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유현민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빛이 머무는 자리>(문학의 힘 刊)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일상 속에 스쳐 가는 빛과 그림자의 순간들을 따라가며, 상처와 고통의 자리에서 사랑과 위로가 피어나는 과정을 조용한 서사로 담아낸 작품집이다. <빛이 머무는 자리>는 '머무는 것'에 대한 시집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계에서 시인은 붙잡을 수 없다고 여겨온 것들- 빛, 시간, 인연, 마음-이 잠시라도 머물 수 있는 자리가 있는지를 묻는다. 이 질문은 곧 시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이 시집에서 빛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하루의 끝에 남는 온기이자, 관계의 기억이며, 상처 위에 조심스레 내려앉는 위로의 은유다. 유현민은 화려한 언어 대신 낮은 음성으로 말한다. 그의 시어들은 속도를 늦추고, 독자를 기다린다. 이 느림의 미학이야말로 <빛이 머무는 자리>가 지닌 가장 큰 미덕이다. 시인은 "수없이 스치는 빛과 그림자 속에서 우리는 만나고, 스치고, 머문다"며 "이 시집은 빛이 머무는 순간을 따라 쓴 이야기"라고 말한다. 저녁의 등불, 비 내린 창가, 고요히 머문 마음의 풍경 속에서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천 년을 버틴 돌 앞에서 인간의 시간은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김민정 시인의 이번 순례기의 길은 남미 잉카 문명의 심장부인 삭사이와만(Saksaywaman)과 쿠스코, 마추픽추를 순례하며 자연과 인간, 문명과 시가 교차하는 지점을 기록한다. 거대한 자연 속에 새겨진 인간 삶의 무늬를 따라가는 여섯 번째 해외문학 순례기다.[편집자 주] 쌓은 것이 아니라 하늘이 내려준 돌 신에게 간구하듯 촘촘히 맞물려서 저 석벽 매의 머리로 신의 잠을 청한다 - 김민정 시조 '삭사이와만' 중에서 2025년 5월 4일과 5월 5일, 잉카 문명을 만나다 "자연은 결코 서두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이루어낸다."고 노자는 말했다. "우리는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일 뿐이다."고 레이철 카슨은 말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그것을 느낀다. 자연 속에 만든 인간의 역사를 둘러보는 일은 의미가 있는 것일까.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다."라고 에드워드 카는 말했다. 잉카 문명을 만나 보기 위해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쪽 남미까지 해외 한국문학 심포지엄을 온 것이다. 이번 여행의 가장 핵심이 페루 마추픽추다. 우리는 호텔에서 아침을 도시락으로 챙기고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효(孝)'는 가르침이기보다 삶의 태도였다. 그러나 핵가족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효는 점차 추상적 윤리로 밀려났다. 전북 익산시는 이 사라져가는 가치를 행정 구호가 아닌 문학 콘텐츠로 붙잡아 왔다. 지난 5년간 이어진 '효 문학' 프로젝트는 효를 다시 읽고, 쓰고, 나누는 하나의 문화 실험이었다. 효(孝) 문화도시 익산시가 효행 스토리 도서 제작 사업의 일환으로 정성수 시인의 효시 감상집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한 기도>(화암출판·비매품)를 발간했다. 이번 감상집은 효를 도시의 문화 브랜드로 정착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련 콘텐츠를 확장해 온 익산시가 시민들이 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마련한 문학 자료다. 익산시는 2021년 창작동화 <효 이야기>를 시작으로, 2022년 효 동화 <효자 이보>, <효자 삼형제>, <효부 동래정씨>, 2023년 효 교육서 <효 사람의 근본>과 효 산문집 <아버님 날 낳으시고>, 2024년 효 시조 감상집 <효도의 꽃>을 잇따라 발간하며 효 문화 콘텐츠를 꾸준히 축적해 왔다. 이번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월간 <신문예>(발행인·대표 지은경 문학박사)는 지난 1월 19일 서울 불광동 문화관에서 2026년 새해 첫 걸음을 내딛는 신년 시무식 겸 출범식 및 임명장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박은선 시인이 1·2부 사회를 맡아 진행했으며, 행사에 앞서 박병기 낭송가가 지은경 발행인의 시 '병오년의 말이 달린다'를 오프닝 축시로 낭송했다. 이어 최영희 시인이 '선구자' 외 1곡을 축가로 불러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자리에는 월간 <신문예> 및 도서출판 책나라 발행인인 지은경 문학박사를 대표로, 한국신문예문학회 박영곤 총회장과 안종만 회장, 아태문인협회 이기정 회장, 인사동시인협회 차학순 회장을 비롯해 11개 협력 단체의 단체장들이 참석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도약을 다짐했다. 지은경 발행인·대표는 환영사에서 "오늘의 시무식은 단순한 업무의 시작이 아니라, 문인으로서의 책임과 소명을 다시 한 번 가다듬는 자리"라고 규정하며, 문학이 시대 안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히 문학의 길을 걸어온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며 "우리가 써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12·3 비상계엄 1년을 돌아보고, 민주주의의 현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대한민국은 국민이 합니다>가 개봉을 앞두고 관객과의 대화(GV)와 방송 출연을 통해 공론의 장을 넓히고 있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합니다>는 개봉 전 마지막 GV를 최근 성료한 데 이어, 지난 1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조은성 감독과 이관훈 배우가 출연해 영화의 제작 배경과 문제의식을 전했다. 