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본지 편집국장) = 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던 날, 히말라야의 산은 갑자기 무너졌고 얼음과 돌과 흙은 한꺼번에 계곡으로 쏟아졌다. 강물은 순식간에 길을 잃었고,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길과 다리와 마을은 거대한 자연의 흐름 앞에서 속절없이 잠겼다. 나는 이 소식을 접하면서 기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시인으로 오래 산을 바라보았다. 시를 쓰는 사람에게 자연은 배경이 아니다. 산은 산 이상의 것이고, 강은 강 이상의 것이며, 한 방울의 빗물에도 지구의 시간이 스며 있다. 우리는 자연을 바라보며 시를 쓰지만, 정작 자연은 인간의 삶 전체를 품고 있는 거대한 시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인간은 그 시의 문장을 너무 많이 고쳐 쓰고 말았다. 산을 깎아 길을 냈고, 강을 막아 물길을 바꾸었으며, 숲을 베어 도시를 세웠다. 석탄과 석유를 태우며 하늘의 온도를 바꾸었고, 불과 산업화 100여 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수천만 년의 지질학적 시간이 만들어 놓은 지구의 질서를 흔들어 놓았다. 물론 이번 네팔 참사를 기후변화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산악지형의 특성, 빙하와 암석의 상태, 기상과 지질 조건 등 여러 요인이 복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문단의 발전과 문단의 화합을 위해 헌신해 온 고(故) 신세훈 시인의 영결식이 대한민국 문인장으로 엄수된다.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는 고(故) 신세훈 시인의 별세를 애도하고, 생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역임하며 한국문학의 발전과 문단의 화합을 위해 헌신한 고인의 문학적 업적과 문단에 남긴 뜻을 기리기 위해 대한민국 문인장으로 장례를 치른다. 영결식은 2026년 8월 20일(목) 오후 4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층 행사장에서 열린다. 이번 장례는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며, 국제PEN한국본부·한국작가회의·한국현대시인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장례위원장은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이 맡았으며, 공동 장례위원장에는 심상옥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강형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승복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이 참여한다. 고문으로는 김년균, 정종명, 이광복, 이길원, 이상문, 손해일, 오경자, 김수열, 박수연, 문동만, 송경동, 양왕용, 제갈정웅, 김용언 등이 이름을 올렸다. 문단 각계 인사들 장례위원으로 참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할 장례위원에는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여러 문인들이 참여해 고인에 대한 깊은 애도와 추모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원로 시인 신세훈(申世薰, 1941~2026) 시인이 19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5세.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8월 21일(금) 오전이며, 장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경북 의성 출신인 고인은 안동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과를 수료했다.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강과 바람과 해바라기와 나'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고인은 젊은 시절 육군 소위로 베트남전에 참전했으며, 현지에서 직접 체험한 전쟁과 인간의 모습을 시로 기록했다. 그 작품들을 묶어 1965년 11월 현역 장교 신분으로 첫 시집 <비에뜨남 엽서>를 출간했다. 전쟁의 현장에서 탄생한 이 시집은 한국 현대시사에서 베트남전과 참전 경험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집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고인은 시 창작뿐 아니라 문단과 문학단체를 이끄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신춘시' 창립동인으로 활동했으며, 2004년에는 '민조시' 동인을 만들어 새로운 시 형식과 우리 시의 전통을 탐구하는 문학운동을 펼쳤다. 언론과 문단 행정 분야에서도 폭넓게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본지 편집국장) =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오래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사람이 책을 만들지만, 책은 다시 사람의 생각을 만들고 삶의 방향을 바꾼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그렇게 달라진 한 사람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런 사회를 꿈꾼다. 동네에 파출소 하나가 더 생기는 것만큼이나 서점 하나가 더 생기는 사회. 술집 하나가 더 들어서는 것만큼 작은 도서관 하나가 더 생기는 사회. 출퇴근길 흔들리는 버스와 지하철에서도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보는 사람들 사이로 책장을 넘기는 사람이 보이는 사회. 그런 사회가 반드시 더 안전하고 평화롭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사회가 아닐까. 황금알을 낳는 땅에 서점을 세운 까닭 광화문 교보문고를 생각하면 책의 가치가 더욱 선명해진다. 1980년대 초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대형 서점을 세우는 일은 당시의 경제적 논리만 놓고 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자리에 백화점이나 다른 상업시설을 세웠다면 당장의 수익은 더 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교보생명 창업
