를 작품 속에 투영하며 공적 언어로 확장된 한국적 리리시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경식 사무총장은 이번 발표에서 단순한 생애 소개를 넘어 모윤숙이 한국 현대시 미학의 기초를 어떻게 형성했는가, 또 그 문학적 성취가 시대의 빛과 그림자 속에서도 왜 재조명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학술적 근거를 제시한다.
이어 이승복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은 협회 창립 세대 시인 중 한 사람인 김종문(1936~1996) 시인을 통해 한국현대시인협회의 정체성과 시적 전통의 뿌리를 살핀다.김종문은 자연과 신앙, 일상의 사물들을 통해 인간 존재를 관조하는 담담한 서정어법으로 1980~90년대 한국 서정시의 ‘정직한 목소리’를 세운 시인으로 평가된다.
그의 시에는 과장보다 절제, 서사보다 침묵이 흐르며, 교사·교육자로서 살아온 일상적 삶이 시적 윤리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생활의 깊이를 시로 승화한 시인'으로 문단의 존경을 받아왔다.
이 부이사장은 김종문 시 세계를 통해 협회가 어떠한 정신적 기반 위에서 출발했고, 그 전통이 어떻게 오늘의 현대시 창작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두 발표는 단순한 문학사 복원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현대시가 어떤 정신, 어떤 미학적 근성, 어떤 시대적 감각 속에서 자라왔는가를 밝히는 연구로, 한국현대시인협회의 뿌리를 확인하고 미래의 시를 모색하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2부: 내빈소개·축사·기념사… "문학 공동체의 연대 회복"
제2부에서는 내빈소개와 축사, 협회 기념사가 이어진다. 이날 행사에는 문학계 원로·중견 시인뿐 아니라 청년 창작자, 지역문학 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세대 간 시적 연대’를 체감하는 풍성한 문학 축제의 장이 될 전망이다.
제갈정웅 이사장은 "문학은 특정 세대의 언어가 아니라 시대 전체를 비추는 거울이며 미래로 연결되는 징검다리"라며 "협회가 그 가교가 되겠다"고 전했다.
통일청년문학상·전국고교백일장… 미래 시인을 키우는 등용문
올해 행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신진 문학 인재 발굴에 힘써온 두 시상식이다. ▲제4회 통일청년문학상에는 수필부문 우수상에 조주현, 안충국 씨가, 시 부문 우수상에 강춘혁 씨가 영예를 안았다.
또 ▲제29회 전국고교백일장에는 차상에 김채원(강화여자고), 차하에 김예진·박수빈·윤희원·강소영·김해원 학생에게 돌아갔다.
심사는 시인·교육학박사 임문혁이 맡았다.
협회 관계자는 "청년과 청소년의 문학 참여는 한국시의 미래를 밝히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라며 "분단 현실과 평화 감수성을 시라는 언어로 고민하게 하는 의미 있는 상"이라고 설명했다.
48회 한국현대시인상부터 제18회 한국현대시작품상, 제1회 한국현대시산묵상까지 올해 협회의 주요 시상 내역도 발표됐다.올해로 제48회를 맞는 한국현대시인상 수상대상자 ▲ 손수여 시인의 시집은 <지금도 시위 중이다>이며, 제18회를 맞는 한국현대시작품상 수상대상자 ▲ 민경탁 시인의 시집은 <달의 아버지>, 올해 신설된 제1회 한국현대시산목상 수상대상자 ▲ 김일두 시인의 시집은 <모래시계>, ▲ 서윤석 시인의 시집은 <생각하는 숲>이다.
심사는 손해일(위원장), 양왕용, 이승복, 임문혁, 안혜경 등의 원로 시인들이 참여했다.
손수여 시인의 시집 <지금도 시의 중이다>는 "사물 너머의 정신적 깊이를 탐구하는 시적 구도(求道)의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민경탁의 <달의 아버지>는 "언어의 본질을 밀도 있게 응시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문학·음악의 융합… 축하 연주로 시의 울림 확장
시상식 후에는 수향꽃 클라리넷의 축하 연주가 이어져 문학적 분위기에 음악적 감성을 더한다. 협회는 "시와 음악의 조우를 통해 시의 울림을 관객의 감각 속으로 확장시키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현대시> 34호 ·<詩, 통일을 빛다> 제4호 출판기념회
행사의 마지막 순서는 협회가 발간한 두 권의 문예지 출판기념회다. 협회의 정기 문예지 <한국현대시> 34호와 통일기획 시선집 <詩, 통일을 빛다> 제4호다.
<詩, 통일을 빛다>는 남북 분단의 현실에 대한 시적 성찰을 꾸준히 기록해온 시선집으로, 이번 4호에서도 시대를 살아가는 시인들의 통일·평화 감수성이 담긴 작품들을 선보인다.
문학평론가들은 이 시선집에 대해 "정치 논리나 사회 담론을 넘어, '시의 언어'로 평화를 느끼고 사유하게 하는 드문 기획물”이라고 평가한다.
문학사·세대·미래를 한 무대에 올린 입체적 행사
이번 행사는 단순한 연례 행사 이상이다. 한국 현대시의 역사성, 오늘을 살아가는 시인들의 동시대성, 미래를 향한 청년 창작자들의 가능성이 모두 담긴 복합적 문학 축제다.
협회는 "시가 단순한 문학 장르를 넘어 우리 사회의 정서와 가치, 시대 감수성을 넓히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며 "12월 17일, 시를 사랑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장 제갈정웅)는 미당 서정주 시인이 초대회장으로서 창립하여 55년의 역사를 쌓아오면서, 현재 1,200여 명의 회원이 한국의 현대시문학 발전과 시인의 권익 활동을 하고 있는 거대 시인단체다.
또한 한국시인협회(회장 김수복)와 쌍벽을 이뤄 시문학 발전은 물론 시로써 국위 선양과 사회적 기여에 앞장서고 있는 문학단체다. 한반도 통일과 기후 및 환경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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