영화는 12·3 비상계엄 이후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연대와,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선거 과정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앞서 열린 개봉 전 마지막 GV에는 전찬일 영화평론가와 조은성 감독이 참석했다. 전찬일 평론가는 "12·3 비상계엄의 전후 맥락을 이만큼 정리한 영화는 드물다"며 "사건의 흐름과 의미를 차분하게 짚어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GV에서는 영화 제작 과정과 당시 상황을 둘러싼 질문들이 이어졌고, 상영 후에는 관객들과의 사진 촬영으로 행사가 마무리됐다. 조은성 감독은 GV와 방송에서 공통적으로 영화의 출발점이 된 순간을 언급했다. 그는 '뉴스하이킥'에서 "12·3 내란 당시 주저 없이 국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문학은 언제나 문장 이전에 사람을 먼저 불러 모은다. 사단법인 한글문인협회가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서 연 신년인사회는 한 해의 계획을 공유하는 자리를 넘어, 문학 공동체가 왜 여전히 필요한가를 다시 묻고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1월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삼전동. 소박한 실내 공간에 모인 문학인들의 표정에는 새해의 설렘보다 오래 지속되어 온 신뢰와 연대의 기운이 먼저 스며 있었다. 사단법인 한글문인협회(이사장 정명숙) 신년인사회에는 각 지부 회장과 회원들, 협회 산하 시낭송예술인들, 그리고 인기가수 유리(URI) 등 30여 명의 문학인이 참석해 새해 인사를 나눴다. 이날 행사는 '공식 일정'보다 '비공식 대화'에서 그 의미가 더욱 또렷해졌다. 오랜만에 만난 문우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최근에 쓴 시와 산문, 아직 완성되지 않은 원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에 대한 질문은 곧 삶의 이야기로 이어졌고, 문학은 다시 한 번 개인의 고백이자 공동의 언어로 기능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저서를 교환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손때 묻은 시집과 산문집을 건네며 "이 문장은 여행지에서 태어났다", "이 시는 오래 묵혀 두었던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 문단의 중견 소설가 최문희가 장편소설 <이별은 사랑이다>(도화)를 펴냈다. 이번 작품은 전혜린 타계 60주기를 맞아, 한 시대를 관통한 지성과 감성의 흔적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불러내며, 이별과 사랑, 기억과 존엄의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한 장편이다. <이별은 사랑이다>는 단순한 추모나 재현을 넘어, 한 개인의 삶과 사유가 시간 속에서 어떻게 현재와 맞닿는지를 묻는다. 작가는 "이별은 끝이 아니라, 사랑이 스스로를 증명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는 인식을 서사 전반에 녹여내며, 상실 이후에도 지속되는 사랑의 윤리와 책임을 정제된 문장으로 펼쳐 보인다. 표제에서 드러나듯 작품은 이별을 비극으로 고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이 가장 깊어지는 순간으로서의 이별,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존재의 의미를 조용하지만 단단한 서사로 구축한다. 오랜 시간 인간 내면과 사회의 균열을 탐구해온 최문희 소설 세계의 한 정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출간을 기념한 <이별은 사랑이다> 출판기념회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문화공간 온'에서 열렸으며, 문인과 지인, 독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
(서울=미래일보) 장건섭 기자 = 한국 영화 편집의 산증인이자 '시간의 건축가'로 불린 김현 편집감독이 13일 저녁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6세. 1969년 영화계에 입문해 반세기 동안 185편의 영화를 편집하며 한국 영화의 리듬과 호흡을 만들어온 그는,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영화를 완성해온 충무로의 거장이었다. 유족에 따르면 김 감독은 2019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6년간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1948년 경북 경주 출생인 그는 무비올라 시대부터 디지털 편집 시기까지를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편집자로, 한국 영화의 격동기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관통해온 인물이다. "필름을 세며 배운 편집"… 영화광에서 작가적 편집자로 김현은 영화인 이전에 지독한 영화광이었다. 정식 데뷔 전 마이크 니콜스의 '졸업'을 보고 충격을 받은 그는 극장에 숨어들어 필름 프린트를 펼쳐놓고 점프컷 장면의 프레임 수를 직접 세며 편집의 원리를 익혔다. 아메리칸 뉴 시네마와 데이비드 린의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그의 영화관을 형성한 중요한 원천이었다. 이러한 집요한 영화 사랑은 그를 단순한 기술자가 아닌, 서사의 흐름을 다시 쓰는 '작가적 편집자'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신필름에