(서울=미래일보) 서영순 기자 = 서울 송파구민의 건강과 문화생활을 책임지는 송파구체육문화회관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송파구시설관리공단이 위탁 운영하는 송파구체육문화회관은 수영장과 헬스장, 다목적 체육관을 비롯해 다양한 생활체육 및 문화강좌를 운영하며 구민들의 건강한 일상을 지원해 온 지역의 대표적인 공공체육문화시설이다. 이곳에 체육학 박사 출신의 현장 전문가인 이영호 신임 관장이 취임하면서 변화의 방향도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이 관장은 단순한 시설 관리에서 벗어나 '구민 중심의 복합체육문화 허브'로 회관의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청렴과 공정, 책임을 경영의 기본 가치로 삼고 구민과 직원 모두에게 신뢰받는 기관을 만들겠다는 뜻과 함께 안전·편의·상생을 중심으로 한 5대 핵심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 첫째, ‘안전 제로화’로 생명과 안전 최우선 이 관장이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안전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구민이 이용하는 공공체육시설의 특성을 고려해 수영장 안전요원의 전문교육을 강화하고, CCTV와 자동심장충격기(AED) 등 각종 안전·응급장비에 대한 점검을 체계화할 계획이다. 또한 비상상황에 대비한 대응훈련을 정례화해 사고 발생 이후의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본지 편집국장) = "생선 안 훔치는 고양이는 없다." 다소 냉소적으로 들리는 이 속담은 인간의 본성과 권력의 속성을 경계하는 오래된 지혜다. 사람은 누구나 유혹 앞에서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사람의 선의만 믿지 않는다. 약속을 기록하고, 제도를 만들며, 실천을 끊임없이 검증한다. 선거는 화려한 공약으로 시작되지만, 평가는 당선 이후의 실천으로 완성된다. 이 원칙은 정치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단체와 직능단체, 그리고 문학단체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공동체를 대표하는 순간부터 리더십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 되기 때문이다. 공약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선거철이 되면 어디에서나 비슷한 약속이 등장한다. "화합하겠습니다." "소통하겠습니다." "회원 중심의 단체를 만들겠습니다." "젊은 문인을 적극 육성하겠습니다." 모두 필요한 약속이다. 그러나 공약의 가치는 말이 아니라 실천에서 결정된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편이 갈리고, 지지 여부에 따라 거리가 생기며, 반대했던 사람들을 외면한다면 그 공약은 이미 생명력을 잃는다. 당선은 승리의 종착역이 아니라 약속을 실천하는 출발선이다. 대표는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의 대표가 아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송파구지회(송파구예총)는 지난 7월 27일 서울 송파문화원 201호실에서 제2·3대 회장 이·취임식을 개최하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제2대 이원우 회장과 서영순 사무국장에게 재직기념패를 전달하며 그동안 송파구 예술문화 발전을 위해 헌신한 공로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재직기념패는 새롭게 취임한 제3대 전세중 회장이 직접 전달했다. 이어 김동석 고문, 이원우 명예회장, 서주문 자문위원, 남춘길 자문위원에게 선임장을 수여했으며, 임미애 수석부지회장, 한서정 부지회장, 조경선 부지회장, 양순복 사무국장에게는 임명장을 전달하며 새로운 집행부 구성을 마무리했다. 이원우 이임회장은 이임사에서 "임기 동안 미처 이루지 못한 일들은 전세중 회장이 훌륭하게 이어가실 것으로 믿는다"며 신임 회장에게 축하와 격려를 전했다. 이어 취임한 전세중 회장은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사진작가협회, 한국미술협회, 한국국악협회 등 4개 예술단체로 운영되고 있는 송파구예총을 더욱 확대해 다양한 예술 분야가 함께하는 5개 단체 체제로 발전시키겠다"며 "예술인들이 서로 소통하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공동체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편집국장 = 오늘 아침, 한 독자로부터 짧은 카카오톡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다음 데스크칼럼은 문단의 양심에 대해 기고해 주세요. 아니면 진정한 작가정신, 선비정신은 무엇인가?" 불과 한 줄 남짓한 문장이었지만 그 울림은 결코 짧지 않았다. 마침 전날 신문 지면에서는 또 다른 풍경을 보았다. 시보다 긴 약력, 작품보다 화려한 직함과 상훈이 독자의 시선보다 먼저 지면을 채우고 있었다. 그 순간 시인으로서, 또 언론인으로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문학은 과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톨스토이가 오래전 던졌던 질문이 오늘 우리에게 다시 돌아왔다. ◇ 사람은 무엇으로 쓰는가 레프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인간 존재를 향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깊은 질문이다. 