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떠난 이후

2023.09.03 16:07:22

교사가 남겨 놓은 과제

(서울=마래일보) 최현숙 기자= 지난 7월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의 죽음은 많은 이들을 슬픔에 젖게 하며 안타까워했다.

더욱 놀라워하며 충격에 빠트린 건 현 교직에 머물러 있는 종사자들이다. 전국의 수많은 교사는 그녀가 머물렀던 교정에 찾아와 불볕더위 속에도 추모하며 눈물을 삼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떠난 자는 말이 없고 아직 이렇다 할 내용은 밝혀지지 않은 채 교직의 종사자들은 현재 거리로 몰려나오는 상황이 되었다.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에는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교사와 제자 사이, 교사와 학부모 사이, 교사와 학교 사이 그 어떤 것이든 여기에는 분명 오래전부터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들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해결되어야 할 문제점들이 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아까운 한 생명이 희생되어 세상에 알려졌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 상황이 아닐 수 없는 일이다.

​기자는 오래전 내 아이를 통해 자신의 반에서 문제를 일으키던 학생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학교 내에서 선생님들이 겪고 있을 고충들을 대략 직감할 수 있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아들의 반에 문제를 일으키던 아이는 등교하지 않거나 제시간에 오지 않는 날이 다수였다.

​수업 중에도 교실 밖을 나가거나 해서는 안 될 어른들의 행동과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날이 갈수록 처음과는 달리 선생님이 몸을 써야 하는 일도 일어났다. 차후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었던 선생님은 제발 학교만이라도 나와서 앉아 있어 달라는 말을 문제아의 아이에게 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일어날 때마다 아들은 행여 다칠까 봐 선생님의 곁을 지켰고 수업 중 밖으로 나가려 하던 그 아이를 타일러 자리에 앉히곤 했다. 아들은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비교적 키가 큰 편이었고 선생님이 불쌍해 보였다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

​이런 상황의 1년을 보내고 졸업식을 맞게 되었다. 졸업식이 모두 끝난 후 담임선생님은 곧바로 아들에게 다가와 "고마웠다, 고생 많았다"라고 말을 하시며 아들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날의 기억은 선생님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표정을 보았기에 지금도 잊히지 않는 모습으로 남아 있다.

​사람은 태어나 모두에게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와 의무가 있다. 교사도 아이들을 가르치기 이전에 어느 가정의 아내이며 남편일 것이고 부모나 자식일 것이다. 그러나 현 교단은 존중받아야 함은 물론임에도 교사로서 감당해 내야 할 수위를 벗어나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른 정도다.

​학교는 우선하여 교육 장소이지만 배우고 가르치는 하나의 공동체로 이루어진 곳이다. 서로서로 보호해 주고 존중받아야 할 마땅한 곳이며 학교라는 기둥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하나의 인격 형성으로 약속을 이루어 가는 장소다. 때론 부모도 학교에 맡겨진 아이들을 바라보며 기다려 줘야 하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사이에 없어도 될 누군가의 권리는 때론 한 사람을 무너트리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모든 부모는 나의 아이가 우선일 것이다. 그런 만큼 부모들은 우선인 나의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 또한 우선적인 대우를 해줘야 하며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들이 아닐까. 그러나 이런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단이 무시당한 채 쓰러진다면 아이들의 교육은 어떻게 존중받으며 자라날 수 있겠는가.

​해결되어야 할 문제점들은 이미 드러났고 학교는 올바르게 세워져야 할 것이며 이 물음에 분명 답은 있어야 할 것이다. 학생은 학생의 신분에 맞게 행동하여야 할 것이며 바라보고 지켜보는 부모들 또한 그들을 믿고 존중하며 지켜줘야 하는 교단이 되어야 한다.

​실마리에 진실이 있는 그녀는 말없이 이미 떠났고 그녀의 죽음에는 무엇이 남아 있나. 떠난 자는 말이 없고 말 없음에 이 사회는 무어라 답변을 놓아야 할 것인가. 진실한 이 물음에는 누가 해답을 줘야 할 것인가. 그간 곪은 상처가 터진 데에는 누구의 잘못을 가려서 그 상처를 덮어야 하는가.

​그녀가 떠난 지 어느새 49제가 다가온다. 기자가 찾아간 교문 앞에는 그녀를 추모하는 국화꽃 바구니와 화환들이 놓여 있었다. 그녀가 머물렀던 교정에도 지난날 뜨거웠던 여름과는 달리 가을이 찾아왔다. 그녀의 발길을 따라 추모 공간으로 들어가니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의 편지는 학교를 더욱 아프고 슬프게 했다.

​부디 더는 아파하지 말고 편히 쉬라고 짧은 생을 살다 가느라 참 고생 많았다고 그곳에선 부디 아팠던 마음 다 내려놓고 편히 쉬라고 그녀에게 다시 한번 전한다.

gktkfkd04tkah@hanmail.net
최현숙 기자 gktkfkd04tka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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