그는 사람은 빵만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며, 결국 사랑으로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소유가 아니라 사랑이고, 경쟁이 아니라 연민이며, 성공이 아니라 양심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무엇으로 쓰는가. 붓으로 쓰는가. 재능으로 쓰는가. 명함과 직함으로 쓰는가. 아니면 수많은 상패와 화려한 약력으로 쓰는가. 아니다. 작가는 양심으로 쓴다. 양심을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편집국장 = 문학은 이름이 아니라 작품으로 기억된다. 한 사람의 이름은 수십 년 동안 써 내려간 작품과 삶, 그리고 독자와 쌓아온 신뢰가 만든 또 하나의 문학사다. 그래서 문인의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그 사람의 문학적 양심과 정신을 상징하는 고유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날 문단의 현실은 그 이름마저 흔들고 있다. 동명이인이라는 우연은 때로 한 사람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평생 쌓아온 명예를 훼손하는 그림자가 된다. 작품과 인격은 전혀 다른데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독자의 오해를 받는 현실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문학인의 가장 큰 자산은 신뢰다. 그런데 오늘날의 디지털 환경에서는 검색창 하나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 흔해졌다. SNS와 온라인 홍보가 범람하면서 이름은 쉽게 소비되고, 진실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결국 한 사람의 행동이 또 다른 사람의 평판을 대신하는 왜곡이 발생한다. 그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혼란이 문학계의 상업주의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문학은 본래 인간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문학은 시장의 논리와 홍보의 기술에 잠식되기 시작했다. 작품보다 화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본지 편집국장) = 창밖에는 장맛비가 쉼 없이 내린다. 며칠째 이어지는 비는 산과 들을 적시고, 강물을 불리며, 사람들의 발걸음마저 무겁게 만든다. 해마다 찾아오는 장마이건만, 올해의 빗소리는 유난히 길고 깊게 들린다. 어쩌면 우리가 마주한 것은 계절의 장마만이 아니라 시대의 장마인지도 모른다. 이럴 때마다 떠오르는 시가 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구우(久雨)'다. "久雨何須苦(구우하수고) 비 길다고 하나 무엇이 그리 괴로우랴. 晴時也自歎(청시야자탄) 맑은 날에도 홀로 탄식하곤 하는 것을." 불과 열네 글자 남짓한 이 마지막 구절은 200여 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의 우리 마음을 두드린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가난과 질병, 고독을 견뎌야 했다. 찾아오는 이는 드물었고, 의관조차 제대로 갖추기 어려운 생활이 이어졌다. 낡은 집 천장에서는 노린재가 떨어졌고, 병든 몸은 잠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긴 비를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글을 통해 자신을 다스리고, 백성을 위한 사유를 멈추지 않았다. 오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경제는 수치상 회복을 말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여전히 차갑다. 자영업자에게는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전세중 시인이 제3대 송파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송파예총) 회장에 당선됐다.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오랜 시간 활동해 온 그는 "예술인생의 마지막 봉사"라는 각오를 밝히며 화합과 상생의 문화예술 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세중 신임 회장은 지난 6월 29일 송파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3대 송파예총 회장 선거에서 임미애 후보와의 경선 끝에 당선됐다. 임기는 오는 2029년 2월까지다. 당선 직후 전 회장은 "제 예술인생의 마지막 봉사라는 각오로 사심 없이 오직 송파예총과 회원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회원 모두가 함께하는 화합의 예총, 구민과 함께 성장하는 문화예술 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송파예총은 송파문인협회, 송파사진작가회, 송파미술가협회, 송파국악협회 등 4개 예술단체가 참여하는 지역 대표 문화예술 연합단체다. 송파문인협회 회원 210명, 송파사진작가회 128명, 송파미술가협회 500명, 송파국악협회 288명 등 모두 1,100여 명의 예술인이 활동하며 공연과 전시, 문학행사, 예술교육 등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세중 회장은 시인이자 문학인으로 오랫동안 창작활동을 이어왔으며,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그의 미학 에세이 <현대의 삶을 그리다>에서 화장(化粧)을 고귀한 정신적 행위로 격상시켰다. 그에게 화장이란 단순히 결점을 가리는 행위가 아니라, 가공되지 않은 거친 '자연 상태'의 인간을 예술적 차원의 '초자연'으로 끌어올리는 숭고한 극복이었다. 오랫동안 서구의 뷰티 문법은 이 '극복'을 철저히 은폐와 수정의 관점에서 해석해 왔다. 두꺼운 파운데이션으로 본래의 피부를 지우고, 강한 산성 성분으로 표피를 벗겨내며, 인위적인 색조로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미의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미학의 견고한 성벽에 거대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진앙지는 동쪽의 작은 반도, 대한민국이었다. 오늘날 세계 뷰티 시장을 이끄는 할리우드 배우와 글로벌 톱모델들은 한국 화장품(K-뷰티)을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한국 화장품이 지닌 철학과 문화적 가치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켄달 제너,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 헤일리 비버, 드류 배리모어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한국 스킨케어를 극찬하는 현상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이는 피부를 바라보는 인류의 미학이 '정복과 은폐'에서 '공존
좋은 인터뷰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과 답하는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시대 기록이다. 손석희와 신해철의 만남은 단순한 방송 출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언론과 예술, 이성과 감성, 질문과 사유가 서로를 비추며 한국 사회의 금기와 상식을 흔들었던 지성의 대화였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시대를 향한 문제의식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웠던 두 사람. 그들의 대화는 오늘날에도 언론의 품격과 공론장의 역할, 그리고 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편집자 주]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대한민국 언론사와 대중문화사를 통틀어 가장 강렬하면서도 품격 있는 만남을 꼽으라면, 언론인 손석희와 음악가 신해철의 조우를 빼놓기 어렵다. 한 사람은 냉철한 이성과 송곳 같은 질문으로 한국 언론의 중심에 선 저널리스트였고, 다른 한 사람은 뜨거운 열정과 거침없는 언어로 청춘의 해방구를 자처했던 음악가였다. 얼핏 서로 다른 세계에 서 있는 듯 보였지만,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시대를 향한 문제의식과 인간에 대한 성찰이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깊은 교감을 이어갔다. 많은 사람들은 두 사람의 만남을 '스타 앵커와 스타 음악가의 인터뷰' 정도로 기억한다. 그러나
(서울=미래일보) 최창일 시인 = 2026년 6월, 멕시코시티 아스테카 스타디움의 밤하늘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축구 팬들의 함성과 열기로 들끓고 있었다. 지구촌 최대 축제인 북중미 월드컵 개막식 무대. 거장 안드레아 보첼리의 장엄한 목소리가 경기장을 감싼 뒤, 한 동양인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무대 중앙에 섰다. 클래식과 EDM, 힙합과 K-팝이 어우러진 공식 주제가 'DNA'의 하이라이트 순간, 경기장을 가득 채운 것은 다름 아닌 한국어였다. "또 넘어져도 나, 또다시 일어나." 전 세계 수억 명의 시청자들에게 전달된 이 한 줄은 단순한 응원가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 노래를 부른 음악가 이재(EJAE) 자신의 삶이었고, K-팝이라는 거대한 산업의 이면에서 묵묵히 버텨온 수많은 창작자들을 향한 헌사였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BTS 정국이 'Dreamers' 세계를 매료시켰다면, 2026년의 이재는 가장 한국적인 언어와 정서를 앞세워 또 다른 역사를 써 내려갔다. 오늘날 세계가 주목하는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인 이재를 바라보면 화려함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그의 출발점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연습생 시절의 고독한 시간이었다. 거대 기획사의 시스템 속
명함 한 장이 사람을 설명하는 시대다. 이름보다 직함이 먼저 읽히고, 경력보다 호칭이 먼저 평가받는다. 교수, 박사, 총장, 원장, 석좌교수, 특임교수, 겸임교수, 명예교수…. 어느새 우리 사회는 직함의 시대를 넘어 직함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직함이 많아질수록 그 의미는 희미해지고, 권위가 남발될수록 신뢰는 약해진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직함이 아니라 직함에 걸맞은 책임과 품격이다. [편집자 주]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본지 편집국장) = 교수와 박사가 넘쳐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가. 명함을 주고받는 일이 많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개를 갸웃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교수, 박사, 총장, 원장, 석좌교수, 특임교수, 겸임교수, 명예교수…. 어떤 명함에는 이름보다 직함이 더 크게 적혀 있고, 직함만 여러 줄 나열된 경우도 적지 않다. 그 화려함에 압도되다가도 문득 궁금해진다. 과연 이 직함들은 모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원래 교수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원을 뜻한다. 박사는 엄격한 학문적 과정을 거쳐 취득한 최고 학위다. 하나는 직위이고 하나는 학위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